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22
  • 승인 2019.08.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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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판결, 판결의 현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지음, 북콤마 펴냄

“새로운 사법 권력은 판결 비평에서 나온다.”

장문은 기본. 모르는 단어 투성이. 문턱 높은 법원만큼이나 판결문은 멀게 느껴진다. 그만큼 시민의 감시가 잘 가닿기 힘들다. 입법·사법·행정 3부 중 가장 비판의 시선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곳. 참여연대가 나섰다. 2015년 세월호 선장과 선원 대법원 판결부터 2019년 낙태죄 위헌 결정까지 최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판결을 비평했다. 2014년 출간된 <공평한가?>에 이어 두 번째 판결 비평서다. 대중의 언어로 판결문의 의미를 짚으며,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사회의 모습을 드러냈다. 추천사를 쓴 이탄희 전 판사의 말처럼 “우리도 진정 좋은 법원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 이들”이 읽기에 제격인 책이다.

 

 

 

 

근린생활자
배지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전세를 알아보러 다니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2~3년에 한 번씩 이삿짐을 싸고 푸는 동안 결심한다. 다음번 계약이 만료되면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큰 빚을 내서 집을 사겠다고. 정작 계약만료 시점이 다가오면 간이 작아진다. 서울에서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는 동안 경기도로 밀려났다. 손에 쥔 돈으로는 썩어가거나 썩어갈 것 같은 집밖에 구할 수 없는 세입자라면 소설 속 상욱의 마음을 사무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상욱은 주거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근린생활시설을 덜컥 계약한다. ‘불법’ 집주인이 되는 일은 ‘근심생활자’가 되는 일이었다. 단편 여섯 편을 묶은 소설집에는 상욱처럼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인생들이 왁자하게 한 자리씩 꿰차고 있다. 잘 쓴 소설이야말로 현실을 무참하게 드러낸다는 걸 보여준다.

 

 

 

 

 

 

 

 

붉은 아시아

이병한 지음, 서해문집 펴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은 아시아 민족의 통일전선이 빚어낸 지역사적 사건이었다.”

 

‘가네포’라고 있었다. 196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1966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대회였다. ‘Games of the New Emerging Forces(신흥국 경기대회)’라는 뜻처럼 ‘대안적 올림픽’을 표방했다. 가네포의 목적은 ‘식민주의·제국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계의 건설’이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주도한 가네포는 전후 서양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 책은 동아시아에 대한 ‘재인식’이다. 흔히 서구 열강의 각축전 속에서 희생양으로 취급되는 아시아가 아니다. 1945년에서 1991년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동아시아 사회주의 진영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래서 ‘붉은 아시아’이며, 또한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의 진면목’이기도 하다.

 

마르크스 철학 연습
한형식 지음, 오월의봄 펴냄

“진짜 세상 속으로 뛰쳐나가게 만드는 나쁜 친구, 마르크스.”

160여 쪽에 ‘마르크스 철학’의 요체를, 그것도 ‘노동’ ‘인간론’ ‘정치철학’ ‘인식론’ 등 9개의 영역에 걸쳐 정리했다. 엄청나게 방대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이토록 간략하고 경쾌하게 쓸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의해
하나의 ‘경전’으로 경화되었던 마르크스주의가 사실은 철저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이며 역사적인 사상이란 점을 다양한 주제에 걸쳐 드러내고자 고독한 싸움을 벌인다.
덕분에 기존의 난해하고 딱딱하며 뭔가 강요하는 듯했던 이 부문 철학서들과 아주 이질적인 ‘마르크스 철학’을 직조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신입사원 빵떡씨의 극비 일기
빵떡씨 지음, 플로베르 펴냄

“‘이걸 내가 어떻게 하지?’라면 신입사원, ‘이걸 내가 왜 해야 하지?’라면 그냥 사원.”

“미안하다, 몰라봐서.” 어느 영화 소개 프로그램 대사가 떠오른다. ‘인턴에서 대리까지 정신승리 연대기’라는 부제만 보고 책을 제칠 뻔했다. 흔한 직장인 자기계발서로 알았기 때문이다.
홍보대행사 2년차 대리 ‘빵떡씨’는 입사 이후 꾸준히 일기를 써 블로그에 연재해왔다. 그가 겪는 애환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얼음 정수기가 나보다 일을 잘한다’는 자격지심에 빠졌던 신입 시절도 잠시, ‘월급은 안 오르는데 열심만 오르는’ 현실을 빠르게 간파해간다. 돋보이는 것은 이를 옮기는 그의 글솜씨다. 문장 한 줄마다 고유의 풍자와 해학이 살아 있어 절로 키득거리다 감탄하게 된다. 90년대생 신입사원의 속내가 궁금한 상사들에게 권하고 싶다.

 

 

 

 

 

 

 

 

문학으로 읽는 나의 인권감수성
김경민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

“오지랖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던 내가, 생면부지인 이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책도 사진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당대 사람들의 생생한 얼굴이 필름이 아닌 문장에 꼬깃꼬깃 눌러 담겨 있을 뿐이다. 저자는 국문학 전공 후 ‘인권’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의 관심사처럼 약자들의 얼굴이 등장하는 소설을 꼽았다. 소설 속 주인공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과 맞닿을 때, 뜨끔했다. 도시는 공순이를 어떻게 탄생시켰고, 철거민을 어떻게 몰아냈나. 왜 아직도 여전히 이들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나. 인권 공부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깨는 불편함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한국 현대소설 사례를 통해 사회학·역사학·정치학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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