희토류 자석 능가할 새로운 자석이 온다
  • 이진오 (<밥벌이의 미래> 저자)
  • 호수 626
  • 승인 2019.09.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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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원 규모의 자석 산업 최첨단에 희토류로 만든 네오디뮴 자석이 있다.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복합계 영구자석이 네오디뮴보다 나은 성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Xinhua시진핑 중국 주석이 5월20일 간저우 시에 있는 희토류 산업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2010년 세계 사람들이 희토류 원소의 전략적 가치를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다.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던 와중에 내린 조치였다. 세계 희토류의 90%를 공급하던 중국의 결정에 일본은 크게 당황했다. 이 사건은 자원과 소재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자석 산업 분야도 충격을 받았다. 자석 산업은 생산된 희토류의 20%가량을 사용할 정도로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산업 분야다. 자석 산업의 최첨단에 네오디뮴 자석이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고성능 희토류 자석이다. 네오디뮴 자체가 대표적인 희토류 원소 중 하나다. 기존 자석 성능을 훌쩍 뛰어넘은 희토류 자석은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개발된 지 10여 년 만인 1990년대, 하드디스크에 사용되는 자석의 75%를 네오디뮴 자석이 차지했을 정도다.

이 고성능 희토류 자석을 개발한 회사는 일본의 스미토모특수금속이다. 1983년 8월 네오디뮴과 철·붕소를 합금하는 특허를 출원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다른 일본 회사인 히타치금속에 회사가 인수되면서 특허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약 30년 동안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중국의 조치가 일본에 얼마나 공격적으로 느껴졌을지 미루어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자석은 현대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핵심 소재다. 전기에너지로부터 힘과 일을 얻는 많은 방법이 자석에 의존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전동기를 들 수 있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50%가 전동기를 구동하는 데 쓰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자석은 전동기의 필수 부품이다. 같은 원리로 전기신호를 공기의 떨림으로 바꾸는 음향 기기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역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에도 자석은 큰 역할을 한다. 발전기에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고성능 희토류 자석 덕분에 작고 강한 자석이 등장하면서 활용 방법이 더욱 다양해졌다. 출력이 좋으면서도 무게가 덜 나가는 전동기가 개발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기자동차나 소형 드론, 각종 로봇에 사용되는 작동 장치처럼 고성능 전동기를 필요로 하는 분야는 고성능 희토류 자석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자석 수요도 크게 늘었다. 최근 자석 시장은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전 세계 자석 시장이 50조원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0년 후반을 기점으로 희토류 자석에 대한 주요 특허들이 상당 부분 소멸되면서 관련 산업이 더욱 활발하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와중에 희토류 자석의 단점이 급박하게, 또 명확하게 대두되고 있다. 사실 중·일 간 갈등이 있기 전부터 이미 희토류는 가격이 비싸고 공급이 일정하지 않아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정적인 원료 수급은 산업의 기본이지만, 희토류 자석은 원재료의 수급 불안정성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희토류를 대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재 개발은 제품 개발과 질적으로 다르다. 제품 생산은 의도를 가지고 이리저리 물질을 가공하며 이루어진다. 하지만 소재는 인간이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원자와 분자는 레고 블록과 달라서 임의로 배치할 수 없다.

자성물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성물질은 원자 간 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원자자석’ 간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원자들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자성이 사라진다. 두 막대자석을 나란히 가까이하면 두 N극이 서로 반대를 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한 자석을 만들겠다고 물질의 원자들 간격을 임의로 늘릴 수도 없다. 이들 간격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물질과 적당히 합성해서 원자들 거리가 멀어지도록 간접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본래 원자의 자성을 잃지 않게 하면서 원하는 만큼 거리가 살며시 떨어지도록 섞어야 하는데, 이때도 원자를 하나하나 배치하면서 섞는 것이 아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압력을 가한다거나 적당한 온도를 찾아낸다거나 마치 요리처럼 물질의 비율에 따라 합성 방법이 무한하다.

1990년대 삼성전기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이 희토류 영구자석을 국산화하기 위해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 특허 문제로 발목을 잡혔지만 근본적으로는 신소재 개발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허 문제를 피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에 실패한 셈이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같은 맛을 내는 다른 요리법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또 다른 재료로 비슷한 맛을 내는 것도 실패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1990년대 하드디스크(위)에 사용되는 자석의 75%를 네오디뮴 자석이 차지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의미 있는 결과 발표  

과거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주목해볼 새로운 연구 방법도 있다. ‘복합계 영구자석’이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여러 종류의 자성체를 각자의 장점을 보존한 채 합성하는 방법이다.

고성능 자성체가 되려면 ‘포화자화(飽和磁化)’와 ‘보자력(保磁力)’이 모두 커야 한다. 포화자화는 물체가 외부 자기장으로 인해 얼마나 ‘자화(磁化·물체가 자기를 띠는 현상)’될 수 있는지 나타내는 값이다. 보통 물질은 외부 자기장에 따라 자화되는데 무한정 그 값이 커지지 않고 일정한 값에 수렴한다. 이때 ‘수렴하는 정도’를 포화자화라고 한다. 값이 크면 그만큼 외부 자기장에 의해 자화가 잘 된다는 의미다.

보자력은 외부 자기장을 제거했을 때에도 물질에 남아 있는 자화 정도를 의미한다. 강한 자기장으로 물질을 ‘자화 포화상태’로 만든 후, 자기장을 제거하면 몇몇 물질은 자화된 상태를 일정 수준 유지한다. 이때 자화되는 정도가 물질마다 다른데, 자화가 많이 남아 있을수록 보자력이 큰 것이다.

이 두 물리량이 모두 큰 물질은 드물다. 대개 ‘포화자화는 크지만 보자력이 낮은 물질’이거나 ‘보자력은 크지만 포화자화가 낮은 물질’로 분류된다. 이론적 연구에 의하면 장단점이 명확한 이 두 종류의 물질을 매우 작은 크기로 맞붙여놓았을 때 둘의 장점을 동시에 만족하는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이 ‘복합계’로 불리는 것도 일종의 상호보완 조합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네오디뮴 자석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0년대 이후 관련 연구가 여럿 보고되었다. 두 종류의 자성체를 매우 얇은 수 나노미터 두께의 박막으로 번갈아 증착하기도 하고 또 나노미터 크기의 분말로 물질을 잘게 쪼갠 뒤 그에 걸맞게 얇게 코팅해 두 물질을 붙이기도 한다. 국내 연구진의 의미 있는 연구도 등장했다. 지난달 한양대 연구진도 유의미한 기술적 진보를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이을 차세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산업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면 무용지물이다. 소재 산업의 특성상 쉬운 대량생산이 가능해야만 한다.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자성 재료 기술을 키우기 위한 생산 여건이나 연구 환경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거의 모든 것을 경험에 의지해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 후발 주자의 위치는 한결 나아졌다. 최초로 개발된 영구자석이라 일컬어지는 KS강(KS-steel, KS는 당시 합금을 개발한 기업의 회장 기치자에몬 스미토모의 약자)이 세상에 나온 1916년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KS강을 비롯해 이후 여러 종류의 자석 상당수가 일본 회사에서 발명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80년대에 네오디뮴 자석이 일본에서 개발된 것도 한 산업 분야에서 축적된 인적·물적 자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한다.

한국은 도전하는 위치에 있다. 자성 소재 기술의 100년 역사를 따라잡으려는 신인인 셈이다. 기업의 적극적 참여와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실패에도 멈추지 않는 꾸준함이 정말 필요하다. 50조원 규모의 시장에 진입하는 일이 쉬울 리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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