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론과 정조는 결코 화해할 수 없다”
  • 이오성 기자
  • 호수 75
  • 승인 2009.02.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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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윤무영
이덕일씨(위)는 “독살설을 시골 야담 취급하는 것은 정치 공세다”라고 주장했다.
역사학자 이덕일씨(49)는 정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문가이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완결편을 펴낸 <조선왕 독살 사건>을 통해 ‘정조 독살설’을 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류 학계에서는 이씨의 주장을 ‘낭설’이라 평하는 학자가 많다. 그는 <시사IN>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조의 새로운 면을 접할 수 있는 사료가 발굴됐을 뿐, 독살설이 허구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 ”라며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조의 비밀 편지가 공개됐다. 어찌 보았나.
편지에서 드러났듯 정조는 아주 격정적인 사람이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인 노론과는 원칙적으로 화해가 불가능하다. 이번 편지를 가지고 정조 독살설을 무마하려는 것은 아직도 노론 당론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이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가 독살설을 뒤집을 수 없다고 보나.
그렇다. 내가 독살설을 연구하면서 든 한 가지 의문은 ‘왜 정조는 노론 벽파인 심환지를 내의원(內醫院) 제조로 그냥 뒀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편지를 통해 노론 벽파의 세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심환지를 국정 파트너로 삼았음이 밝혀졌다. 서로 ‘핫라인’이 필요했던 셈이다. 
 
정조와 노론은 정치적으로 결코 화해하기 어려운 사이였나.  
편지에 나온 대로 둘의 사이가 정말 좋았다면 둘 중 하나는 견해를 바꿨어야 한다. 노론 벽파가 ‘우리가 사도세자를 잘못 죽였다’라고 하든지, 정조가 ‘잘 죽었다’라고 하든지. 더욱이 정조가 죽자마자 심환지는 영의정이 되고 그의 정적인 정약용 형제는 귀양을 갔다. 그런 정황을 무시하고 편지 내용만으로 둘 관계가 좋았다는 건 다른 사료를 무시하는 일이다.

노론 벽파 후손들이 일종의 ‘역사 투쟁’을 하는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그들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문·역사학계에서 노론 벽파 후예의 세가 강하다.  이완용도 그 후손 아닌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독살설이 뭘 모르는 시골  노인이 떠드는 ‘야담’이라고 주장하는 건 정치 공세다.

정조 어찰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편지들이 아주 흥미롭긴 하지만 <조선왕조실록> 같은 사료 중 하나로 판단해야지, 이것 때문에 모든 걸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우리 사회가 200년 전에 정조를 죽인 이들의 논리에 모두 속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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