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발 제2의 글로벌 금융 위기 도래한다고?
  • 이철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 호수 76
  • 승인 2009.02.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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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서유럽 국가 은행의 ‘동유럽 리스크’는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오히려 서유럽 경제는 수출 감소, 금융기관 취약으로 인해 ‘자체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동유럽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 시장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요동친다. 헝가리·라트비아 등은 이미 2008년 10월 말 이후 급격한 유동성 부족으로 ECB·IMF·월드뱅크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있으며,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발틱 국가와 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발칸 국가도 이미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거나 요청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동유럽의 이러한 금융 위기 심화가 서유럽으로 확산되어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제2라운드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한다.

   
ⓒ시사IN 신호철
동유럽 금융 위기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는 유럽중앙은행 모습.
동유럽 국가의 외채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제기되는데, 동유럽 국가들이 해외에서 차입한 은행 차입금만 약 1조8000억 달러에 이르고, 이 중 90% 이상이 서유럽 은행들로부터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부채 상황이 가장 심각한 국가는 라트비아로 GDP 대비 134%에 달하며, 헝가리와 에스토니아도 100%를 넘는다. 이러한 대외 부채가 대부분 해외은행 차입인데,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은행 대출 규모는 GDP 대비 94%이며, 불가리아와 헝가리도 60%를 웃돈다. 특히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더 심각한 상황으로 라트비아가 343%에 이르며, 에스토니아(330%), 헝가리(158%), 리투아니아(135%)도 위험한 수준이다.

이러한 우려로 동유럽 금융 시장은 최근 급격한 불안정성을 보이는데, 자국 화폐의 환율 절하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주가 폭락이 거듭되고 있다. 2009년 1월 초 이후 헝가리의 포린트화는 달러 대비 21.1%나 절하되었으며, 폴란드(18.8%), 루마니아(15.1%), 체코(15.0%)도 최근 환율이 급격히 절하되었다. 또한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동유럽 국가의 이와 같은 금융 위기는 2008년 10월 미국발 금융 위기 여파로 서유럽 은행들이 글로벌 신용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동유럽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면서 촉발되었다. 현재 위기를 겪는 동유럽 국가는 지나친 대내외 수지 불균형 등 거시경제 면에서 분명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취약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결국 동유럽 금융 위기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서유럽 금융기관이 동유럽으로부터 급격한 자금회수를 단행하면서 촉발되었고,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에 대한 신용경색이 더욱 두드러졌다.

체제 전환 이후 동유럽의 전형적인 경제성장 모델은 해외로부터 FDI(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해외은행 차입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해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IIF(국제금융연합회)에 따르면, 2007년까지 급격히 증가하던 동유럽으로의 자금 유입이 2008년 10월 이후 급격히 감소했으며, 2009년에도 신흥 시장국 가운데 유럽 국가로의 유입이 가장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동유럽 국가들은 최근까지의 전형적인 경제성장 모델을 지속하기 불가능할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은행들, 직격탄 맞아

   
자료:Eurostat·IMF·ECB(2007년)
한편 동유럽 국가들은 체제 전환과 EU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해 현재 서유럽 은행들은 동유럽 각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이 평균 80%에 이른다. 서유럽 은행들은 비교적 금리가 높은 동유럽 시장에서 그동안 상당한 수익을 올려왔으며, 동유럽의 기업과 개인도 비교적 금리가 싼 외화대출을 선호한 결과다. 그런데 최근 금융 위기가 깊어져 동유럽 국가는 자국 통화의 급격한 환율 절하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막대한 해외차입금에 대한 부담이 자국 통화 기준으로 더욱 가중되고 리스크 급상승에 의한 만기 연장의 어려움으로 외환보유고를 초과하는 단기외채의 상환 압력에 시달려야 하는 악순환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유럽의 금융 위기 심화가 서유럽으로 다시 확산될 것인가에 대해 좀더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2월17일자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최근 동유럽 금융 위기가 이 지역에 진출해 있는 서유럽 은행의 부실로 이어져 서유럽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즉 동유럽 금융 위기가 더욱 심해져 디폴트 상황에 처할 경우 이는 유로존 은행의 급격한 부실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서유럽으로 위기가 확산되어 제2의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유럽 금융 위기 심화로 부실이 염려되는 대표적인 유로존 은행으로는 오스트리아의 라이페이젠·에르스테방크, 프랑스의 소시에테 제네랄레,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 벨기에의 KBC 등을 들 수 있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오스트리아·벨기에·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의 은행들이 유로존 은행권으로부터 동유럽으로 건너간 해외은행 차입의 84%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 해외은행 차입의 50% 정도를 오스트리아 은행이 담당했는데, 동유럽 지역에 대한 오스트리아 은행의 대출은 GDP 대비 70%를 초과했고, 2007년 말 기준 오스트리아 은행 총자산의 26%에 이른다. 동유럽이 디폴트 상황에 직면한다면 이것이 오스트리아 은행의 급격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IMF의 분석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고는 서유럽 은행의 위험은 어느 정도 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다음으로 동유럽에 대한 대출이 많은 벨기에와 스웨덴 은행들은 동유럽에 대한 대출이 자국 GDP 대비 25%와 20%, 자국 은행 총자산의 10% 미만이다. 또한 프랑스·이탈리아·독일 은행들은 동유럽 리스크에 대한 노출 정도가 무시해도 될 만한 것이라고 IMF는 분석한다. 따라서 동유럽의 금융 위기가 서유럽 은행에 무시하지 못할 만큼 악영향을 미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연결고리로 동유럽 금융 위기가 제2의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염려는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동유럽 금융 위기, 쉽게 진정 안 될 듯

최근 깊어지는 동유럽의 금융 위기는 앞으로도 쉽게 진정되리라 보이지는 않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1997∼1998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와 같이 동유럽에서 동시다발적인 통화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인근 독립국가연합(CIS)인 우크라이나의 디폴트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경제 상황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게다가 아직 EU에 가입하지 못한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등 발칸 국가도 IMF와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벌인다. 이와 같은 동유럽 금융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려면 EU 차원의 적극적인 동유럽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지만 무디스가 제기한 서유럽 은행들을 통한 동유럽 위기의 서유럽 확산은 향후 그 가능성을 좀더 구체적으로 진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서유럽 경제는 동유럽 금융 위기의 여파보다는 오히려 영국·아일랜드 등의 금융기관 건전성 취약과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 같은 요인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최근에는 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등에서도 금융 위기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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