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

별이 졌다. 천주교인은 물론 모든 국민의 가슴이 무너졌다. 정작 떠나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은 아쉬울 것이 없다고 묘지에 썼다.

추기경은 조건 없이 용서하고,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었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 나라의 ‘큰 어른’ 대접을 받았다. 현대사에서 국민으로부터 그보다 각별한 사랑을 받은 이는 없었다. 역사의 고비와 길목에서 보여준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의 용기 때문이다. 추기경은 “본의 아니게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한가운데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실 추기경은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후배 사제들의 요청을 외면하거나 도망치는 ‘인간적 면모’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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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말년에 보수 신문들은 자기 하고 싶은 정권 비판에 추기경의 원론을 교묘히 이용했다. 이로써 국민의 추기경은 보수만의 추기경으로 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이 김수환 추기경을 병문안했다. 언론은 김 추기경이 이 대통령에게 “신문이나 라디오를 통해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내가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추기경을 모시는 한 신부는 “추기경님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떠나는 길에 언론이 북새통을 떨지 않았다면 추기경의 뒷모습이 좀더 아름다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약일까.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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