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라디오 SR 방송 캡쳐1985년 스웨덴으로 입양된 마들레인 인화 붜르크.

스웨덴 국영 라디오의 〈여름 이야기〉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여름이면 스웨덴 사람들이 “라디오에서 그 이야기 들었어?”라고 말할 정도다. 스웨덴 명절 중 하나인 하지절이 끝나자마자 여름 내내 매일 오후 1시, 1시간30분짜리 사연이 방송된다. 연예인, 문화 예술인, 정치인 등 주로 유명인들 사연이 소개되는데, 마이너리티(소수자) 목소리를 공론화해 토론하기도 한다. 청취자 사연도 ‘예선’을 걸쳐 전파를 탄다. 올해는 일반인 약 450명의 사연이 올라왔다. 청취자들이 투표를 했고 최종 8개 사연이 선정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마들레인 인화 붜르크’의 사연이다.

1985년 두 살이 채 안 된 ‘채인화’는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되었다. 마들레인은 자신의 코를 닮은 자녀가 자라나는 걸 보면서 ‘뿌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2016년부터 친부모를 찾으려고 했다. 그의 입양 서류에 있는 아버지의 이름과 생년월일, 직업을 가진 남성을 페이스북에서 찾았다.

뭔가 이상했다. 아버지로 추정되는 이의 페이스북에 올려진 딸 이름이 ‘인화’였다. 생년월일도 자신과 같았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혹시 딸을 스웨덴에 입양시킨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네 아버지가 아니지만 너에 대해서 알고 있다. 네 이름은 인화가 아니라 심인양이다.”

마들레인은 우여곡절 끝에 친어머니와 만났다. 한국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자신의 출생기록이 통째로 바뀌게 된 사실도 알았다. ‘싱글맘’인 친어머니는 아기를 사랑했다. 어느 날 퇴근을 해보니 할머니가 아기를 입양기관에 보내버렸다. 어머니 동의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심인양은 채인화가 되었다.

마들레인의 사연은 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한국 입양인들이 겪는 사연이기도 했다. 스웨덴 한국입양인 네트워크(SKAN)에서 활동하는 한나 요한손 씨는 “인화의 입양 과정에 개입한 한국 입양기관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위반했다. 4개의 각기 다른 인적사항을 가진 친구도 있었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찾은 결과 진짜 한국 가족과 상봉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나 요한손 씨도 생후 4개월에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그는 1976년 서울 성동구 거리에서 발견되었다. 그를 발견한 경찰이 이름을 지었고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스웨덴으로 보내졌다. 현재 공무원이면서 SKAN에서 9년째 활동 중이다.

스웨덴에 입양된 사람뿐 아니라 미국에 입양된 이들도 인적사항이 뒤바뀌어 시민권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한나 요한손 씨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입양인 가운데 시민권이 없는 경우도 1만50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가운데 10명이 강제 추방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 입양인이 한국 정부 상대로 소송 제기

최근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애덤 크랩서 씨(43)가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크랩서 씨는 40년 전 미비했던 입양 절차 탓에 자신이 미국에서 추방당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친어머니가 있었지만 ‘기아’로 입양 서류에 허위 기재되는 등 입국 정보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입양기관이 허위 호적을 만들었고 한국 정부가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해외 입양인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다.

한나 요한손 씨는 “칠레는 피노체트 군사독재 때 행해진 국제 입양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 기간 국제 입양 가운데 20% 이상이 불법으로 알려졌다. 칠레 사례를 유추해보더라도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나 1980년 전두환 정권 때 이뤄진 국제 입양을 한국 정부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예테보리·고민정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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