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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 몰고올 ‘불평등의 제도화’ 반드시 막아라

마이너스 성장이 시작되면 ‘부를 분배하는 방법’ 혹은 ‘소득과 이윤을 창출하는 제도’를 놓고 계층 간 분쟁이 시작된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리세션 시대에 한국이 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았다.

구본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09년 02월 09일 월요일 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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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ters=Newsis
신자유주의 시대는 부의 불평등을 가속화했다. 위는 미국의 노숙자가 워싱턴에 있는 한 벤치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모습.
지난해 4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5.6%였고, 올해 들어서도 ‘경상수지 적자 반전’이니 ‘수출 급락’이니 하는 부정적인 소식이 들린다. 본격적인 리세션(recession) 국면이 진행 중인 것이다.
리세션은 사회적 부(富)의 총량이 증가하기는커녕 감소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런 사정으로 사회적 부와 미래의 소득 흐름을 둘러싼 계층 간 갈등이 격렬하게 진행되는 국면이기도 하다. ‘부를 분배하는 방법’ 혹은 ‘소득과 이윤을 창출하는 제도’ 그 자체가 이익 세력(예를 들면 노동·자본) 간의 분쟁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1930년대의 대공황에서 1980년대 중반 이전의 시기에 나타난 경제 위기 국면은 노동자와 서민에게 비교적 유리한 사회경제적 제도로 이어지는 경향을 띠었다. 복지국가의 탄생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로 불리는 1980년대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선 미국의 경우를 보자.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 미국에 리세션 현상이 나타난 것은 2001년이다. 이같은 경기 침체기는 다음 해인 2002년 상반기 정도가 되면 극복된 것으로 평가되곤 한다. 전체 성장률이 ‘V자 형태’(짧은 기간의 경기 침체와 즉각적인 경기회복)로 회복된 성공적인 리세션 극복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는 불평등을 현격히 증가시키는 제도가 정착된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 GDP에서 ‘임금 소득의 몫’ 감소


미국 GDP에서 임금 소득의 몫은 199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GDP에서 임금 소득의 몫은 2001년을 정점(49.5%)으로 감소 추세에 들어가고, 2006년 1분기에 이르면 미국 상무성 통계가 발표된 이후 역사상 최저치(45.3%)에 도달한다. 이에 반해 GDP에서 차지하는 기업 이윤의 몫은 2001년 7.8%를 저점으로 계속 상승해 2006년 1분기에는 10.3%까지 치솟는데, 이는 1960년대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한편 미국에서도 ‘고용의 풀(pool)’이라 할 수 있는 중소 제조기업의 지위도 리세션 시기를 경과하며 계속 낮아진다. ‘500인 이하 중소 제조업체’가 ‘비농업 기업’ 부문의 이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16.6%에서 2004년에는 15.25%로 떨어지는 것이다.

가계 차원의 불평등도 급격히 증가한다. 자본소득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51.8%에서 2003년 57.5%로 증가하는 반면, 하위 80%의 비중은 16%에서 12.6%로 감소했다.

분배상의 불평등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대부분 2001년에만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시기에도 지속되는 것은 이 시기를 전후해 소득의 불균등성을 고착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불평등의 제도화’는 경제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추진되었던 각종 제도 개혁의 결과였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1년 ‘경제성장 및 감세를 위한 법률’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 법률을 통해 최고 소득층의 일반 소득세율을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4.6% 낮췄다. 퇴직연금을 사적 개인퇴직 계좌로 전환하는 것을 유도하는 조처도 이 법률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정책들은 물론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의 연금 부담을 완화하며, 자본시장을 부양함으로써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종류의 정책이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한 결과인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적자의 확대-가계부채의 증대-소비의 침체 등이 현재 미국 경제 위기의 주 요인이었다는 것이 갈수록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잘 알려져 있듯이,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겪었다. 이 중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가 리세션, 즉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때다. 일본 경제 역시 이 시기를 지나면서 ‘부의 불평등한 분배 구조’가 제도화된다. 최근 일본판 비정규직인 ‘파견 사원’ 계층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20세기 초반의 ‘노동소설’인 <게공선>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현상은 이 시기에 시작된 것이다.

이전 일본 경제의 특징은, 간단히 표현하면 기업-은행-노조 간 강한 유착을 통해 비교적 평등하고 생산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건설한 것이었다. 예컨대 기업은 은행과 주식을 상호 보유하면서 협력했고, 이 과정에서 안정적 자금 순환과 장기적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다. 또한 노동자들은 기업에 헌신하는 대신 종신고용제를 누렸다. 이는 일본식의 사회적 타협과 복지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노숙자가 양산되는 까닭


그러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리세션을 겪으면서 기업-은행-노조 간의 긴밀했던 상호관계는 상당 부분 해체되었다. 새로운 주식소유 관련 법안이 도입되면서, 기업 간 상호출자가 감소했다. 또 합병·매수(M&A)를 촉진하는 제도의 도입으로 ‘주식가치 올리기’를 지상 목표로 삼게 된 기업은, 과거의 장기 투자 대신 단기 투자와 배당률 높이기에 골몰했다. 정부는 재정지출과 공공투자를 축소하는 한편, 은행의 부실채권에 대한 평가를 엄격하게 시행함으로써 자금순환을 단기화했다.

고용 부문에서도 희망퇴직·해고 비율이 증가하면서 ‘파견 사원’ 등 불안정 고용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안정적 고용구조(종신고용제)가 사회복지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현재 일본에서 빈곤층 가구의 비율이 15%(2005년)에 이르고 노숙자가 양산되는 현상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결국 2000년대 초의 리세션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시스템 전환의 결과인 것이다.

경기 침체를 탈출하기 위한 주요 조건 중 하나는 ‘사회적 통합’이다.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인 투자 감소·소비 감소·신용 경색 등은 결국 사회적 신뢰의 추락이 빚어낸 결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 미래 살림살이의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증가할수록 침체로부터 탈출은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된다. 리세션 기간에 불평등과 불신을 제도화했던 미국과 일본의 현실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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