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사는 임실 사태 예견했다”
  • 김은남 기자
  • 호수 76
  • 승인 2009.02.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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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안병만 교과부 장관(마이크 앞)이 2월16일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임실교육청 성적 조작 논란으로 충격에 빠진 일반과 달리 “교사 중에는 놀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중학교 교사 ㄱ씨(서울 강동구)는 말했다. 학교에 몸담고 있다면 누구나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단 학생부터가 시험을 원치 않았다. 일제고사에 백지 답안을 냈다는 서울 ㅅ중 김 아무개양은 “중간고사가 끝난 지 이틀 만에 또 시험을 보라니 너무 짜증이 났다”라고 말했다. ㅁ중 최아무개군은 “학원 선생님이 일제고사는 내신 성적에 들어가지 않으니 대충 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우등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사 ㄱ씨는 전교 4등 하는 학생이 OMR 카드에 하트 모양이 새겨지게끔 답을 그려 넣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주관식 답안지에 <삼국지>에 나오는 등장인물 이름을 차례로 적어 넣은 학생도 있었다. 

교사들도 시큰둥했다. 최근 해직당한 전교조 교사들처럼 일제고사에 문제의식을 느낀 소신파가 있었는가 하면 ‘이런 번거로운 짓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귀차니스트’도 있었다. 닉네임 ‘부정변증법’을 쓰는 한 교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교사들은 자기가 낸 시험문제라면 최선을 다해 채점하겠지만, 남이 낸 문제를 채점만 하라고 하면 매우 모욕적인 심부름으로 받아들인다”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주관식 문제를 채점하면 학교·교사마다 기준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애초부터 객관성·공정성을 보장받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교사를 감독할 교장, 교장을 감독할 교육청도 공평무사할 수 없었다. 공부 못하는 학교와 교육청에는 예산을 줄여 지급하겠다고 을러대는 판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급기야 지난 2월 초 각급 학교에 백지 답안지를 포함해 ‘전봇대 답안지’ ‘X자 답안지’ 등 불성실한 답안지를 빼고 일제고사 성적을 채점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문제의 핵심은 교과부가 MB식 국정지표에 따라 경쟁과 평가 원리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도 덜된 상태에서 과욕을 부린 것이라고 이영탁 새사연 이사는 지적했다. 교과부가 내세운 것처럼 ‘뒤처지는 학생 없는 학교 만들기’를 위해서라면 과거처럼 표집 검사를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같은 일제고사 방식을 고수하고 싶다면 평가 과정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가 수능 규모의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부정변증법’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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