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징크스’에 더 이상 울지 않으리
  • 주장환 (한신대 교수·중국지역학과)
  • 호수 76
  • 승인 2009.02.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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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1959년부터 10년마다 체제를 위협하는 큰 사건이 터졌다. 올해에는 실업자 문제가 ‘9의 저주’를 부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제도 개혁 등으로 ‘예고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시사IN 안희태
지난해 11월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은 농민공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광저우 역으로 가고 있다.
중국은 ‘9’를 두려워한다.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9로 끝나는 해에 좋지 않은 큰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959년 티베트 지역에서 대규모 봉기가, 1969년 옛 소련과 무력 충돌이, 1979년 베트남과 전쟁이, 1989년에 톈안먼(天安門) 사건이, 1999년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 피폭과 파룬궁(法輪功)의 시위가 발생했다. 모두 중국 체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대규모 사건이었다. 2009년에도 어떤 악재가 발생해 다시 한번 중국을 뒤흔들지 않을까 하고 중국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영역은 도시와 농촌의 실업자 문제다. 도시에서는 약 1000만명에 달하는 대졸 실업자가, 농촌에서는 경기 둔화로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갈 곳 잃은 농민공 약 3000만명이 악재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사회 불만 세력으로 조직화할 경우, 중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지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견해다.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고 평가되는 톈안먼 사건의 배경에 대학생과 도시 노동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왜 8%로 잡았을까? 체제 안정에 필요한 실업률 통제가 가능한 최소 수준이 8%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해석이다.

현재까지 중국 경제는 예상대로 수출 전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이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전세계에 만연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되리라 보인다. 수출을 통해 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이를 예상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소비와 투자의 확대를 통한 위기 돌파라는 정책 기조를 잡았다. 그 핵심에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있다. 지난해 약 4조 위안(약 800조원)에 이르는 경기 부양 대책을 발표한 이후 좀더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와 구상을 내놓고 있다.

‘2억 농민공’ 양산한 호구제도 개혁

하나의 축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다. 한 예로 2월7일 세계 최장 천연가스관 공사를 착공했다. 이는 중국의 서부 변방 신장(新疆) 자치구에서 출발해 중국 남부 주(珠)강 삼각주와 홍콩 특별행정구를 잇는 서부대개발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서기동수(西氣東輸) 제2기 사업이다. 총연장 8700km에 이른다. 2011년 완공할 예정으로 모두 3000억 위안을 투자할 전망이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최근에 연이어 발표되는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중점 산업과 곧이어 준비하는 경공업 분야 지원책과 함께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투자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리라 예상한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부양된 경기가 대졸 실업자와 실직 농민공을 흡수해주기를 중국은 기대한다. 

   
ⓒXinhua
중국은 실업 대책의 하나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위는 2010년 열릴 예정인 ‘상하이 세계 박람회’ 관련 건설 현장 모습.
다른 한 축은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농촌 시장에 대한 소비 진작책이다. 한 예로 올해 2월 중국 정부는 ‘가전제품의 농촌 보급’ 정책을 발표하고 실행했다. 즉, 농촌의 소비자들이 냉장고·세탁기·텔레비전·에어컨 따위의 가전제품을 사면 정부가 제품 매입 금액의 약 13%를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또 이 정책은 앞으로 4년 동안 펴기로 했으며, 이로써 약 9200억 위안(약 184조원)의 소비 진작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밖에 상점이 드문 촌 단위에 ‘농가소점포’ 설립을 지원해 귀향 농민공의 일자리 마련과 낙후 지역 소비 진작을 동시에 도모하기로 했다.

도시에 대해서도 부동산 거품이 갑자기 빠질 경우 일어날 상황에 대비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대규모 가계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은행권 대출 이자를 최대 30% 정도 할인해주도록 시중은행에 지시했다. 이와 동시에 여러 가지 사회 불안 요인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될 것을 걱정한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음란 사이트 단속을 명분으로 각종 사이트 1만5000여 개를 폐쇄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쓴소리를 해온 다수의 정치·사회 문제 관련 사이트가 포함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사회 불안을 일으킬 만한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근본적인 제도 변화를 꾀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호구(戶口)제도 개혁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호구제도는 오늘날 2억여 농민공을 양산해낸 제도다. 즉, 현행 호구제도가 농촌 인구의 도시 이동을 사실상 금지했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온 농촌 출신 노동자는 막노동 등 궂은일을 하지만 임금·의료보험·자녀교육 등에서 불평등과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대표적인 도·농 차별제도로 비난받아왔다. 개혁의 방향은 도·농 간 통일적인 호구 등기제도를 만들고 호구의 이주 제한을 크게 완화해 인구의 합리적이고 질서 있는 유동을 유도하겠다는 것. 지난해부터 본격 제도 개혁에 들어갔으나, 최근 속도를 더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경제 위기에 동반된 사회 불안 위협 때문이다.

사실 중국 정부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실업률의 경우 현재로서는 중·장기적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분야 실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공의 지위를 합법화함으로써 그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즉, 대졸 실업자의 경우 다른 경기 부양책 등을 통해 일정 정도 줄일 수 있는 데 반해, 농민공은 그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도시민으로 편입시키고, 합법적으로 도시에서 필요한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실업률을 낮출 뿐 아니라, 제3차산업과 도시 하층 생산 구조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중국 실업률을 구성하는 양대 축 가운데 한 축은 어느 정도 그 위험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농민공의 경우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돌아간다 해도 더 이상 농촌 생활에 적응을 못해 도시로 다시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는 실정도 호구제도 개혁에 대해 결심하게 된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국내의 갖가지 경기 부양책과 제도 개선의 효과만큼이나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걱정이다. 한 예로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가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중국의 환율 ‘조작’ 문제를 기정사실화하자 중국은 한때 잔뜩 긴장했다. 그동안 민주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 민주당 정부와 그리 원만치 못해온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초반 기세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즉각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중국 상무부는 바로 반박 성명을 냈다. 이에 미국은 한 발짝 물러서며 아직 결론 내리지 않은 문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흔히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초반에 발생하는 중·미 관계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져 나왔다.

   
ⓒReuters=Newsis
중국 경제는 ‘수출 전선’에 이상이 발생, 고전하고 있다. 위는 광둥성 선전 국제터미널에 쌓인 컨테이너.
그러나 전문가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이러한 견해를 반박한다. 우선, 중국이 미국의 기존 질서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현재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 근거에는 중국은 국제적인 달러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이고, 미·중 간 경제 일체화의 수준이 예상보다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약 17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무역 흑자를 냈다. 개혁·개방 이래 이러한 종자돈이 중국 경제 발전의 원천으로 쓰여왔다. 중국 역시 만만찮게 미국 경제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GDP의 약 40%, 즉 약 1조7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중국 역시 온전치 못한 상황인 셈이다. 이러한 양국 경제 일체화 상황에다 현재의 세계적 금융 위기는 갈등보다는 타협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가리라는 해석이다.

다음으로,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중국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이 대부분 중국과의 갈등보다는 협력을 강조했던 제2기 클린턴 행정부 출신이라는 점도 미·중 관계가 대립 국면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마지막으로 2006년부터 시작된 중·미 간 전략대화가 경제 이슈만을 다루는 부총리급에서 경제 이슈를 넘어선 좀더 포괄적인 현안을 논의하는 총리급으로 승격됐다는 언론 보도 역시 양국 관계가 더 안정될 것이라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미·중 관계, 대립 국면으로 치닫지 않을 듯

실제로 이번에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을 순방하는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1월27일 국무부 기자실에서 “부시 행정부에서 시작한 전략 대화는 경제 대화로 바뀌었다. 중국과 좀더 포괄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 ‘포괄적인 대화’에는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언제나 양국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소수민족 지역에서 급변 사태가 일어난다거나 돌출 변수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양국 관계가 초기부터 삐거덕거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이 경제 위기 극복 등 다른 논의 사항과 함께 중국 인권 상황 역시 비중 있게 다루겠다고 밝힌 2월20일의 첫 미·중 전략 대화는 중요한 의미를 띤다.

현재 중국은 ‘9 징크스’를 극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 핵심에는 다양한 방식의 경기 부양책으로 사회 안정을 꾀하는 것, 좀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진행하는 것, 국제적으로도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하는 것 따위가 있다. 그동안 위기 상황에서 도약의 발판이 되어온 행운이 이번에도 찾아오기를 기원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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