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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 선거’ 깃발 들기는 들었는데…

자주 만나더니 정이 든 걸까.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사이의 ‘반MB 선거공조’가 구체화하고 있다. 법안 전쟁 국면에서부터 용산참사 항의 집회에 이르기까지 행보를 맞춰온 결실을 보게 될지 주목된다.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09년 02월 09일 월요일 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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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안희태
야 3당의 ‘스킨십’이 부쩍 늘었다. 지난 2월1일 용산참사 사망자 추모집회에 함께한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강기갑 민노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선수를 쳤다. 강 대표는 지난 1월30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면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를 포함한 그 어떤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라며, 사실상 4월 재·보선 선거공조를 제안했다. 대상은 민주당과 진보신당이다. 같은 야당 처지이긴 해도,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는 노선의 이질감이 크고 창조한국당은 재·보선에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낼 처지가 아니다. 

‘반MB 선거공조’라는 화두는 던져진 상태이고, 세 당 모두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4월29일로 예정된 재·보선까지 남은 80여 일 동안, 세 당의 행보는 미묘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의석 수와 지지 기반이 천차만별인 데다 각 당의 복잡한 속사정까지 얽히고설켰다.

민주당 “발등의 불부터 끄고 얘기하자”


민주당은 선거공조 문제를 테이블 한편에 치워둔 분위기다. 선거공조 이야기만 꺼내면 민주당은 겉으로는 “인사청문회와 2차 법안 전쟁이 예정된 2월 국회를 눈앞에 두고 무슨 한가한 소리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선거공조 논의가 뒷전으로 밀린 이유는 따로 있다. ‘정동영 변수’가 당장 발등의 불인 탓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4월 재·보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다. 2월 중으로 출마 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역구로는 ‘정치적 고향’인 전북 전주 덕진이 유력하다.

정세균 대표에게는 달가울 게 없는 소식이다. 민주당이 짜놓은 선거 전략이 뿌리부터 흔들릴 위험이 있다. 정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당의 ‘뉴플랜’을 보여야 하는 4월 재·보선에 ‘올드멤버’로 비치는 인물이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정 대표가)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할 것이고, 또 그렇게 안 될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저쪽(한나라당)에서 박희태 대표가 텃밭인 영남권에 출마할 것으로 보고 ‘구태정치’라며 공세를 펼 계획이었는데, 우리 쪽에서 정 전 장관이 전북에 나가버리면 완전히 그림이 헝클어진다. 수도권 선거가 꼬인다”라고 말했다.

‘정세균 리더십’에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도 정 대표는 부담이다. 당내에서는 정 전 장관의 ‘이른 행보’를 두고, 내년 지자체 선거가 다가오기 전에 당내 지분과 조직을 최대한 복원해야 대선 재도전이 가능하다는 초조함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자체 선거까지 당을 틀어쥐고 가겠다는 정세균 대표의 구상과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민주당 처지에서는 정 전 장관의 출마 문제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야 3당 선거공조론은 우선순위가 밀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주당이 선거공조론에서 얻는 것은 크고 잃는 것은 적으니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테이블에 앉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야 3당 선거공조론은 ‘인천 부평은 민주당, 울산 북구는 진보 정당으로의 단일화’를 기본 그림으로 한다. 수도권 승리가 절박한 민주당과 ‘노동자도시 울산 탈환’을 목표로 내건 진보 정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민주당의 한 경험 많은 참모는 “선거공조는 민주당 표에다 진보 정당 표를 단순 합산하는 효과가 아니다. ‘판’ 자체를 뒤흔들어서, 기존 정치 구도에 동의하지 못하고 떨어져나간 유권자를 불러오는 게 진짜 목적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재·보선을 지역선거가 아닌 ‘정권심판론’으로 몰고 가서, 특히 수도권 민심을 뿌리부터 흔들겠다는 얘기다.

   
ⓒ뉴시스
정동영 전 장관(위) 복귀는 민주당의 ‘뜨거운 감자’다.
반면 두 진보 정당의 눈은 울산 북구로 쏠렸다. 항소심에서도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이 지역의 윤두환 의원(한나라당)이 대법원에서도 형이 유지되면, 울산 북구 역시 재·보선 지역이 된다. 이곳은 17대 총선 때 민노당 조승수 전 의원(현 진보신당)이 당선했던, 진보 정당의 전략적 요충지다.

민노당 “선수는 쳤는데 조승수가 걸리네”


선거공조 논의를 처음 공식화한 민노당은 진보신당과 어떤 형식으로든 단일화를 이뤄내야 할 처지다. 문제는 진보신당에서 ‘조승수 카드’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데 있다. 민노당에서는 “조승수와 손을 잡느니 한나라당과 손을 잡겠다”라는 극단적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민노당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은 “처음 ‘종북주의’ 문제를 들고 나와 당을 깬 조 전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는 안 된다’라는 식으로 닫아놓고 얘기해서는 공조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일단 협상 테이블에는 앉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조 전 의원으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조 전 의원으로 단일화할 가능성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두 진보 정당의 울산 북구 단일화 논의가 험난할 것임을 짐작게 하는 모습이다(22쪽 상자 기사).

서울대 조국 교수(법학)는 한겨레신문 2월4일자 칼럼에서 “울산 북구 재·보선과 울산시장 지자체 선거를 ‘빅딜’하라”는 ‘훈수’를 뒀다. 울산 북구가 깨지면 전체 판이 깨진다는 위기감이 읽힌다. 사실상 민노당을 향해 ‘지자체 선거 단일후보를 보장받는 대가로 조승수 카드를 수용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다. 1년도 더 남은 지자체 선거 약속을 믿는 신뢰가 서로에게 있다면 차라리 합당을 하는 게 빠르다”라고 일축했다.

진보신당 “4월에 못 끼면 10월도 없다”


원내 진입이 절박한 진보신당 역시 선거공조론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진보신당 논평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논평이 부쩍 줄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선거공조의 판을 주도할 수 없는 당의 처지에서는, 공조의 흐름을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당장 4월 재·보선에서 당선자를 내는 것이 절실하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야 3당 공조 틀 안에 머물러야 10월 재·보선까지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에 재·보선 가능성이 있는 서울 은평을에 심상정 공동대표가 출마를 저울질한다고 알려졌는데, 이 지역에서 민주당의 양보 없이는 한나라당 후보를 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울산 북구의 선거공조를 어떤 식으로 처리해 ‘판을 깨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좁혀진다. 조직이 탄탄한 민노당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은 “노동자도시 울산의 후보를 뽑는 데 여론조사는 적절한 방식이 아닌 것 같다”라며, 당원과 현지 노조원 중심의 경선을 선호한다. 반면 대중적 인지도에서 앞서는 진보신당 조승수 전 의원은 “울산 북구는 외부 인구 유입도 많았다. 유권자의 의지가 우선 아닌가”라며 여론조사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모로 보나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나타났던 ‘박근혜 대 이명박’의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조직과 대중적 지지에서 각각 강점이 있던 양 진영은, 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은 물론 질문의 자구 하나를 두고도 옥신각신하는 신경전을 벌였지만 끝내 경선 룰을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한나라당이 보여준 협상력과 결단력을 두 진보 정당은 갖추고 있을까. 야 3당 선거공조가 성사되기 위한 최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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