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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하게 죽어가는 음악을 살리려면

모든 음악 지망생이 기형적이고 불안한 1조원짜리 시장에 삶을 걸고 있는 한국에서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사회적 기업’ 형태의 지원이 절실하다.

우석훈 (경제학 박사·<88만원 세대> 저자) 2009년 02월 10일 화요일 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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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아주 오래전 내가 문화경제학이라는 과목을 처음 공부할 때, 음악과 미술이라는 두 매체를 저장 방식과 복사 등 몇 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것을 매우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물론 복잡한 얘기는 아니다. 그림은 복사하기 어렵고, 음반은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음악 쪽이 산업화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그런 얘기였다. 분명 10년 전만 해도 그런 속성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에서 미술은 아직도 나름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점점 커나가고 있는데, 최소한 한국에서 음반 시장은 전체를 통틀어도 작은 중소기업 하나의 매출액밖에 안 될 정도로 완전히 죽었다. 물론 복사가 어려워서 아직도 시장을 유지하는 것 같아 보이는 미술도, 사실상 ‘문화 생산자’라는 관점에서는 음악만큼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차피 그림도 화가가 죽어야 제대로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이어서, 살아서 한우 등심을 맘 놓고 먹어보지 못하는 것은 음악과 마찬가지다. 한국의 문화계에서는 교수가 되지 못한 문화 생산자는 대체로 빚에 쪼들려 살고, 삼겹살에 소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07 문화백서>의 수치를 살펴보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대체로 4000억원 규모를 유지하던 국내 음반산업은 2002년부터 사실상 해마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2006년 848억원 규모가 되었다.

음반 시장 5년 만에 5분의 1로


   
자료: 문화관광부 2007 문화산업 통계
이 기간에 웃기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가수를 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 되었다. 정상급 여가수를 영화 시사회에 초대했는데, 덕담으로 “꼭 10만 장 파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서 좌중을 아주 당황하게 했던 적도 있다. 1000만 관객을 목표로 움직이는 영화계에서 관객 10만명이라니. 처절하지만, 마케팅으로 밀어내기를 제외하면 대다수 가수는 10만 장을 목표로 한다.

정부 자료에서는 그만큼 자세하게 통계를 찾아낼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사회과학 서적의 판매량이나 만화 단행본의 판매량이 대개 이와 비슷한 기준으로 움직이고, CD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세상 어느 나라 가수들이 딱딱하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사회과학이랑 똑같은 작동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가? 한국이 바로 그렇다.

물론 이것을 디지털화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실제로 대부분이 ‘컬러링’인 음원 시장 매출액을 포함하면, 그야말로 산업으로서 음악 시장 규모는 약간 성장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대체로 한국은 세계 20위권의 음악 시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독특한 노래방 문화와 컬러링 같은 유행에 민감했던 음원 시장은 사실상 ‘본원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음반 시장이 어느 정도 버티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버틸 수 있는가. 이 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이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라고 속 편하게 이해하는 것은 시장의 착시에 속는 진단일 수 있다. 1차 생산자가 안정적으로 버틸 수 없는데, 어떻게 그 파생 상품만으로도 계속 발전하는 산업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2001년에 25개이던 음반 도매상이 2006년에 3개로 줄었다. 소매상은? 2000개에서 300개로 줄었다. 이것도 벌써 2006년 통계여서, 최근 경향을 고려하면 전국에서 CD를 살 수 있는 음반 가게는 이제 300개도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러니 이 800억원도 안 되는 음반 시장에서 원더걸스니 비니 하는 가수들이 기획사와 함께 열심히 장사하고 있는 셈인데, 이게 산업이라 하기는 차마 민망한 수준이다.

어쨌든 2007년도 문화산업부의 문화산업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음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총소득, 즉 총 매출액은 2조4000억원 정도 된다. 좀 우스운 수준인데, 딱 잘라 이 중 절반이 ‘노래연습장 운영업’이라고 보면 된다. 즉, 이상한 경로로 노래방 접대부에게 주는 돈을 빼고 순수하게 한국 국민이 1조원 정도를 ‘건전한 노래방’에 쓰고 있고, 딱 그만큼이 공연을 포함한 음악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솔직히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다면, 이 정도 시장 규모에서 아날로그니 디지털이니 음원이니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습기는 하다. 그럼 어쨌든 음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몇 명인가? 전체로는 6만5431명인데, 노래방을 빼면 8675명, 어쨌든 1만명 안 되는 사람이 한국에서는 음악 산업에 종사한다. 아, 이 문화산업 통계를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여기에는 가수, 오케스트라 단원, 작곡자, 연주자 등등 정말로 우리가 ‘음악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는 빠져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강건우와 두루미는 물론 강마에도 빠진 수치다.

   
ⓒ뉴시스
2001년에 25개이던 음반 도매상이 2006년 3개로, 소매상은 2000개에서 300개로 급격히 줄었다. 위는 대형 서점 음반 코너.

음악인 88.5%가 수도권에 몰려


자, 우리가 지금 동호회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에 대한 대중문화 정책이 아니라 대중 음악 자체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결국 이 산업에 들어올 수 있는 돈은 기본적으로는 원천 시장인 800억원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금 정도다. 그러니 한국에서 음반이 가장 안정적으로 나오는 부문은 여전히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로 이어지는 클래식 시장이다. 가장 안정된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클래식 분야여서 그렇다. 음대에 입학하기 위한 레슨이라는 사교육 시장을 제외하면, 한국의 모든 음대생과 모든 음악 지망생은 이 기형적이고 불안한 1조원짜리 시장에 목을 걸고 삶을 건 셈이다.

이 숫자는 그냥은 커질 것 같지 않다. 지금 CD를 사지 않는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감동 받아서 CD를 마구 사는 일이 벌어질 성싶지 않다. 게다가 지금부터 수년간, 우리는 지독한 경제 위기를 통과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서울 홍대앞 인디 밴드들이 수년 전부터 천천히, 그리고 작년에는 급격히 힘들어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눈을 지방 쪽으로 돌려보자. 서울에 78.5%의 음악인이 모여 있고, 수도권으로 계산하면 88.5%가 여기 집중되어 있다. 전남·전북 이런 데도 0.4% 수준이다. 좀 너무하다 싶지 않은가?

음악의 현장성을 위해서, 한국에서는 음악 부문이야말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사회적 기업’ 형태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영화 <즐거운 인생>의 그룹 활화산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하고, 이런 모델들을 지역별로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아무 얘기 없는 지금의 음악인들에게 사회적 얘기를 만들어주고 그러면 안 될까?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나한테라도 한번 맡겨봐라. 지금의 400억원짜리 음반 시장을, 최소한 열 배 규모로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세대, 젠더, 지역, 그런 키워드로 얼마든지 다양한 얘기를 만들고, 지금처럼 음악이 ‘험블’하게 죽어가도록 하지는 않을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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