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총통 선거 변수로 떠오른 홍콩
  • 타이완·양첸하오 (프리랜서 기자)
  • 호수 626
  • 승인 2019.09.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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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시민들은 중국의 힘이 홍콩의 각 영역에 개입하는 데 대해 강하게 불안을 느낀다. 타이완의 젊은 세대는 ‘타이완 독립파’인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장진영8월31일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한 시민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주워 들고 경찰을 향해 던지려 하고 있다.

올여름은 홍콩 역사상 가장 불안한 여름이었다. 공권력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에 나선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했고 인권유린 역시 잇따랐다. 9월4일 캐리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홍콩 시위대의 요구안 일부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하지만 시위가 진정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 문제는 홍콩에만 머물지 않는다. 타이완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 정부가 애초 송환법 추진의 명분으로 삼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이 타이완이기도 하다(<시사IN> 제615호 ‘홍콩 시민 뇌리에 박힌 반체제 서점 사건’ 기사 참조). 송환법은 홍콩과 타이완을 운명공동체로 연결하고 있다. 홍콩은 타이완에 거울과 같은 존재다.

홍콩에서는 중화권 중 유일하게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타이완에 대한 호감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국제 뉴스에 무관심한 타이완 언론사도 홍콩 상황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언론에 노출될 경우 불이익을 당할까 봐 인터뷰를 기피하는 시위 참가자들도 타이완 방송사 로고가 붙어 있는 카메라를 만나면 먼저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한다. “제발 우리 상황을 타이완에 널리 보도해주세요” “타이완은 홍콩처럼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말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중국의 힘’이 홍콩 사회 각 영역에 개입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과 불만,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타이완을 향하는 모양새다.

홍콩인처럼 무력감 느끼는 타이완 사람들

‘당사자’가 아닌 타이완 시민 역시 홍콩 시민과 비슷한 무력감을 느낀다. 최근 타이완 SNS에는 “어려움과 두려움을 겪고 있는 홍콩 친구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라는 고민이 담긴 글이 자주 올라온다.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200만명이 나섰던 6월16일에는 타이완 타이베이에서도 약 7000명이 모여 응원 집회를 열었다.

홍콩 시위는 내년 1월11일로 예정된 타이완 총통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타이완 독립파’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은 안정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반면 친중 성향인 중국국민당(국민당) 소속 한궈위 가오슝 시장은 하락세다.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차이잉원 총통은 홍콩 시위가 격해진 7월과 8월을 거치며 지지율 역전을 시작했다. 5월27일 <빈과일보(핑궈르바오)>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이잉원 총통은 35.9%, 한궈위 시장은 45.2%로 약 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시위가 본격화한 6월18일에는 차이잉원 총통이 40.6%, 한궈위 시장이 40.1%로 오차범위 안에서 박빙이었다. 가장 최근 조사인 9월2일에는 차이잉원 총통이 43.7%, 한궈위 시장이 31%로 차이를 크게 벌렸다. 이는 민진당이 참패한 지난해 연말 지방선거 당시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미래였다(<시사IN> 제587호 ‘타이완 개혁 세력은 어쩌다 참패했나’ 기사 참조).

ⓒ장진영9월2일 경찰의 ‘무차별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대를 제압하는 홍콩 경찰들.

재선을 노리는 차이잉원 총통은 홍콩 시위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수차례 발표하며 굳히기에 나섰다. 홍콩을 응원하는 동시에 타이완 국민을 향한 ‘공약’이 담긴 메시지였다. “타이완이 ‘제2의 홍콩’이 되지 않으려면 차이잉원이 필요하다.” 중국은 8월1일자로 타이완 자유여행을 본격 금지하며 맞불을 놓았다. 중국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부터 타이완 여행을 일정 부분 통제해왔지만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중단한 건 처음이다.

국민당 한궈위 가오슝 시장은 애초 홍콩 시위에 관심이 없었다. 홍콩 시위와 관련해 기자들이 의견을 묻자 “나는 잘 모른다”라고 답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 나온 메시지도 “타이완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해 자신이 있다”라는 동문서답이었다. 한궈위 시장은 지난 3월 해외 순방 일정 중 중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을 비공개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중국 당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PA
ⓒEPA차이잉원 타이완 총통(맨 위)의 지지율이 한궈위 가오슝 시장(위)을 크게 앞서고 있다.

모든 타이완 국민이 홍콩 시위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홍콩 시위에 대한 평가는 세대 차이가 확연하다. 1970년 이전 태어난 중·장년층 유권자들은 청년기에 타이완이 각국으로부터 단교당하고 유엔에서 퇴출되는 등의 ‘고립의 시기’를 목격했다.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한 ‘황금기’를 거치면서 국제문제에 대한 관심이 소극적인 편이다. 반정부 시위나 사회운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등 경제적으로 중국과 연결된 이들이 많아지면서 “중국 시장이 없으면 타이완 경제가 죽는다”라는 이데올로기를 폭넓게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홍콩인의 타이완 이민·체류 신청 45% 증가

이들의 자녀 세대인 1980~1990년대 태어난 이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감각이 부모 세대와 다르다. 1987년 7월15일 이전까지 40년 가까이 계엄 상태였던 타이완은 1996년 3월23일 총통 직선제를 실시하며 민주주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4년 9월 홍콩 우산혁명에 영향을 미친 것도 같은 해 3월 벌어진 타이완 ‘해바라기 학생운동(중국 무역협정 반대를 위한 국회 점거 시위)’이었다.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지지율 상승도 중국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홍콩과 타이완의 젊은 세대는 ‘반체제’와 ‘저항’이라는 비슷한 경험과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9월3일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타이완을 방문해 집권당인 민진당 줘룽타이 주석과 해바라기 운동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린페이판 부비서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AP Photo8월31일 타이완에 사는 홍콩 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벽보를 붙이고 있다.

홍콩 시위가 계속되면서 홍콩인의 타이완 이민과 체류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정치적 망명을 원하는 ‘홍콩의 친구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칙을 적용해 처리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6~7월 홍콩인의 타이완 이민·체류 신청은 68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5% 늘었다. 이 중 타이완 이민청의 승인을 받은 사람은 636건으로 대부분 통과됐다. 아직까지는 어디까지나 ‘특수 사례’일 뿐이다.  

난민과 정치적 망명에 대한 법률(난민법) 근거가 미진한 상황이다. 민진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난민법 입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까지 나아간 홍콩 시위 진행 여부에 따라 대규모 난민 신청자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타이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홍콩을 이용하기만 한다”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현재 타이완에 이민 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600만 타이완달러(약 2억3000만원)를 내는 투자이민이다. 부자들에게만 손쉬운 이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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