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지도 전쟁 다음이 ‘일단 판정승’
  • 박근영 기자
  • 호수 75
  • 승인 2009.02.13 2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은 2년 전부터 새 지도 서비스를 기획하며 개발 과정에서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공개한 서비스는 ‘노가다의 결정판’이었다. 이들은 왜 ‘지도’에 사활을 걸었을까?
   
ⓒ시사IN 백승기
김민오 다음 로컬서비스팀장(위)은 “지도 서비스는 차세대 포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년 전 미국 멕시코만 진흙 속에 가라앉은 보물선의 위치가 파악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나단 스미스 씨가 30억원 상당의 금은보화를 실은 스페인 범선을 찾은 수단은 다름아닌 인터넷. 스미스 씨는 위성지도 서비스 구글어스로 텍사스의 아랜사스 패스 북쪽 지점을 검색하다가 바켄틴 지류에서 보물선의 윤곽을 발견했다.

인터넷을 통한 ‘보물찾기’는 국내에서도 가능하다. 블로거 JK는 항공사진으로 봐야만 알 수 있는 이색 명소들을 추천하는 포스트를 올렸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에는 수수밭 한가운데 그려진 거대한 ‘밀레의 만종’이 있다. 그는 다음의 항공지도 서비스인 ‘스카이 뷰’를 이용해 이곳을 찾아냈다.

지난 1월18일 다음이 새로운 지도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는 이보다 이른 1월6일 위성·항공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네이버·야후·파란·구글 등 국내 주요 포털업체들이 본격적인 차세대 지도 서비스 전쟁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다음의 성장에 주목한다. 인터넷 조사기관 메트릭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음이 새로운 지도 서비스를 선보인 1월19∼25일 이 서비스를 찾은 방문자 수는 310만명이었다. 2008년 12월29일∼1월4일 옛 지도 서비스를 이용한 방문자 수가 139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다음은 전 국토를 픽셀당 50cm급 항공사진으로 보여준다(1픽셀은 약 0.026cm). 네이버 역시 서울 지역에 한해 픽셀당 50cm급 항공사진을 제공하나 다른 지역은 픽셀당 2m급 위성사진으로만 보여준다. 한편 다음은 거리의 실제 모습을 360도 회전 화면으로 보여주는 ‘로드 뷰’ 서비스도 선보였다. 구글에서 미국과 일본 등지의 거리를 보여주는 ‘스트리트 뷰’ 서비스를 2006년부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이와 같은 시도는 처음이다.

2004년 지도 전문 사이트인 ‘콩나물 닷컴’에 지분을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은 지도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다음 측은 새 지도 서비스 구축 과정에 대해 ‘노가다의 결정판’이라고 설명했다. 품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비행기로 저공비행을 하며 전 국토를 촬영했고, 자동차·전동 스쿠터 등을 타고 다니며 거리 모습을 직접 찍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는 사진을 일일이 알아볼 수 없게 해상도를 낮추는 등 수작업을 벌였다.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만 1년여가 걸렸다. 네이버가 기획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6개월을 소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왜 지도 서비스에 다음은 이렇게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자했을까? 김민오 다음 로컬서비스팀장은 “지도 서비스는 하나의 콘텐츠가 아니라 포털을 이끌어갈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 포털 시장은 메일→커뮤니티→검색→블로그로 기반을 옮겨왔다. 이와 함께 그 플랫폼을 선점한 업체가 인터넷 포털끼리의 경쟁에서 크게 성장했다. 메일과 커뮤니티가 포털의 주요 서비스일 때는 한메일과 카페 서비스를 선보인 다음이 큰 호응을 얻었다. 검색 시대에는 네이버, 블로그 시대에는 미니홈피를 선보인 싸이월드(SK커뮤니케이션즈)가 급부상했다.

다음이 블로그 시대 이후 떠오를 포털 플랫폼으로 ‘지도’를 지목한 것은 IT 환경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PC를 중심으로 한 유선 인터넷 시대는 점차 모바일 시대로 변하는 단계에 있다. 다음은 모바일 시대에 가장 주효한 콘텐츠가 ‘위치 기반 서비스’라고 판단했다. 모바일 기기의 보편화로 생활에 IT 기술이 더욱 깊이 파고드는데 위치 정보가 그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블랙베리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면서 이와 같은 변화를 겪고 있는 해외 환경이 이를 확신하게 했다. 해외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한 노키아는 LBS(Location Based System·위치 기반 시스템)를 직접 구축하겠다며 10조원을 들여 노브텍을 인수했다. ‘구글어스’와 ‘구글맵스’로 온라인 지리정보 시장을 선점했던 구글은 지난해 9월 직접 위성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위치 기반 서비스’ 응용 분야 무궁무진

‘지도’ 서비스는 인터넷 포털업체가 이전에 제공했던 대다수 콘텐츠에 접목할 수 있다. 다음은 검색 결과에 위치 정보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인 UCC·블로그·커뮤니티·메일 등에 지도를 넣을 수 있게 해 지리와 정보를 결합한 새 포털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음은 새 지도 서비스를 모바일 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현재 애플 아이팟 전용 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해 등록해놓은 상태다. 2월 중 심사가 끝나면 국내 이용자도 인터넷에서 다운해 아이팟으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국내에 시판되면 곧바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국내 지리정보 시장에서 다음의 우위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지리정보 서비스는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기반을 갖추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은 이 점을 노려 2006년 말부터 새 지도체계 구축에 본격 나서는 한편, 이러한 전략을 철저히 보안에 부쳤다. 다음은 모바일용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인터넷에 제공 중인 지도 서비스도 빠르게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지역에만 제공하는 ‘로드 뷰’ 서비스를 확대해 2월 중 경기도와 6대 광역시, 3월 중에는 제주도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금도 매일 200여 명의 인원이 거리 사진에서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삭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픽셀당 25cm급 항공사진을 확보하고 규제가 풀리는 즉시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현행 법령으로는 픽셀당 50cm 미만 항공사진을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44쪽 딸린 기사 참조).

상당한 수익성도 예상된다. 벌써부터 다음에는 내비게이션 업체는 물론이고, 건설사·지방자치단체 등 수십 군데 업체에서 제휴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측은 “향후 1년간 수익이 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선점하고 앞으로의 사업에 이정표를 제시하면 장기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지리정보 산업의 수익성을 이미 감지한 상태다. 국토해양부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리정보 산업’을 지목해 향후 5년간 11조원 규모의 시장을 조성하고, 이 분야에서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