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자들로 구성된 MBC 공정방송노조(공정방송노조)가 주목된다. 2월4일 기자회견 때문이다. 공정방송노조는 이날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지금까지 MBC 프로그램이 ‘불공정’했고, 소유 구조도 공영보다는 민영이 낫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조선·중앙일보가 비중 있게 보도했다.

공정방송노조는 어떤 조직일까. MBC에서 부장급 이상, 보직을 맡지 않은 사람이 가입 대상이다. 다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는 MBC 노조와는 다른 조직이다. 따라서 대표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이 발표한 여론조사는 어떨까. 이번 조사에 참여한 공정방송 노조원은 모두 81명. MBC 본사에 1730여 명이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근무자의 약 4.6%가 참여한 셈이다. 이런 내용을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것도 놀랍지만, 이걸 대문짝만 하게 실은 조선·중앙일보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공정방송노조는 2007년 11월 MBC 선임자노조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당시 이를 주목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선임자들의 권익을 대변할 공식 조직이 없다는 게 출범 취지였는데, 공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MBC에서 이런저런 혜택을 충분히 받으며 사는데 ‘선임’이나 돼서 복지를 위해 별도 노조를 만드는 게 온당한가 하는 의문이 이들 앞에 던져졌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공정방송노조를 비중 있게 만든 건 조선·중앙일보다. 노조에 부정적이고 특히 방송사의 방만 경영에 날선 비판을 해왔던 이들 신문이 ‘간부+노조’가 결합된 이들에게 호의적이라니, 아이러니다.

ⓒ연합뉴스지난 2월4일 MBC 공정방송노조가 MBC의 소유 구조는 공영보다 민영이 낫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인사를 염두에 둔 행동인가

조선·중앙일보의 의도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MBC 프로그램의 불공정성과 소유 구조 민영화는 이들 신문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것이다. MBC 내부에서 노조라는 이름으로 대신 주장해주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표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노조라는 타이틀이다.
짚어야 할 건 공정방송노조의 의도다. 정확히 말하면 일부 집행부의 ‘정치적 의도’다. MBC 안팎에서는 오는 8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개편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많다. ‘친한나라당 성향’인 이사진이 다수를 차지할 경우 이후 단행될 MBC 인사에서 이들이 보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이미 KBS에 비슷한 전례가 있다. 공정방송노조와 비슷한 유형인 KBS 공정방송노동조합과 KBS PD협회정상화추진협의회 인사 30여 명은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국장·팀장 따위 요직에 기용됐다.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논의해 파문을 일으켰던 ‘강동순 녹취록’ 당사자인 윤명식 PD. KBS 공정방송노조위원장이었던 그는 녹취록 파문으로 정연주 전 사장 시절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병순 사장 이후 외주제작국장으로 발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KBS 사례는 MBC 공정방송노조 일부 집행부에게 충분히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역풍이 만만치 않다. 이들의 기자회견 이후 MBC에서는 비난 여론이 급등하고 있고, 공정방송노조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 탈퇴가 이어지더니 급기야 공정방송노조원들이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집행부의 일방적 의견과 독단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다.

MBC 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고, 공정방송노조가 그런 구실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사교양국 PD들의 성명처럼 “지난해부터 ‘선임자노조’는 그 존재 의미를 잃어버린 채 보수언론이 공영방송 MBC의 토대를 뒤흔들 때 이용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는 건 공정방송노조 ‘평노조원’의 몫이다. 이들을 주목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기자명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