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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 공부하며 ‘진화’하는 살인마

경찰은 강호순을 어떻게 잡았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았다. 수사 기법이 노출되면 다른 범인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공부하는 범인에게서 ‘증거’를 찾아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박근영 기자 young@sisain.co.kr 2009년 02월 10일 화요일 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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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 유영철·정남규·강호순(위 왼쪽부터). 이들은 서로 범죄를 보고 배우며 ‘완전범죄의 길’을 가려 했다.
여자는 CCTV에 찍힌 더벅머리 남자를 보자 울기 시작했다. 가발에 마스크까지 썼지만 애인의 모습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본 경찰은 군포 보건소 앞에서 실종된 여대생을 납치한 범인이 그의 애인 강호순이라고 확신했다. 경찰은 이미 전날부터 강호순을 미행했다. 조사를 하는 동안 ‘이놈이다’ 하는 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그를 잡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증거’가 없었다.

강이 지난 1월24일 새벽, 범행에 사용한 차량을 불태우지 않았다면 증거를 찾아 며칠을 더 지루한 싸움을 했을지 모른다. 그는 “사건을 은닉하기 위해 차량에 불을 질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은 이 때문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증거가 차 안에 있다는 것을 경찰에 알려준 셈이기 때문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부터 방화를 동반한 범죄가 급격히 늘었다. ‘화재로 DNA 확인이 어려워 희생자를 찾기 어렵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진 이후다.

강호순, 완전에 가까운 범죄 저질러


강호순의 집 화장실 변기 물통에서 옷감을 자를 때 쓰는 전지가위가 나왔다. 군포에서 납치된 ㅇ양의 암매장 장면을 재연하던 강호순의 모습을 보고 용도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사체를 매장하기 전 열 손가락의 손톱을 잘랐다. 강은 “사체 손톱에서 나온 DNA 때문에 검거됐다는 기사를 보고 그렇게 했다”라고 밝혔다. 범죄가 모방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모방에 그치지 않는다. 진화한다.
같은 기간에 비슷한 사건을 벌이는 살인자끼리는 서로 관찰하고 의식한다. 유영철과 정남규는 각각 2003년 9월과 2004년 1월 서울에서 범행을 시작했다. 경찰에 먼저 잡힌 것은 유영철이다. 노래방 도우미 등 20명을 살해한 그에게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일명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는 정남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정남규는 나보다 더 센 놈이다. 아직도 안 잡히지 않았느냐.” 유영철의 답이다.

정남규는 13명을 살해하고 2006년 3월 경찰에 붙잡혔다. 정남규의 집에서 발견된 잡지에는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는 자신을 쫓는 경찰의 움직임까지 살폈던 것이다.
역대 연쇄살인자 중 강호순은 가장 완전에 가까운 범죄를 저질러왔다. 권일용 경위는 “그는 완전범죄에 이를 수 있는 시간까지 기다릴 줄 안다. 욕망을 참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살인범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을 차에 태우고 살해하기 알맞은 장소를 찾아갔다.

강호순은 경찰에 붙잡힌 이후 군포 여대생 살인사건 외 다른 경기 서남부 지역 부녀자 실종사건 6건에 대해 ‘모른다’고 일관했다. 그러나 결국 ‘증거’ 앞에 무너졌다. 증거와 사건의 연관성을 조목조목 따지자 한꺼번에 7개 사건을 모두 자기가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리고 강은 “내가 진심으로 뉘우쳐서 자백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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