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기준’대로면 현인택은 네 번 낙마
  • 천관율 기자·최은정 인턴기자
  • 호수 75
  • 승인 2009.02.1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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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의 각료는 한나라당이 야당이 아닌 것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야당 시절 한나라당이 내세운 인사 검증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현 정부에서 살아남을 인사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시사IN 백승기
‘의혹 백화점’으로 불렸던 현인택 통일부 장관(위)이지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한나라 스탠더드’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한나라당은 정부가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주저앉힌 고위 공직자가 참여정부 시절에만 6명이다. 2005년 1월부터 3월 사이에는 겨우 석 달 만에 장관급 각료 4명을 줄줄이 몰아내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 병역 의혹, 논문 중복게재 따위 문제가 불거지기만 하면 끝내 낙마시키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를 두고 당시 언론들은 “도덕적 하자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라고 긍정 평가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낙마 또는 사퇴한 고위 공직자의 사례를 통해 ‘한나라 스탠더드’가 무엇인지 정리한 후, 이를 이명박 정부 이후 임명된 주요 각료에게 적용해봤다.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의 ‘원칙’을 유지했더라면, 청와대는 ‘내각 총사퇴’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주에 인사청문회를 거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현인택 통일부 장관·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현인택 장관은 사실상 모든 ‘한나라 스탠더드’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의혹, ‘자동 아웃’에서 ‘인지상정’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은 각료의 목을 날리는 단골 메뉴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장상 총리 내정자·장대환 총리서리·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 노무현 정부 때 이헌재 경제부총리·강동석 건교부 장관·최영도 인권위원장이 여기에 걸려 낙마 또는 사임했다.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를 두고는 당시 전여옥 대변인이 “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인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부총리가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의 핵심 증거는 위장 전입이었다. 투기 의혹을 받았던 각료의 낙마는 위장 전입 사실이 들통난 게 결정적이었던 경우가 많다. 한나라당은 위장 전입을 이유로 총리 후보 두 사람(장상·장대환)을 연이어 낙마시키는 ‘꼬장꼬장함’을 과시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MB 정부 주요 각료 중 자유로운 인사가 없다시피 하다.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땅 문제,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져 나오지 않은 각료는 군인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이상희 국방부 장관 정도다. 지난해 조각 당시 후보자들을 두고 부동산 논란이 불거지자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당시 이명박 당선자 대변인)은 “주거 환경이 좋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라고, 10년간 주장해온 내용을 뒤집었다.

지난주 인사청문회에 나온 내정자들 역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경기도 포천의 농지를 위장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부인이 농지를 편법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인택 장관은 17세 때부터 토지 거래에 나선 ‘부동산 영재’로 확인됐다. 3명 모두 ‘한나라 스탠더드’의 낙마 기준을 충족했지만 결과는 ‘초고속 임명’이었다.

병역·국적 의혹, 사흘 만에 장관 목 날렸다: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은 두 아들의 병역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장관직을 내놓아야 했다. 취임한 지 사흘 만이었다. 병역 문제와 직결된 이중 국적·국적 포기 문제 역시 주된 먹잇감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장상 총리 내정자와 송자 교육부 장관이 이 문제에 걸려 낙마했다.

   
참여정부 때 ‘한나라 스탠더드’에 걸려 낙마한 이헌재 경제부총리·김병준 교육부총리·이기준 교육부총리, 가까스로 살아남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왼쪽부터).
이 역시 MB 정부 들어 극적 반전을 맞는다. MB 정부 조각 당시, 13명(남성 후보자) 중 5명이 아들도 아닌 자신이 병역을 면제받았고, 전체 장관 후보자 15명 중 13명의 자녀가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거나 외국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나 자녀의 이중 국적 또는 국적 포기 문제가 불거지면 사퇴를 요구했던 한나라 스탠더드에 견줘 보면 내각 총사퇴 요구가 나올 법한 수치다. 지난주 인사청문회에서도 원세훈 국정원장 본인이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고, 현인택 장관의 아들이 미국 시민권을 가진 채로 미국 유학을 떠난 것 역시 병역 기피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논문 중복 게재, ‘제2 황우석 사태’ 걱정된다더니…
:2006년 8월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1개 논문을 2개로 부풀려 연구 실적으로 제출한 것이 적발되어 낙마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와 같은 ‘논문 중복 게재’가 낙마 사유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전여옥 의원은 “기자가 똑같은 기사를 신문에 두 번 쓰는 격이다”라고 꼬집었고,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제2의 황우석 사태’에 빗댄 논평을 내기도 했다.

MB 정부 들어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은 사라지기는커녕 스케일이 커졌다.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논문 5개를 학술지 등 12곳에 중복 게재했지만 청와대는 “직무 수행에 큰 하자가 없다”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현인택 장관 역시 BK21 사업 신청을 위한 연구 실적에 자신의 논문을 중복 게재했다는 의혹을 해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어디에서도 ‘제2의 황우석 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사람을 뽑을 때마다 굵직한 건수가 동시다발로 터지니, 정치권이나 언론이나 논문 정도로 싸울 겨를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어디 가고 ‘청와대 스탠더드’?: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적십자회비 미납과 국민연금 체납 문제가 걸려 한나라당에 ‘절대 부적격’ 판정까지 받았다가 살아났다. 당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일본은 국민연금 미납으로 장관 6명이 사퇴했고, 미국도 학자금 대출을 안 갚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적이 있다”라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이 문제가 됐다.

적십자회비 미납과 교통법규 위반 역시 현인택 장관에게도 해당된다. 현 장관은 네 가지 ‘한나라 스탠더드’ 모두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청와대는 “치명적 결격 사유는 없다”라는 얘기만 반복하며 서둘러 임명장을 줬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년 전 세금 298달러를 미납했다는 이유로 낸시 킬리퍼 성과관리최고책임자를 내보냈다. 어느 쪽이 글로벌 스탠더드인지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말했던 박재완 수석과 한나라당은 별다른 언급이 없다.

결국 인사청문회가 어떤 강제성도 없는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현행법상 장관과 4대 사정기관장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도록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당의 논평이 눈길을 끈다.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내정자에 대해 부적격 평가를 내려도 대통령의 장관 임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내정자의 적격·부적격 여부를 해당 상임위에서 의결에 부친 뒤, 그 결과를 대통령은 존중한다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주 민주당이 내놓은 논평같이 들리지만 아니다. 인사청문회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위의 말이 나온 것은 3년 전인 2006년 2월.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이재오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실질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개선하는 문제 역시 ‘한나라 스탠더드’만 제대로 적용하면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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