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고 헤매는 그녀는 메르켈
  • 뮌헨·남정호 편집위원
  • 호수 79
  • 승인 2009.03.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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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메르켈 총리가 내우외환에 시달린다. 경기침체는 깊어지고, 대연정 상대인 사민당과는 연일 파열음을 낸다. 여당인 기민당에서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메르켈은 주변의 경고를 외면한다.
   
ⓒReuters=Newsis
메르켈 독일 총리(위)는 우유부단한 정치 행보와 위기관리 능력 부족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늘화사한 미소로 대중을 사로잡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얼굴에서 요즘 웃음기가 사라졌다. 최근 견디기 어려운 정치적 내우외환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의 침체는 더욱 깊어지고 대연정 상대인 사민당(SPD)과는 정책 이견으로 파열음이 계속 나온다. 여기에 총선을 7개월 앞두고 프란츠 뮌터페링 사민당 당수와 프랑크 슈타인마이어 사민당 총리 후보 겸 외무장관을 비롯한 연정 파트너 수뇌부가 일제히 메르켈 총리의 유약한 지도력을 공격하면서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메르켈이 당수인 기민당(CDU) 내에서도 전례 없이 거센 비판이 인다.

메르켈 총리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자매 정당인 기사련(CSU)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가 메르켈 당수에게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는 사실이다. 또한 자당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귄터 외팅거 지사가 “총리는 이제 대연정의 ‘총리 제복’은 옷장 속에 집어넣고 ‘당수와 총리 후보 제복’으로 갈아입고 나서라”고 주장하며, 총선 준비를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당의 색깔을 분명히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메르켈 총리의 우유부단함을 질책하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ARD-도이칠란드트렌드가 여론조사 기관인 인프라테스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은 지지율이 2006년 7월 이래 최저치인 32%에 그쳤고,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은 지지율이 27%로 뛰어 자신들 뒤를 바짝 추격하는 데 충격받았기 때문이다.

기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까닭은 전통적 지지자가 당으로부터 급격히 이탈하는 데 있다. 그동안 메르켈 총리가 보여온 우유부단한 정치 행보는 당원 사이에 “CDU의 색깔이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들게 했다. 이들은 메르켈 총리가 대연정 유지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보수 정당인 자당의 “전통적 가치를 유지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목소리를 내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미국 자동차 회사 GM의 자회사인 오펠에 대한 국가 지원 문제와 은행의 구제금융 지원 따위 경제 위기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가는 “총리가 1970~1980년대에 회자되던 친소련식 국가독점 자본주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라면서 총리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을 던진다.

지지율 1위 자리도 SPD 총리 후보에게 내줘

여기에다 지난 2월 로마 교황청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한 가톨릭 단체인 ‘성비오 10세 형제단’ 소속 리처드 윌리엄슨 주교를 복권하자 개신교 출신인 메르켈 총리가 자국 출신 교황에게 유대인 문제에 관해 교황청의 태도를 분명히하라고 공개 촉구하고 나선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른다.
노동계 현안인 최저임금제에 대한 총리의 소극적 노선도 당과 자매 정당 일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보적 복지정책을 펴는 자매 정당 기사련의 제호퍼 당수는 사민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등 자중지란이 일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은 이미 동독 지역에서는 27% 지지율을 보이는 좌파당 디링케에 뒤처진 26% 지지율을 얻어 2위로 추락했다. 야당인 자민당(FDP)은 기민당 지지자를 끌어모으면서 전국 지지율을 17%로 끌어올렸다.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지켜왔던 정치인 지지율 1위 자리도 최근에 사민당 총리 후보인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에게 내주었다. 당원들은 가을 총선을 앞두고 초조하기만 하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당내 숱한 경고에 귀를 닫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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