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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세상 잊으려 ‘명박도’에 놀러갈까

세상살이가 막막해서일까. 풍자가 다시 대세다. 비꼼과 촌철살인으로 답답한 세상을 우회하려는 이들의 재치에 수많은 이가 배꼽을 쥔다. 그들이 요절복통 끝에 던지는 마지막 한마디. ‘풍자는 풍자일 뿐, 오버하지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2009년 02월 10일 화요일 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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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닌텐도 게임기 같은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느냐”라고 지적하자마자 한 누리꾼이 ‘명텐도’라는 가상의 게임기를 개발해냈다.
전설의 섬 ‘명박도’에 가본 적이 있는가. 이 섬은 ‘물’이 유명하다. 섬의 두 봉우리에서 흘러나오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일컬어 각각 ‘어청수’와 ‘한승수’라 부르는데, 특히 관광 명소 어청수 주위에 성업 중인 대폿집 ‘물대포’가 인기 주점이다. 수질이 나빠 보통 사람은 외면하는 ‘강만수’도 있는데, 어떤 이들은 이 물에서 잡은 생선으로 ‘회’를 떠 먹기도 한다. 이름하여 ‘소망교회’다. 광물자원이 풍부한 명박도는 금의 일종인 ‘쌀 직불금’의 주산지로도 유명하다. 직불금은 일부 공무원·부유층이 마지막 한 점까지 죄 쓸어갈 만큼 값비싼 귀금속이었다.

명박도에는 ‘유인촌’이라는 마을도 있다. 명마 주산지인 이 마을의 말 이름은 ‘찍지마’. 보통 말은 “이랴” 하고 외쳐야 뛰지만, ‘찍지마’는 “씨바”라고 외쳐야 ‘성질이 뻗쳐서’ 뛰는 독특한 습성을 지녔다. 명박도가 어떤 섬인지 아직 활발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일부 고고학자에 의해 ‘김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밝혀졌다. 이 섬의 야트막한 산 ‘용산’에서 컨테이너 따위 여러 생활 도구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경찰특공대’ 고고학과에서 본격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시기에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 ‘명박산성’ 유적도 최근 발굴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삼국지>에 필적하는 역사소설 <어륀지>와 <한단고기>류의 역사서 <미국 쇠고기> 등에도 명박도와 관련한 서술이 등장한다.

위 글은 블로거 ‘mp4/13’이 1월28일 자신의 블로그(blanc.kr)에 올린 ‘명박도를 아십니까’를 요약한 내용이다. 1990년대에 유행한 유머 시리즈 ‘전설의 섬, ×도를 아십니까’의 2009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작품(?)이 ‘음담패설’이라면 이번 작품은 노골적 정치 풍자다. 언뜻 보면 철 지난 유행 같은 이 풍자에 수많은 누리꾼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고작 일주일 만에 누리꾼 추천을 3200여 건 받았다. 미네르바가 올린 마지막 글 추천 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곳곳에서 ‘명박도…’를 2차·3차 패러디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이처럼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2월2일에는 아예 ‘1차 개정판’까지 발표하기에 이른다. 명박도에서 새롭게 찾아낸 호수 ‘신지호’ 주변에 낀 구름이 ‘뉴타운’이라는 식이다. 누리꾼들은 ‘명박도…’를 아예 ‘장편 우화’로 공동 집필할 태세다. 

명박도·명텐도 등 포복절도 패러디 봇물

바야흐로 풍자의 시대다. 지난해 여름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로부터 촉발한 시민의 풍자 정신이 곰비임비 인터넷을 수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일러입니다. 거꾸로 돌아가니까요’ 같은 언어 유희는 물론이고, 영화 포스터 합성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영화나 CF를 합성한 ‘공들인’ 패러디도 부지기수다. 영화 자막이나 만화 대사와 꼭 맞아떨어지게끔 풍자해 ‘싱크로율’(실제와 패러디가 맞아떨어지는 정도) 100%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도 수두룩하다.

‘창작 속도’도 빠르다. 2월4일 ‘현장 비상경제 대책회의’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도 일본 닌텐도 게임기 같은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느냐”라고 지적한 일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이날 즉각 ‘각하, 닌텐도 같은 걸 만들었습니다’라며 어린이용 게임기 ‘명텐도’를 초광속으로 개발해냈다. ‘명텐도’ 게임기에는 왼쪽과 빨간색 버튼이 없다. 일본산 조명인 ‘뉴라이트’를 기본 장착, 어두운 지하 벙커에서도 손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게임기의 기본 메모리는 2MB, 다만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촛불시위대와 맞서 싸우는 ‘가카를 지켜라’ ‘방송국 점령 작전’ 두 편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게임 타이틀이다.

풍자 1순위는 단연 이명박 대통령이다. 아찔하게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것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이 만든 ‘MB 메일을 해킹했더니’라는 작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메일 송수신 결과가 나온다. 가령 이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무현아, 로그인하는 법 좀 가르쳐줘’라고 메일을 보내면 ‘나 좀 가만 내버려둬’라며 답장이 온다. 이 대통령이 비밀번호를 몰라 청와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했던 사건을 가상으로 풍자한 것이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후쿠다 일본 총리로부터 각각 ‘쇠고기 수입 굿’ ‘다케시마 우리 땅임 ㅋㅋ’라는 제목으로 도착한 이메일 역시 보는 이를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풍자 행렬에 이름 없는 누리꾼만 참여하는 건 아니다. 강풀·최규석·곽백수·손문상 등 유명 만화가 13인은 지난 1월19일부터 인터넷에 ‘MB 악법 반대 카툰 릴레이’를 전시하고 있다. 이들 만화가는 집시법·비정규직 보호법·수도법 개정안 등을 ‘악법’이라 규정하고 만화를 통해 그 까닭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22일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4대강 정비 사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직접 만든 자료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김 교수는 4대강 정비사업의 실체는 ‘물길 잇기가 아니라 물길 끊기다’라고 비판하며 엄숙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놀라워라’ ‘무서워라’ 같은 문구를 코믹하게 넣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 교수의 강의 내용은 ‘요절복통 대운하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회자된다.

   
ⓒ시사IN 윤무영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우리 사회 풍자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당시 시위대를 막기 위해 설치한 콘테이너 박스를 시민들은 ‘명박산성’이라며 비꼬았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대중의 자신감


특히 차고 넘치는 건 대운하를 소재로 한 패러디물이다. 일본 만화 영화 <은하철도 999>를 풍자한 <운하철도 999>가 그중 압권이다. 만화영화 주제곡을 개사해 ‘힘차게 달려도 부산까지 2~3일’ ‘역사 잃은 국민의 가슴엔 울화통이 솟아오른다’라며 비꼬는 등 박장대소할 만한 촌철살인의 노랫말이 가득하다.

풍자가 인터넷을 휘젓는 건 물론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정부 때도 종종 그래왔다. 분명한 건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풍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패러디물을 검색하면 집권 2년째 접어드는 이명박 대통령 패러디가 노무현 전 대통령 것보다 4배 이상 많다. 최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하는 등 정부의 ‘입단속’이 강화됐음에도 풍자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문화 평론가 이택광 교수(경희대·영미문학)는 “풍자란 ‘진실을 알고 있다’는 대중의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처럼 대중이 비록 힘은 약하지만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우월감이 있음을 방증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 ‘명박도를 아십니까’ 같은 옛날식 패러디가 인기를 끄는 건 결국 대중이 정부를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풍자마저 단속하려 든다면 정말 시대착오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풍자는 풍자일 뿐이므로, 가만 내버려두는 게 정부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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