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2년 성적표
  • 김인회 (변호사·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호수 624
  • 승인 2019.09.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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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을 평가한다면, ‘좋은 판결’ 부문에서는 합격점이고 ‘제도개혁’ 면에서는 낙제점이다. 제도개혁을 제대로 이루어내려면 행정부와 입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 2년이 되어간다. 2017년 9월26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2년 동안 과연 법원은 개혁되고 사법농단의 온상에서 벗어났는가? 그저 그런 평가, 나열적이고 평면적인 평가는 사절한다.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은 두 가지다. 좋은 판결과 제도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좋은 판결로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사회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했는가? 제도개혁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면서 법관들에게도 자유로운 법원을 만들었는가?

좋은 판결은 법원의 존재 이유다. 이 점에서 대법원은 합격점을 받았다고 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좋은 재판”, 즉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하여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좋은 재판’을 계속 강조했다. 지금 대법원에서 좋은 재판, 좋은 판결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이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은 양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심사숙고를 잘 보여준다. 오랫동안 인권 사각지대였던 양심을 보호하고자 한 이 판결은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반갑다.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 역시 획기적이다. 한·일 간 난마처럼 얽힌 과거사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함께하고자 하는 판결이다. 일본의 최고재판소보다 우리의 대법원이 훨씬 더 인권 친화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이기도 하다. 그 외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로 좋은 판결을 내고 있다. 대법원 구성이 다양화되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이 반영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과제가 얼마나 중요한 개혁 과제였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제도개혁은 아직 성과가 없다. 낙제점이다. 제도개혁 중 사법농단 사태의 원인이었던 법원행정 개혁은 급하고 중대했음에도 실제 성과는 없다. 대법원이 법원행정 개혁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8년 3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사법행정 개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법제도 개혁은 지금까지 성과가 없다. 이제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만 남았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법률이 아니라 대법원 규칙으로 설치되는 것으로 애초의 목적인 법원행정처 개혁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제도개혁 중 다른 과제는 아예 시도조차 없다. 국민참여재판 확대, 사법의 지방분권, 법원 과거사 정리는 시도조차 못했다. 사회개혁 과제이면서 전통적으로 사법개혁 과제였던 징벌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 군 사법제도 개혁, 국민주권주의 확대, 법치주의 확대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취임사에서 밝힌 “통합과 개혁”은 제도적 측면에서는 성과가 거의 없다.

김인회 (변호사·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원 평가가 사법개혁의 동력 될 수도

합격점과 낙제점 공존. 이것이 법원의 현실이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2년 평가의 주된 관심은 바로 이것일 터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중 하나는 개혁 주체의 리더십 문제다. 제도개혁 과제에서 대법원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법원장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법원의 틀과 역량을 넘는 개혁 과제이므로 대법원장과 외부의 힘, ‘법원의 좋은 친구들’이 함께해야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함께해야 한다. 행정부에서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중요하다. 당장 법원행정 개혁을 하더라도 입법을 해야 한다. 징벌배상제 도입을 위해서는 행정부와 사법부가 좋은 법안을 만들고 입법부는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제도개혁 과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사법개혁은 사법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대법원의 개혁 지연을 질타하더라도 그 원인은 정확히 따져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주년 평가는 법원개혁 평가의 장이다. 법원만이 아니라 변호사회, 정치, 경제, 언론 등에서 평가를 준비하고 있을 터이다. 평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대법원도 외부 평가에 적극 참여하리라 믿는다. 평가를 통해 사법개혁의 동력이 다시 살아난다면 이번 평가는 성공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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