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화국의 부활이다
  • 고제규 편집국장
  • 호수 625
  • 승인 2019.09.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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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다. 장관은 국무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 제94조다. 대통령은 인사권을 행사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다.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했다. 8월27일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은 기자들과 티타임에서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라고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했다. 왜 지금 시점이냐는 질문에 그는 “자료 확보가 늦어진다면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상규명’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 진상규명 기관은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그런 검찰이 왜 인사청문회 전에 강제수사에 나섰을까? 조직 논리다. 조직 논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사법농단에서 목도했다. 판사들도 조직 논리 때문에 불법을 감행했다. ‘법관 독립에 대한 고민도 헌법에 대한 존중도 없었다(권석천, <두 얼굴의 법원>).’ 검찰의 조직 논리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2003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동일체 원칙’ 문구는 사라졌다. 하지만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은 아직도 확고한 검찰 현실이다(임은정 검사, <경향신문> 2019년 6월9일).’ 나는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을 2019년판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로 본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 시그널은 분명하다.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과 관련한 검찰의 메시지다. 조국 장관은 안 된다는 메시지다.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독립’과 ‘검찰 중립’을 말하며 환호한다고 한다. 누구도 검찰을 통제하지 않는 게 독립이고 중립인가? 서로 다른 국가기관이 힘의 균형을 이뤄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견제가 없으면 균형이 없고 균형이 없으면 견제가 불가능하다(김진한, <헌법을 쓰는 시간>). 검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개혁의 핵심이다.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강제수사에 나서는 게 맞았다. 검찰 압수수색은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무력화했다. 국무총리 후보자도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야당과 시민단체가 고소 고발을 하면, 검찰은 어느 때라도 압수수색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검찰 공화국의 부활이다. 훗날 복기하면 지금 이 시점은 민주공화국이냐 검찰 공화국이냐 기로였다고 평가될 것이다. 중대한 국면이다. ‘논두렁 시계’와 비슷한 피의사실 공표 공방도 일고 있다. 이 광풍을 취재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준비한 ‘조국 현상’ 기획 기사를 한 주 뒤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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