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학원 광고를 찍었다(사진). 이슈 초반 뉴스 기사가 인용한 소속 기획사의 의견에 따르면,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응한 광고”인데 “본인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신해철이 학원 광고를 찍었다’는 문장의 파괴력만 두고 보면 평상시 사교육 시장의 천박함을 지적하던 공공의 기억과 전적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논란이 일었다. 어느 누군가는 원래 그 정도 사람인데 뭘 새삼 놀라느냐고 조소했다. 혹자는 민주노총 성희롱 사건과 함께 진보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일종의 떡밥이라고, 왜 거기에 낚여 파닥거리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를 유사한 그림으로 함께 거론하는 건 억지다. ‘논객 신해철’의 맥락을 가지고 들어왔을 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인 건 확연해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해철의 짧은 해명이 발표됐다. “예상대로 반응이 불을 뿜네요. ㅋㅋ 명박 형님께서 사교육 시장에 에너지를 팍팍 넣어주신 결과, 엉뚱하게도 제가 득템~ 각하께서 주신 용돈 잘 쓰겠습니다! 길게 쓰긴 귀찮고, cf 역시 아티스트에겐 표현의 일종이고, 이번 광고 출연은 평소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의 연장이며, 평소의 내 교육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착각하시는 분들은 다음 글을 읽어보세요. 며칠 내로 시간 좀 나면 올리죠.”

요컨대 예술가로서 자의식을 투영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는 설명이다. 확정적인 평가는 여전히 유보해야 마땅하다. 누군가의 온전한 해명을 듣지 않고서 그 사람에 대해 평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단지 퍼포먼스였다는 설명만으로는 지금의 불같은 여론을 무력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해철이라는 아이콘은 늘 흥미로웠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갖가지 주제에 대해 말을 섞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마왕으로 군림하고, 그 캐릭터로 시트콤에도 출연하고, 그러다가도 차 트렁크에 여고생 교복을 가지고 다닌다고 밝힐 정도의 파격이 용인되는,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자유도를 가진 예술가다.

그의 문제의식은 늘 전체주의에서 발견되었다. 합당한 문제의식이라도 그것이 다수의 대중에게서 발견되는 것이라면, 신해철은 굳이 끼어들지 않았다. 이번 광고 논란이 진보주의자의 행동을 도덕적 잣대로만 판단하게 하는 다수의 프레임을 재고하는 계기가 된다면, 신해철은 여전히 ‘신해철’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해법이 궁금하다.

기자명 허지웅 (프리미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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