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을 일구고 재산과 물건을 늘린다. 안락한 집과 안정적인 소득을 갈구한다. 식구와 살림이 늘면서 소비는 물과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지고 차츰 불필요한 것들이 쌓인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렇게 소유라는 연료로 작동한다. 우리는 대개 그렇게 살다가 삶을 마감한다. 여행작가 박건우씨(35)는 통상적인 삶과는 반대로 살아왔다. 음악가에서 여행자로, 다시 여행작가로 삶의 지평을 넓혔다. 2009년, 타이의 한 여행자 숙소에서 만난 아내도 베테랑 여행자였다. 함께 여행하며 성장하는 삶을 약속했다.

 

여행은 늘 짐과의 싸움이었다. 10년 넘게 여행 가이드이자 여행자로 살며 그는 간소하게 사는 방법을 체득했다. 불필요한 물건은 최대한 사지 않았고,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양질의 것을 사서 최대한 활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뒤늦게야 자신이 지향하는 삶이 미니멀리즘과 맞닿는다는 걸 알게 됐다. 언제 어디든 곧장 떠날 수 있게 주변을 차츰차츰 비웠다. 대신 다양하게 경험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았다. 올봄에 출간한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에도 그런 경험이 녹아 있다. 부부가 함께한 타이완 도보 여행기에서 박 작가는 ‘걸으며 사랑하며 감사하는’ 법을 차츰 익혀나간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보여준 환대와 이들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진다.

ⓒ시사IN 조남진


올해 초부터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영상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박 작가의 유튜브 채널 ‘미니멀유목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이 퍼졌다. 미니멀리즘과 노마디즘. 자신을 설명하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서툴지만 착실하게 영상으로 담았다. 호화 크루즈 인솔자 생활의 고단함을 풀어내거나, 짐 없이 빈손으로 여행하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특히 전 재산 27만원을 가지고 지금의 아내에게 청혼한 영상은 43만 뷰를 기록했다. 불과 반년 만에 박 작가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 5만5000명을 넘었다. 사람들은 독특하면서도 자기 철학이 분명한 박 작가의 삶에 호기심과 응원을 보냈다.

“영상 찍을 때마다 항상 이렇게 얘기해요. 누군가에게 제 방식이 맞는다고 강요하고 싶진 않다고요.” 박 작가는 단순히 집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게 미니멀리즘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 인생의 짐을 줄이는 것이 그가 도달하고픈 궁극적인 미니멀리즘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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