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카스 무데·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 지음, 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펴냄

“포퓰리즘은 기생한다.”
내가 하면 정책이요,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다. 우리 정치인들의 흔한 이중 잣대다. 그럼 어디까지가 정책이고 어디서부터 포퓰리즘일까. 저자는 유럽의 극우 정당,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대통령, 미국의 티파티 등 현대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운동을 두루 살핀 뒤 포퓰리즘을 규정한다. 포퓰리즘은 ‘순수한 민중’과 ‘부패한 엘리트’로 진영을 나누고, 정치란 민중의 일반의지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를 모은다.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의 적으로 성장하는 비결은 다수결 원리와 소수자 권리를 조화시켜야 하는 민주주의의 난제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은 여기에 기생해 불만을 키우고 이들을 결집시킨다.

 

 

 

 

 

문화어 수업
한성우·설송아 지음, 어크로스 펴냄

“한 선생님은 영 꽝포쟁이임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 꽝포인지 알기 어렵잼까?”

언어학자가 ‘꽝포쟁이(허풍이 많거나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가 되기를 자청했다.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한국어 방언 및 말소리 연구자로 여러 차례 중국 현지를 조사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북한의 방언과 인연을 맺었다. 한 지역의 말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그 지역에 머물러야 하지만 북녘은 갈 수 없는 땅. 그래서 ‘가상의 평양 체류기’를 써내려갔다. 설송아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북한 평안남도 출신인 설 기자는 2011년 한국에 입국했다.
방언 연구를 위해 평양에 체류하는 가상의 인물 ‘한겸재’ 교수와 그 가족들이 주인공으로, 이들이 북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식사 시간, 호칭, 두음법칙, 은어, 스포츠 용어 등 ‘문화어 수업’ 20강이 펼쳐진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세종서적 펴냄

“그것은 어떤 종류의 감정인가? 동물은 그것을 어떻게 느낄까?”

버스에서 키스하는 커플이 입으로 껌을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열두 살 소년은 자신에게 지나친 관찰 습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년은 ‘일부러라도 거기서 시선을 돌려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는 주변을 살펴보는 전체적인 관찰’로 시야를 확장한다. 소년은 동물행동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학자로 성장한다.
저자는 침팬지와 보노보 등 영장류의 표정과 제스처를 지켜보고 기록해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애도·공감·혐오감·권력의지 등 몇 가지 감정 키워드를 꼽아 ‘과연 그럴까?’라고 반문한다. 그렇다고 ‘동물도 사랑을 느낀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막연한 서술 역시 거부한다.

 

 

 

 

 

 

 

 

중국이 싫어하는 말
정숙영 지음, 미래의창 펴냄

“1989년 6월4일에 발생한 톈안먼 사건은 중국에서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금기 중의 금기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가 뜨겁다. 울상을 짓는 건 시민들만이 아니다. 홍콩 시위를 지지했던 기업들에 중국의 ‘불매운동’이라는 불똥이 튀었다.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홍콩 시위에 가담한 뒤 주가가 4.9% 떨어졌다.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직원들은 불법 집회를 지지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도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가 중국의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비슷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왜 타이완 출신 연예인은 방송에서 타이완 국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사과했나. 홍콩과 중국을 나란히 병기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 때문이다. 유독 중국이 싫어하는 말들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메리 파이퍼 지음, 서유라 옮김, 티라미수더북 펴냄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 일어났던 갖가지 좋은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을 두 단계로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전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 젊은 노년(Young-old age)과 건강이 악화되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살 수 없는 늙은 노년(Old-old age)다. 저자에 따르면 더 많은 노인이 그 두 단계 사이에 있다. 기술은 예상보다 많은 노인들을 ‘2차 성년기’를 경험해야 하는 세상으로 데려다 놓았다.
노인 중에서도 저자가 특히 관심을 둔 쪽은 ‘나이 든 여성’이다. 연령에 따른 차별과 성별에 따른 도전에 함께 저항해야 하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고정관념 해체를 시도한다. 노화에는 언제나 상실이 따르지만, 우리 안에는 이를 마주하고 행복을 만들어나갈 용기 역시 있음을 곡진하게 들려준다.

 

 

 

 

 

 

 

 

코끼리에 올라타라
신시열 지음, 이콘 펴냄

“인도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인도에 대한 이야기는 퍽 극단적이다. 중국에 버금가는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지닌 국가라는 기대와, 지저분하고 무질서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기꾼 천국이라는 비하가 공존한다. 어느 쪽에 방점을 두어 설명하든 한 가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인도를 아직 잘 모른다.
저자가 밝히듯 일본의 경우 인도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50여 곳이다. 관련 학자가 수백명이다. 반면 우리는 겨우 두어 곳. 그것도 주로 언어 교육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인도의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잘 모른다. 인도의 한국 기업에서 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인도 비즈니스 입문서’다. 정치부터 문화까지, 인도 전반을 다룬 ‘인도 입문서’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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