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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앞에 선 후진타오의 한숨

대중 무역적자가 2500억 달러에 이르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는 등 오바마 정부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미국 하원에는 타이완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라는 결의안이 제출됐다. 미·중 관계의 미래는?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2009년 02월 09일 월요일 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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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ters=Newsis
오바마 대통령(오른쪽)은 후진타오 주석(왼쪽)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을 겨냥해 “세계적인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안절부절못하는 나라가 있다면 중국이 아닐까 싶다. 전임 부시 행정부는 미국 시장을 활짝 열어 중국산 상품이 한껏 들어올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의회 내 보호무역주의 바람을 잠재우는 데 일조했다. 부시 행정부는 엄청난 대중국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저평가된 위안화를 문제 삼긴 했어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부시 행정부는 일방적이고 오만하다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일방 외교’를 펼쳐 국제사회의 존경을 상실했는데, 이게 오히려 상승일로에 있는 중국의 위상을 높여줬다는 분석도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의회 내 보수파와 인권 단체들이 강력 반대하는데도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함으로써 중국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 유명한 중국통인 케네스 리버덜 미시간 대학 교수가 “중국이야말로 부시 대통령이 이임하는 것을 가장 슬퍼하며 그의 후임자에 대해 안절부절못하는 극소수 나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라고 지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바마,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에 매진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전임 부시 행정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역점을 둘 태세이다. 그래서 중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한 발언은 가뜩이나 경계심을 갖고 있던 중국 정부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비록 오바마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 파문을 가라앉히긴 했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미국이 처한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는 험난한 미·중 관계를 예고한다. 문제는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에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고, 중국도 바로 이 영향권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에 3127억 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미국에서의 수입액은 662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 처지에서 보면 무려 2500억 달러에 가까운 무역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1985년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600만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액수다.

중국도 교역 불균형의 심각성을 깨닫고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2005년부터 꾸준히 절상해 지난해에는 달러당 6.84위안까지 올렸다. 이는 과거 절상하기 전의 위안화에 비해 20%가량 오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는 생각이다. 미국 상품이 수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30일 후진타오 주석과 가진 통화에서 “세계적인 교역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도 오바마 행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하지만, 지금은 중국도 자기 코가 석 자다. 도시로 몰리는 수백만 노동자에게 중국 정부가 일자리를 마련해주려면 최소 연평균 8%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해는 최악의 경제난 여파로 성장률이 5%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심각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6.8%로 전년의 13%에 비해 뚝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586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촉진안을 발표한 것도 위기가 심각함을 반영한다. 게다가 최대 수출국인 미국 경제가 좋아야 중국도 종전처럼 무역 흑자를 누릴 수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제재법안이 여러 건 상정돼 있다.

이처럼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무역 불균형 문제가 일단 최우선 과제로 등장했지만, 반대로 중국 정부의 핵심 관심사는 타이완 문제다. 중국은 타이완을 주권국이 아닌 부속 도서로 간주하고, 전임 부시 행정부를 포함해 역대 미국 정부도 이런 중국의 정책을 존중해왔다. 다시 말해 중국은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대미 관계 발전을 타이완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 정책과 연계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중국으로 하여금 신경이 바싹 곤두서게 만드는 것은 미국 의회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친타이완 의원이 포진한 미국 의회에는 공화당 존 린더 하원의원이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 타이완과 외교 관계를 수립할 것을 촉구한 결의안을 제출한 상태다. 물론 이런 결의안이 통과된다 해서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해온 미국의 기존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전무하지만 새 행정부 들어 이런 결의안이 제출됐다는 것 자체가 중국으로서는 신경이 거슬리는 일이다.

   
ⓒReuters=Newsis
지난 1월22일 첫 출근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가운데)을 환영하는 국무부 직원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까지 타이완 문제에 대해 공식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러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3월 그는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마잉주 주석이 야당 후보를 이기자 “미국은 민주 타이완과 신뢰와 지원의 관계를 다시 수립해야 한다”라며 사뭇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타이완 문제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좀더 분명히 드러나리라 외교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미·중 관계, 심각한 손상 없을 듯


외교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설령 무역 불균형과 인권 문제 따위로 중국과 마찰을 빚을 수는 있겠지만 부시 행정부가 다져놓은 우호적 미·중 관계를 심각히 손상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우선 양국의 교역량이 말해주듯 미국과 중국은 해가 갈수록 서로 의존 관계를 맺어가고 있는 데다 지구 온난화와 북한·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포함한 지구적 현안과 관련해 서로 협조 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는 초기에 중국에 대한 무역상의 최혜국 대우 여부를 인권 개선과 결부했다가 긴장을 불렀지만 나중에는 이를 분리하고, 미·중 관계를 ‘동반자 관계’로 자리매김했다. 전임 부시 행정부는 출범 직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했지만, 말기에는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바마 행정부가 미·중 관계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나갈지 아직은 윤곽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반면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은 물론이고 원자바오 총리까지 나서 미·중 관계의 발전을 적극 강조한다. 베이징 대학의 자칭궈 교수는 AFP 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중국 정부는 앞으로 점점 친숙해져가면서 미·중 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라고 낙관했다. 특히 그는 양국 정부가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이미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 최고위급의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져 주목된다. 2월 초 요미우리 신문이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의 상호 방문을 계기로 양국 현안을 정례적으로 논의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무역 문제와 관련해 장관급 전략경제대화(SED)를 열고 있고, 국무부 부장관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참석하는 고위 대화도 정기적으로 갖는다. 따라서 기존 대화보다 한 단계 격상된 미·중 대화가 이뤄진다면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미·중 관계도 다소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전임 부시 행정부 이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부시 행정부 시절 시작된 미·중 전략 대화는 경제 대화로 전락했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과 포괄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밝힌 것도 미·중 관계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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