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
  • 파리∙이유경 통신원
  • 호수 625
  • 승인 2019.09.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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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을 다시 세우는 일이 순탄치 않다. 기부금 액수는 예상액의 12%에 불과하다. 정부는 5년 안에 공사를 마치려 하지만, 문화·건축계 전문가들은 ‘졸속’을 우려하며 반발한다.
ⓒAFP PHOTO지난 8월19일, 납 오염 위험 탓에 중단되었던 노트르담 대성당 보수 작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지난 4월15일 일어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4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충격파가 여전하다. 수많은 프랑스 국민이 성당을 찾아 애도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등 주요 정치 인사들도 비통함을 표명했다. 현재 대성당 보수 작업은 기반 구축 단계다. 본격적인 건물 재건 공사는 2020년 돌입할 예정이다. 무너진 대성당을 다시 세우는 일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순탄치 않아 보인다. 프랑스 미술 월간지 <눈(L’œil)>의 에디터 장크리스토프 카스트랭은 4월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성당 재건은 단순히 노트르담과 그 복원만이 아니라 문화·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먼저 기부금 문제가 있다. 화재 직후 국가의 대표 문화유산을 복원하기 위해 프랑스 전역에서 기부 의사를 타진해왔다. 프랑스 국립기념비센터(CMN)의 필리프 벨라발 대표는 “문화유산에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전 국민적 기부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시 기부금 예상 총액이 프랑스 정부 문화유산 보존 예산의 3배쯤 되리라고 추정했다. 정부가 대성당을 재건하고도 남을 액수였다. 이런 여론을 두고 프랑크 리에스테르 문화장관이 “기부금이 너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공사비는 굉장히 비싸며 기부금은 노트르담 재건에만 쓰인다”라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들어온 기부금 액수는 예상에 한참 못 미쳤다. ‘큰손’인 대기업과 주요 가문들이 약속한 만큼 기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재 직후 케링그룹의 피노 회장과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아르노 회장은 ‘노트르담 재단’에 각각 1억 유로와 2억 유로 상당의 기부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은 “보수공사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에 따라” 기부금을 내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라디오 ‘프랑스 앵포’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14일까지 재단에 직접 전달되어 모인 기부금은 (대기업 약정 금액을 포괄한) 예상 총액의 12%에 불과하다.

대성당 재건 방식도 논란을 부른다. 정부는 ‘속도전’을 추구하는데 야당과 전문가들은 졸속 공사를 우려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24일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5년 안에 마치기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은 노트르담 재건 기부금의 올바른 운용을 위해 국가 차원의 기부 기관을 설립하고, 2019년 4월16일부터 12월31일까지 기부금(최대 1000유로)의 감세율을 75%(현행 66%)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정부 대변인 시베트 은디아예는 국무회의에서 “공사 진행을 가속화하기 위해 몇몇 정해진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특별법의 목표이라고 밝혔다. 건설기획서 작성, 공사 허가, 도시계획, 환경보호 등의 법규를 필요한 경우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건축계 전문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특별법을 발의하기 전날인 4월23일, ‘유적·기념물협회’ 대표이자 건축 전문가, 소르본 대학의 미술사 교수인 알렉상드르 가디는 <르피가로>에 비판 성명을 게재했다. “조급함에 따라 원칙과 직업윤리를 무시하는 일은 대성당이 겪은 재난보다 더 큰 문화유산적 재난을 불러올 것이다. (기존 건축 관련) 법안까지 바꾸는 전조가 될 것이다.” 정부 직속 문화유산 홍보대사인 스테판 베른도 4월24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특별법이 우려된다. 속도와 조급함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며 정부 법안에 반대했다. 1170명에 달하는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4월28일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조급함을 지양하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 5월24일 건축상인 프리츠커 상을 시상하는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공사 진행에 대한 (정부의) 결정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안다”라면서도 “5년 기한을 완전히 수용할 것”이라며 특별법 지지 의사를 밝혔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은 하원을 통과했다. 제동은 상원에서 걸렸다. 상원에서는 특별법을 지지한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회당(PS)의 다비드 아술린 의원은 “이 법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재건하기 위한 법안이지 엘리제 궁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재건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LR)의 올리비에 파코 의원은 “대통령의 말이 법을 만들지는 않는다. 성당 재건은 달리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대성당 복원 과정에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첨탑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것과 반대로 첨탑 모양을 화재 전 원형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신속한 재건을 위해 건축 관련 법규를 예외 적용하는 조항도 삭제했다.

불신 초래한 정부의 ‘환경오염 대응’

환경오염에 대한 정부 대응도 불신을 낳고 있다. 첨탑과 지붕 골조에 사용된 약 400t의 납이 화재로 녹아내리면서 주변 지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염려는 화재 직후부터 나왔다. 하지만 4월29일 파리 경찰청은 “납 성분은 몇몇 지역에만 국한되어 검출됐다”라고 발표했다. 프랑스 국립보건청(ARS)은 5월9일 노트르담 인근 지역을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공기 중 납 검출은 기준치 이하이고, 토양에서 기준치의 33배에서 66배가 검출됐으나, 지속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이상 건강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이다.”

반면 프랑스 환경단체 ‘로뱅 데 부아’의 자키 본맹 대변인은 5월10일 프랑스 앵포와의 인터뷰에서 “납중독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국립보건청의 발표는 거짓이다. 우리는 엄청난 보건 스캔들에 처해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3개월 뒤인 8월6일 프랑스 앵포 보도에 따르면, 국립보건청이 시행한 검진 결과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신체에서 검출된 아동은 18명이었다. 이에 따라 파리시는 보수공사 작업을 중단하고, 지난 8월13일부터 뒤늦게 진공 청소 및 특수 젤을 이용한 납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8월19일 보수공사를 재개한 뒤 파리시는 납 제거 작업을 9월10일까지로 연기하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의 광역급행열차(RER)역과 인근 학교, 보육원 25곳은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프랑스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 작업을 계기로 수면 위에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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