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현인택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기용한 것과 이런 인식 차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 내정자는 2007년부터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역을 맡아왔다. ‘비핵·개방·3000’을 비롯해 ‘MB 독트린’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현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 가운데 한 명이라 예고된 구원투수 후보군이었다. 여기에 통일부 장관 내정에는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이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는 “현 교수의 대학 스승인 한 외무부 장관이 그를 강력하게 추천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현 내정자는 남주홍 경기대 교수, 김우상(연세대 교수)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고려대 교수),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성균관대 교수),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등과 함께 핵심 참모 그룹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이명박 사단의 공통점은 현 내정자나 김태효 비서관처럼 정통 대북 전문가라기보다 국제정치 전문가라는 점이다. 또 미국 박사 출신이 많다. 미국 UCLA 정치학 박사 출신인 현 내정자는 북한 전문가라기보다는 안보와 한·미 관계를 주로 연구해온 보수 성향의 학자다. 시카고 대학 박사 출신인 김 비서관도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국제정치학자다. 이런 성향 때문에 비핵·개방·3000 등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특수성을 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이 대통령이 ‘통미봉남’을 신경 쓰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는 이들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통령의 한 핵심 인사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미국 박사 출신들이라 친미 성향은 부인할 수 없지만, 북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데 용미(用美)를 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