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대법원이 8월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지난해 2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부정하고 1심(징역 5년)과 달리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몇 가지 주요 혐의점에서 박영수 특검팀 손을 들었기에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은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2월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부장판사 정형식)는 ‘승계 작업’이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정한 청탁은 제3자 뇌물죄의 구성요건이다. 삼성이 최순실씨가 설립하고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동계스포츠센터)에 16억2800만원을 내면, 그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재용 부회장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인식이 있어야 뇌물이다. 2심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합리적 의심이 없이 인정되어야” 부정한 청탁 대상이며, ‘승계 작업’은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의도 불명확하고 존부가 의심스러운 개념은 뇌물의 ‘대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2심을 파기한 논리는 간결하다. 원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했다는 것이다.

첫째, 제3자 뇌물죄에서 부정적 청탁의 내용과 그에 대한 인식은 원래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고, 확정적일 필요가 없다.” 둘째,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기업체 활동에 직무상·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묵시적 의사표시로 청탁한 추상적인 내용이라도, 동계스포츠센터 자금 지원과 대통령 직무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뇌물이 된다.

말 소유권 역시 최순실에게 있어

핵심 쟁점이었던 말 소유권 역시 대법원은 최순실에게 넘어갔다고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을 깨고, 말 3필(살시도·비타나·라우싱) 소유권이 삼성전자에서 최순실씨에게로 이전되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말이나 그 구입대금(34억1797만원)은 뇌물이 아니고, 다만 ‘가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무상 사용이익’이 문제라고 판시했다. 반면 대법원은 “양측 사이에 말을 반환할 필요가 없고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라고 봤다.

말 소유권은 각 죄목의 유무죄를 판단할 기본적 사실관계다. 뇌물공여, 횡령,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는 연쇄적으로 성립한다. 그래서 대법원은 말 소유권 이전 사실을 기초로, “말들 관련 뇌물공여, 말들 또는 그 구입대금 관련 횡령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동계스포츠센터 관련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위반(횡령)”을 파기 범위로 명시했다. 1심에서는 모두 유죄로 봤지만, 2심에서는 ‘말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일부유죄 선고된 대목들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2심에서 인정된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었다. 삼성 법인 돈을 이용해 제공한 뇌물은 횡령으로 이어진다. 특경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2심 판결에서 논란이 된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은 대법원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서 대화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진술증거인 경우에는 (…)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즉,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적은 박근혜·이재용의 대화 주제는 실제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증명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다만, 이 수첩의 ‘지시 사항’ 부분이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에게 지시를 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쓰일 때에는 본래 증거에 해당한다고 봤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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