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가 먼저냐 알 권리가 먼저냐
  • 박근영 기자
  • 호수 75
  • 승인 2009.02.13 2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인터넷 포털업체 간의 ‘지도 서비스’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은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해외 포털 지도 서비스에 비하면 화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글맵스 위성사진(왼쪽)에서 볼 수 있는 청와대가 다음 항공사진(오른쪽)에는 없다.
다음은 애초에 픽셀당 25cm를 볼 수 있는 고해상도 항공사진을 서비스할 계획이었다. 항공사진 전문업체 삼아항업과 계약해 사진도 모두 확보한 상태다. 이 정도 해상도면 도로 이정표의 글씨까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이 정작 선보인 서비스는 픽셀당 50cm급 화질이었다. 네이버에서는 서울 등 일부 지역은 픽셀당 50cm급 항공사진을, 나머지 지역은 픽셀당 200cm급 위성사진을 볼 수 있다. 다음 관계자는 “‘지도체계와 활용에 관한 법률’을 들어 해상도를 낮추라는 정부기관의 요청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가 지리정보 세부분류 기준’에 따르면 위성·항공사진은 픽셀당 50cm를 초과해야만 공개할 수 있다.

다음은 해상도를 낮추는 작업과 더불어 몇 개 지역을 지도에서 알아볼 수 없도록 형태를 바꾸는 작업도 진행했다. 청와대가 있는 삼청동 지역은 산으로 만들었다. 다음의 항공지도만 보면 대한민국에 청와대는 없다. 청와대는 네이버 항공지도에서도 형태를 찾을 수 없다. 선명한 주변 지역과 달리 뭉개져 있다. 네이버 측은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항공지도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그렇게 처리한 사진을 보내왔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항공·위성사진을 일반인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진을 찍기 전에 목적을 설명하고 국방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진을 찍은 이후에는 기무사와 국정원의 보안성 심사를 거쳐야 공급업체에 넘길 수 있다. 국내 포털업체는 ‘보안성 심사’ 과정에서 몇몇 중요 시설을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지리정보 보안관리규정’에 따르면 ‘비공개’와 ‘공개 제한’ 등급의 지리정보는 이를 일반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 ‘비공개’ 등급의 기준은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다.

해외 사이트는 국내 법 규정에서 자유롭다. 구글어스가 청와대 등 비공개 등급 시설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이유다. 난센스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구글맵스와 같은 해외 사이트를 제약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법으로 국내 사이트의 항공 위성사진 서비스를 통제해도 해외 사이트에서는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국내법, 해외 사이트에는 적용 안 돼

측량법이 국제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지도 서비스의 추세는 ‘점점 더 자세히’로 수렴되는 중이다. 구글 재팬(www.google.co.jp)에서 도쿄 나리타 공항을 찾아봤다. 활주로에 서 있는 비행기에 적힌 항공사 이름과 편명, 비행기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형체까지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다음이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픽셀당 25cm인 항공사진을 준비했던 것도 구글과 같은 해외 업체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에서는 “인터넷 포털의 지도 서비스와 관련된 법 적용 범위는 현실을 고려해 장기적·종합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안보 관계자는 “완벽한 규제가 불가능하다고 법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해당 기관을 볼 수 있는 해외 사이트가 문제일 뿐 원칙적으로 위치가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기관을 지도에 표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이를 제재하는 국내 법규는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