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동아시아 국가 간의 FTA를 의미하는 아세안+1 FTA가 완결 단계에 이르렀다.

2005년 7월 중국·아세안 FTA 상품협정 발효를 시작으로 2007년 6월에 한국·아세안 FTA 상품협정이 발효되었고, 일본과도 2008년 4월에 일본·아세안 EPA가 채택돼 현재 비준을 준비 중이다. 또한 아세안과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간의 아세안·CER(Closer Economic Relations, 1983년 체결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간의 무역협정) FTA가 2월 마지막 주에 정식 서명될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시아에서 아세안+1의 확산이 주목되는 이유는 아세안이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위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기인한다.

동아시아 경제 통합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지난 몇 년간 동아시아 국가 간에 활발히 진행되었다. 각국은 역내 경제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같이하지만 아직까지 경제 통합을 위한 실질 방안이나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역내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EU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거대 경제 블록이 형성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 통합 움직임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일본·중국의 주도권 다툼이 갈등 부르기도

우리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EU와 체결하는 한·미 FTA나 한·EU FTA도 분명히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이 한국의 총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국가 간의 비효율적인 교역 장벽을 걷어내는 경제 통합은 경제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EU·NAFTA·남미공동시장(MERCOSUR) ·GCC 등과 같이 지역을 중심으로 블록을 형성하면서 정치·경제적으로 보이지 않는 장벽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국가 간의 협력과 경제 통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 간에 존재하는 인종·문화·종교적 다양성과 역사적 갈등은 시작부터 경제 통합의 진행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 경제권의 경제 통합을 둘러싼 갈등과 보이지 않는 주도권 다툼은 역내 국가 간에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러한 와중에 동아시아 역내에서 아세안+1의 확산은 아세안을 매개체로 하는 동아시아 경제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중·일 3국(또는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까지)은 아세안과 FTA를 체결했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게 되었고, 각각의 FTA를 통해 상호간의 처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혹자는 현재의 아세안을 ‘경제 통합이라는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상황으로 묘사한다. 이는 동아시아 경제를 통합하는 데 아세안에 대한 기대와 중요성을 반영한다. 그러나 동시에 아세안이 문화적·종교적 다양성과 역사적 갈등을 지닌 동아시아 국가 간에 경제 통합을 추진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지녔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범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 도래와 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정책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지역 자유무역협정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특히 많은 아세안+1이 완결된 상황에서 이제 역내 자유무역협정은 이미 완결된 각각의 아세안+1을 포괄하는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리라 보인다. 따라서 향후 동아시아 경제 통합에 대한 논의는 좀더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명 김한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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