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시사IN〉 신년 강좌 제5강을 ‘즐기는’ 청중.
질의·응답 시간에 청중은 두 강사에게 ‘분노와 절망을 누를 수 있는 상상력’을 구할 방법을 물었다. “인터넷에 글만 올려도 잡혀가는 이 세상엔 이제 분노를 표출할 창구조차 없다. 어떤 상상력으로 저항할 수 있을까?”(35·직장인) “마음이 황폐해졌다. 두 분은 어떻게 겁 없이, 느긋하고 낙관적으로 살아가시는지?”(40대 남성).

:절망을 누를 힘이 나올 곳이 아직 남았다. 학자들이 아닌 건 확실하다. 시민운동과 정치에서도 에너지가 다 빠졌다. 남은 건 텔레비전이다. 나 같은 사람 100명보다 강호동 한 명이 더 힘세다. 문화·예술가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10·20대 사람들도 아직 에너지를 갖고 있다.

조한:조급해하면 안 된다. ‘당장, 도저히 이 꼴을 못 보겠다’보다 ‘5년만 보자’가 나을 수 있다. 좀 늦어도 기반을 다져야 더 빨리 간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면,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사람들이 그간 나름대로 고충이 많았을 것이다. 페미니즘이 싫어 사이버 마초가 나오는 것처럼, 한이 쌓인 사람들을 관찰해볼 필요도 있다. 5년간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잘 노출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게 상상력이다.

:경제 전망을 계산해보니 꽤나 절망적이다. 이 정부가 끝날 즈음 1인당 국민소득은  5000~6000 달러 선까지 내려갈 것이다. 집을 팔아도 망하고 갖고 있어도 망하고, 빚이 있으면 무조건 죽고 빚 없어도 직업이 없으면 죽는다. 가족 다섯 중 둘은 실업자가 된다. 이렇든 저렇든 망한다. 다만, 정신이라도 문화로 풍족하게 채우면 경제가 좋아졌을 때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 말 한마디만 잘해도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지금이 바로 그 속담이 통하는 시기다. 

조한:GDP(국내총생산)라는 걸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난 30년은 예외적이었다. 오로지 풍요만 지속될 듯하던 그때 사고방식은 문제가 있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문제가 풀린다. 가족 한 명이 일해서 다섯 식구가 잘 먹고사는 구조는 비정상이 아니다. 나누면서, 기대면서 사는 게 습관이 된 사람들은 어려운 시기도 이겨낼 수 있다. 누군가가 이런 실험을 했다. 쥐 두 마리에게 똑같이 강한 물리적 충격을 주었다. 한 마리는 충격 후 포근한 엄마 품 같은 곳에서 충격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만들고, 한 마리는 철사에 붙어 있도록 했다. 똑같이 죽음의 상황에 직면하게 했을 때, 첫 번째 쥐는 여유가 있다. 두 번째 쥐는 빨리 죽는다. 이렇게 사람을 포근하게 품을 수 있는 돌봄과 측은지심이 있으면 절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