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테이크 속에 보물이 있나니…
  •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 호수 623
  • 승인 2019.08.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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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아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케빈 카터는 현장에 늦게 도착한 탓에 다른 기자의 아웃테이크를 빌려 마감했다. 사진은 영화 <뱅뱅클럽>의 한 장면.

 

아웃테이크(outtake)는 영화, 음악, 텔레비전, 쇼, 게임, 그리고 사진 등과 같은 창작 분야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다. 영화 혹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최종 편집 때 제외된 촬영분을 말한다. 만약을 대비해 여러 번 촬영한 것들 중 한 부분이거나 NG가 나서 사용되지 못한 부분을 포함한다. 촬영팀은 여분으로 필요 이상을 촬영해두기에 아웃테이크는 넘쳐나기 마련이다.

아웃테이크는 ‘감독판’ 같은 또 다른 에디션을 위해 사용된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출시될 때 팬서비스 차원에서 삽입된다. 가장 유명한 아웃테이크는 청룽(성룡) 영화에 매번 나오는 NG 장면과 픽사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한 영화이다. 픽사 영화는 ‘실제’ 아웃테이크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재미를 더하기 위해 만든 부분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음악의 아웃테이크는 최종 앨범에 사용되지 않은 리코딩 부분을 의미한다. 이런 부분은 팬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인터넷에서 유통되기도 한다. 물론 아티스트 본인이 홍보용으로 아웃테이크를 모아 미발표 곡 앨범을 발매하거나 한정판을 만든다. 아웃테이크 곡을 모은 앨범이 때로는 가수의 최고 작품이 되기도 한다. 밥 딜런의 아웃테이크 곡을 모은 앨범 9장은 불후의 명곡으로 남았고, 다른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다.

사진은 어떤가? 사진에서 아웃테이크는 주로 출판되지 못한 사진을 의미한다. ‘B컷’이라는 용어와 혼용해서 사용된다. 즉, 사진가가 일하는 미디어를 위해 선택하고 남은 사진이다.

사진 에이전시에서는 아웃테이크가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타임>이나 <뉴스위크> 같은 언론사는 자신들의 지면에 게재된 사진을 일정 기간 다른 곳에서 출판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럴 경우 에이전시는 동일 사건의 사진을 쓰고 싶은 언론사에 아웃테이크를 재편집해서 판다. 사진가에게도 그만큼의 이익이 배당되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순간 삭제’를 자제해야 하는 까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기간에 활동한 포토 저널리스트 4명의 실화를 담은 <뱅뱅클럽>을 보면, 아웃테이크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나온다(<뱅뱅클럽>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중요한 장면을 촬영하지 못한 포토 저널리스트가 급하게 회사에 제출하느라 현장에 있던 다른 기자에게 아웃테이크를 빌린다. 재밌는 것은 이런 사진이 때로 특종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럴 땐 자기 사진이라고 밝힐 수도 없으니 난감한 일이다.

사진 분야에서 진정한 아웃테이크가 있을까? 1990년대 초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한 사진 전시회는 현상소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소비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사진만 모아 보여주었다. 그 결과는? 기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도저히 볼 수 없는 놀라운 사진들이 미술관 벽면을 가득 채웠다. 사용하지 않고 처박아둔 사진 속에 얼마든지 보석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전시였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이제 촬영한 사진을 LCD 화면으로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지운다. 아웃테이크라는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고 사라진 사진 중에서 ‘불후의 명작’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순삭(순간 삭제)’은 이 같은 진리를 망각한 행위일 수 있다. 잠시 판단을 유보한다고 해서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사진은 촬영한 사람의 분신, 아니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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