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nhua지난 2월12일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 주요 간부를 대동하고 포병사령부 산하 제681부대를 시찰했다고 밝히며 공개한 사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대남 군사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되어가는 지금, 북한군 주요 간부의 대규모 자리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월11일 북한군 내 ‘강성’ 인사로 소문난 김영춘과 리영호를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에 전격 임명한 데 이어 전 인민무력부장 김일철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으로 강등했고, 오극렬 당 작전부장을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임명(2월20일)함으로써 당 작전부장까지 교체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전 총참모장 김격식의 모습은 이미 공식 자리에서 사라졌고, 1980년대 인물인 박명철이 새로운 국방위 참사로 임명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북한군 주요 간부의 자리 이동은 지난 10년 동안 남한을 활용해 북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이른바 ‘용남(用南) 세력’의 퇴진과 그동안 햇볕을 보지 못하던 군부 강경 인사들의 복귀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파악된다. 변화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면 북한군 주요 간부의 변화는 곧 북한 군사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공개석상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오극렬이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이동한 사실과 국방위 참사로서 박명철이 등장한 점은 3월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이후 이루어질 국방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비록 국방위원회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개인을 군사적으로 보좌하는 기구이고 국방위원 역시 실제 권한이 없는 명예직에 지나지 않지만 국방위원들은 김 위원장이 북한의 당·정·군 영역에 산재한 수많은 국방 관련 부서의 책임간부 중에서 직접 선별해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군사정책 방향과 중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어왔다.

따라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이후 관심을 끌 사안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 이외에 김정일 위원장이 임기 5년의 차기 국방위원으로 누구를 임명할 것인가이다. 김 위원장의 임명 기준을 안다면 차기 국방위원 후보군을 예측해볼 수 있고 그의 군사정책 방침을 좀더 이해할 수 있다.

우선 김 위원장에 의해 국방위원으로 임명되지 못했던 당 통전부장 김양건(국방위 참사)이나 국방위 행정국장인 리명수 전 작전국장, 그리고 국방위 회의에서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는 당 조직지도부 황병서 부부장, 전희정 의전국장 등의 공통점과, 반대로 역대 국방위원이 가졌던 직책의 공통점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이 국방위원의 보편적인 자격 요건이 도출된다.

첫째, 모든 국방위원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국가기관인 국방위원에 임명될 수 없다는 법적 조건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3년 8월 제1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에서 탈락한 당시 김격식 제2군단장과 주상성 제4군단장은 당 중앙위원으로서 후에 총참모장과 인민보안상에 임명되었지만 제11기 최고인민회의 회기 중 국방위원으로 결코 임명되지 못했다.

둘째, 역대 국방위원은 모두 국방 관련 부서의 최고 책임 간부급 전문가라는 점이다. 북한군 3대 집행기관인 인민무력부장·총정치국장·총참모장을 항시 포함하고 있으며, 호위사령관·평양방어사령관·노농적위대사령관·당군수공업담당비서·제2경제위원회당책임비서·자강도당책임비서·인민보안상·인민무력부 부부장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1998년 이후에는 국방 관련 부서의 최고 책임간부로만 국방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또한 리용무·연형묵·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은 다른 국방 관련 부서의 겸직 없이 부위원장을 전임했으나 리용무는 1970년대 총정치국장 출신이었으며 연형묵은 군수공업지대인 자강도당 책임비서였고, 김영춘은 전 총참모장 출신으로 국방 관련 해당 부서의 최고 책임간부이자 원로급에 해당한다.

셋째, 국방위 부위원장은 명예직이면서 대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직책이라 할 수 있다. 역대 국방위 부위원장의 면면을 보면 일종의 명예직이라고도 추정되는데 정상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조명록이 여전히 제1부위원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2003년 연형묵 부위원장의 경우 심장병이 심해져 자강도당책임비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자 김 위원장이 부위원장 승진과 함께 평양에서 살도록 배려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국방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 중에서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활용하는 명예직이라 할 수 있다.

김영춘, 국방위 제1부위원장 승진 어려울 듯

그런데도 대내외적으로 국방위 부위원장은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왔다. 김정일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북·미 공동성명’을 마련한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공식 직함은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었으며, 2000년 북·러 간 두 가지 ‘군사협력협정’의 서명 주체 역시 김일철 국방위 부위원장이었다. 대내적으로는 각 도의 토지정리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국가건설 사업을 모두 국방위 부위원장이 중심이 된 국방위원회가 전적으로 담당해왔다. 

ⓒXinhua지난 1월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병사령부 산하 제1489부대가 군사훈련(위)을 했다고 보도했다.
간단히 말해 국방위원은 빨치산 가족 출신이거나 김정일과의 친인척 관계에 놓여 있다기보다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서, 국방 관련 해당 부서의 최고 책임간부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령을 신속히 집행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건강한 자’라고 할 수 있다. 단, 국방위 부위원장의 경우 명예 승진 직위인 동시에 대외적으로 김정일의 특사로 활용된다. 이러한 국방위원 자격 요건에 비추어본다면 김기남 당 선전담당 비서나 박재경 인민무력부 부부장, 김양건 당 통전부장의 국방위원 임명이나 김영춘의 제1부위원장 승진 등은 거의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으로 강등된 김일철의 경우 1998년 이래 국방위원이 주요 국방 관련 부서의 책임간부급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제12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에 임명되지 못하리라 전망한다. 마찬가지로 북한군 2군단장 시절 개성공단 사업과 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북한 군부에서 ‘충성의 반역자’라는 평을 들은 김격식 전 총참모장 역시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춤으로써 국방위원은 물론이고 대의원으로조차 선출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명록·리용무·리영호·박도춘 등이 후보

따라서 제12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에 의해 임명될 것이라 예상되는 차기 국방위원 후보군은 이미 임명된 오극렬 부위원장을 비롯해 조명록 총정치국장, 리용무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리영호 총참모장, 박도춘 자강도책임비서, 주상성 인민보안상, 백세봉 제2경제위원회당책임비서, 전병호 당군수공업담당비서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다만 2008년 말 이후 북한 국방 관련 부서 담당자들의 교체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위 후보군 중 그 대상자가 있을 수 있다.

우선 당 작전부장이던 오극렬의 부위원장 이동은 젊고 강경 성향의 새로운 당 작전부장의 임명에 따른 배려 차원 이외에 건강이 좋지 않은 조명록 제1부위원장을 대신해 김 위원장의 대외 특사 역할을 맡기기 위한 조처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옛 소련의 프룬제 군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이자 북한군에서 몇 안 되는 합리적 군사 지휘관으로 ‘용장(勇將)’이라기보다 ‘지장(智將)’에 속하는 인물이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리영호 총참모장은 역대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이 모두 국방위원으로 임명되었다는 점에서 무난히 제12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부위원장 및 국방위원으로 임명되리라 예상한다.

박도춘 자강도당책임비서는 국방공업을 전담하는 국방위의 고유 업무 이외에 사망한 연형묵의 뒤를 잇는다는 점에서 최대 군수공장을 관리하는 그가 차기 국방위원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서해 NLL 인근의 황해도 해안포 부대를 관할하는 북한군 4군단장 출신의 주상성 인민보안상 역시 국방위원이던 백학림·최룡수 인민보안상처럼 국방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우선 입후보해서 당선될 경우 신임 국방위원으로 임명되리라 관측한다.

지난 2월12일 김 위원장의 원산 지역 현지 시찰 때 박명철 국방위 참사 임명이 확인되었는데, 그의 임명은 ‘조선체육지도위원장’ 직위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당내 새로운 국방 관련 부서 담당 직책을 부여받는 조건에서 임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조명록 제1부위원장이나 연로한 리용무 부위원장 등은 명예 지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리라 전망하나, 조명록 제1부위원장이 제12기 최고인민회의 회기 중에 사망한다면 합리적인 오극렬 부위원장이 국방위 제1부위원장을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로한 리용무 부위원장이 사망할 경우에는 과거 연형묵 부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김영춘 국방위원이 승계했듯이 당 군수공업담당 비서인 전병호 국방위원이 부위원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기자명 고재홍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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