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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보다 확실한 연쇄살인 예방책

김은남 기자 ken@sisain.co.kr 2009년 02월 10일 화요일 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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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사건 이후 경기 서남부 지역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증설할 계획에 바쁘다. 그러나 이수정 교수(경기대·범죄심리학)는 CCTV보다 교도소에 주목한다. 유영철·정남규·강호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범은 거의 모두 전과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미리 교도소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면 이들이 사회에 나와 활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가설이 성립하는 지점이다.

물론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진단하는 일은 간단치가 않다. 현재 한국에서 쓰이는 사이코패스 진단지(PCL-R)는 1980년 로버트 헤어 박사가 22개 항목으로 만든 진단지를 20개 항목으로 수정·변형한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는 진단지다. 단, 이를 자기가 풀고 채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진단지는 자격 있는 전문가가 개인을 90~120분가량 직접 면담하는 가운데 각종 개인 기록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가족 정보, 생활기록부, 직장·군대 평가, 경찰·수감기관·법원의 기록 등이 그것이다.

이 진단이 중요한 것은 수감자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모든 사이
   
 
코패스가 재범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출소 후 1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중 70%는 사이코패스다. 특히 성 범죄자인 경우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일반 범죄자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일부 법원에서는 재판 시 K-SORAS(성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법무부가 독자 개발한 도구) 결과와 더불어 사이코패스 진단 결과를 참조해 양형을 결정한다. 이를테면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상준)는 젊은 여성이 거주하는 원룸 등에 몰래 침입해 18명을 강간·성추행한 ㅂ씨에 대해 법정 최고형(22년6개월)에 가까운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ㅂ씨가 초범이긴 하나 죄를 범하고도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지각하는 등 심리 진단 결과를 종합했을 때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심리 진단 결과만으로 이들을 장기간 가둬놓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김상준 판사는 판결문에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재범 억제는 단순한 사회 격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좀더 면밀하게 범죄자의 성행을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교정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국내 교정기관에는 아직 성 범죄자나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 등을 위한 차별화된 교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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