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진화한 국제결혼 중개업
  • 김동인 기자
  • 호수 620
  • 승인 2019.08.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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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 출신 아내 폭행 사건 이후 이주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990년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형태로 출발한 국제결혼 중개업은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응우옌티탄항 씨(가명·28)는 2년 전 한국행을 결심했다. 하이퐁은 베트남에서도 생산 시설이 몰려 있어 일자리가 많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대도시다. 그러나 탄항 씨는 베트남 사람과 결혼해 베트남에서 살기보다는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국제결혼에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이미 고향 친구 몇몇이 한국 사람과 결혼해 잘 지내고 있었다. 평소 한국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오기도 했다.

ⓒ시사IN 윤무영

탄항 씨는 인터넷을 통해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A 마담을 알게 되었다. A 마담은 탄항 씨에게 한국에 살고 있는 남자들의 프로필 사진과 나이, 가족사항, 소득(월급) 등을 소개했다. 프로필이 마음에 들면 온라인 맞선 채팅으로 이어진다. 페이스북, ZALO(베트남에서 가장 대중화된 소셜 미디어), 카카오톡 등을 동원했다. 대화는 ‘구글 번역’과 ‘파파고(네이버 번역)’의 도움을 얻었다. 온라인 채팅으로 호감을 느낀 지금의 남편이 얼마 뒤 베트남을 찾아왔다. 만난 지 하루 만에 탄항 씨는 그와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 역시 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탄항 씨를 소개받았다. 수도권에 위치한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남편은 서울의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찾아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타진했다. 탄항 씨는 A 마담에게 중개료 약 1500만 동(약 76만원)을, 탄항 씨의 남편은 한국 업체에 약 1700만원을 지불했다. 하이퐁을 근거지로 두고 있던 A 마담은 탄항 씨의 프로필을 규모가 더 큰 국제결혼 네트워크에 제공했고, 이 정보가 한국에 있던 남편에게 전해졌다. 처음에는 A 마담이 남편을 직접 소개한 줄로 알았던 탄항 씨도 결혼 후에야 이런 국제 네트워크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국 생활을 한 지 만 1년이 된 탄항 씨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한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베트남 혼인 이주 여성에 대한 폭행, 가정 내 비인간적 처우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탄항 씨는 “한국에서 베트남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베트남 언론에서도 ‘속보’ 형태로 뉴스를 보도한다. 고향 친구들 중에는 끝내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경우도 있다. 국제결혼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걸 전부터 알았지만 나는 다행히 좋은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트남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국제결혼을 추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을 남편을 소개받던 당시에는 몰랐다. (이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다른 사람들에게 국제결혼을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탄항 씨는 고민 끝에 말했다.

탄항 씨가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을 불신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제결혼 중개업은 혼인이 성사되고 그 혼인이 일정 기간 유지되어야 중개업자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라는 형태로 출발한 국제결혼 중개업은 30년 가까이 변천을 겪었지만 본질적인 속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성혼(결혼이 이루어짐)’만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최종 목표라는 점이다.

ⓒ시사IN 신선영한국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 탄항 씨가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탄항 씨 부부처럼 운이 좋으면 이 시스템 속에서도 서로가 만족스러운 결혼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개 시스템은 각종 ‘장치’를 마련하고, 때때로 이 장치 때문에 결혼 당사자들은 원하지 않는 삶으로 접어들기도 한다.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에서 업체의 주요 수입은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나온다. 탄항 씨처럼 신부 측에서 지역 마담에게 중개비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 남성이 이 소개비를 대신 지불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각 업체들은 핵심 고객인 한국인 남성이 만족할 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오프라인 미팅을 위해 베트남에 처음 가는 비용까지 계약금(약 1100만원)에 포함된다. 한국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선택한 뒤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현지에서 다른 여성을 만나볼 수도 있다. 만약 첫 베트남 일정에서 마음에 드는 분을 못 찾는다면, 저희가 성혼할 때까지 계속 연결해드린다. 두 번째 방문부터는 여행 경비만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고객인 한국인 남성과 달리 베트남 여성은 이 중개 시스템에서 ‘위약금’으로 성혼을 강요받는다. 중개업체들은 ‘성혼’의 기준으로 ‘한국에서 결혼생활 3개월’을 내건다. 통상 국제결혼은 한국에 가정을 꾸리기까지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온라인 채팅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일대일’로 만날 사람을 선택한다. 베트남 현지에서 실제로 만난 뒤 뜻이 맞으면 곧바로 결혼식을 올린다.

식을 마쳤다고 모든 절차가 끝나는 건 아니다. 베트남 여성이 기초 한국어를 습득해야 한국 정부가 발급하는 혼인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비자 발급까지 수개월이 소요된다. 대부분 이 기간에 남성은 한국에, 여성은 베트남에 머물며 떨어져 지낸다. 많은 한국 남성이 이때 베트남 여성에게 학원비와 생활비를 지원한다. 한국어 구사 기준(TOPIK 시험)을 충족시킨 뒤 대사관에서 두 사람이 혼인관계임을 증명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다.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기 직전에야 상대방의 범죄 이력, 혼인 이력 등을 알게 되기도 한다. 한국인 남성의 경우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베트남 여성은 사정이 다르다. 정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파혼을 결심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퐁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A 마담은 파혼 위약금으로 약 1억 동(약 507만원)을 요구했다. 평범한 베트남 가정에서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뒤늦게 한국 남성의 범죄 이력 등을 알게 되어 결혼을 물리면 파혼의 책임이 베트남 여성에게 발생한다. 위약금을 지불할 수 없어 그냥 참고 결혼하거나, 일부러 비자 발급을 늦춰 한국인 남성 쪽에서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위약금 때문에 생긴 궁여지책이 두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는 식이다.  

2012년 법 개정 이후 크게 변했지만 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이기 때문에 무리한 방법을 통해 무작정 ‘성혼’시키려는 경향이 발생한다. 국제결혼 중개업은 2012년 ‘결혼 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결혼중개업법)’ 개정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종전까지는 한국 남성이 한국 업체를 따라 베트남을 찾아 ‘일 대 다수’ 만남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이퐁 A 마담처럼 지역별 ‘소마담’이 여럿 모여 여성을 단체로 소개하고 한국 남성이 만나보고 싶은 사람을 고르는 방식이 횡행했다. 2000년대 들어 이 같은 미팅 방식이 비인간적이라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첫 만남과 결혼식까지 며칠 만에 해결하는 졸속 결혼의 폐해들이 잇따라 노출되기도 했다. 결국 2012년 개정 법률에서 ‘집단 미팅’은 불법이 되었다.

법 개정 이후 결혼 중개업체는 크게 감소했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법 개정 직전인 2011년만 해도 전국에 퍼져 있던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총 1519곳에 달했다. 그러나 개정된 결혼중개업법에서 결혼 중개업체의 최소 자본금(1억원)을 규정하고, 일 대 다수 미팅 등을 금지하면서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2년 만에 512곳(2013년 12월 기준)으로 움츠러들었다. 이후로도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19년 5월 기준 382개 업체가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 숫자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실제 영업 중인 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2017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국제결혼 중개업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업체의 49.1%가 2016년도 매출액 5000만원 미만을 기록했다. 평균 임직원 수는 2.4명, 조사 업체 가운데 92.3%가 개인사업체였다.
매출과 직결되는 ‘성혼 건수’ 역시 드물다. 2014년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3년간 성혼 건수가 ‘4건 이하’인 업체가 전체 조사 대상의 45.6%를 차지했다. ‘5~9건’인 경우도 27.6%에 불과했다. 남성 고객 한 명 한 명이 영세한 업체 처지에서는 무척 중요한 수입원인 셈이다. 

자연스럽게 경쟁은 과열되고, 베트남 여성을 상품화하는 경향은 더 강화되고 있다. ‘미팅 후보군 리스트’에 오른 여성은 과거에 비해 더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된다. 2012년 법 개정 이후 ‘일 대 다수 미팅’은 줄어들었지만,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이 과정을 온라인 공간에서 대체하고 있다. 공개된 업체 홈페이지나 카페 등지에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을 올리거나 유튜브에 여성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는 식이다. 한 결혼 중개업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여성을 선별하는 데 우리 업체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프로필 영상을 보고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주저 말고 연락 달라”라고 설명하며 베트남 여성의 영상, 이름, 사진, 나이, 가족관계, 학력 등 개인정보를 전 세계에 노출시키고 있다.

한 결혼 중개업체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베트남 여성 프로필.
오른쪽은 업체의 홈페이지 화면.

유튜브 외에도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에서도 베트남 여성의 프로필 사진을 각종 해시태그(#베트남결혼 #베트남여성)를 덧붙여 올리는 업체가 늘고 있다. 그러나 온갖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는 베트남 여성과 달리, 마찬가지로 ‘짝’을 찾는 한국인 남성의 프로필이나 사진, 개인정보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업체 간 과열 경쟁 속에서 일부 업체들은 인종차별적인 시선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충청 지역에 위치한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 관계자는 결혼 상대방으로 베트남 출신을 추천하는 이유에 대해 “베트남 사람과 결혼하면 나중에 자녀를 가졌을 때 동남아 혼혈 느낌이 덜하다”라며 인종차별적인 말을 내뱉었다. 또 “한국 여자는 드세지 않냐. 베트남에서도 도시 여자들은 한국으로 시집오려 하지 않는다. 시골 출신이 많은데 이 친구들이 순진하고 순박한 매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곧바로 카카오톡을 통해 20대 초반 베트남 여성의 사진을 보내며 “마음에 들면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홍보는 갈수록 노골적으로 확대되지만 업체 운영은 점차 음성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IT 분야의 발전으로 운영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안명애 상담가는 “최근 들어 한국에서 직접 베트남 여성을 모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한국 업체와 베트남 업체가 제휴를 맺거나, 양쪽 모두 상대국에 오프라인 근거지를 만들어야 결혼 중개가 가능했다. 지역마다 베트남 여성을 모집하는 ‘마담’의 존재도 그만큼 중요했다. 이른바 ‘알선책’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업체를 운영하는 데 필수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복잡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일대일 연결’을 추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안명애 상담가는 “베트남인들이 자주 모이는 SNS 공간에 한국 남성과 결혼할 여성을 모집한다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이들 업체는 대개 한국에 위치한 업체들인데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팅 앱의 기능을 사람이 대신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영업 방식의 변화가 ‘더 정확한 정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한 재한베트남교민회 관계자는 “오히려 음성적이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연결되는 경우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믿을 만한 업체가 아닐 경우 오히려 사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식 등록된 한국 업체의 경우 결혼 상대방에 대한 각종 증명서 발급이 필수이지만, 미등록 업체나 개인일 경우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될 수도 있다.

ⓒ연합뉴스베트남, 필리핀 등 타국에서 온 이주여성의 합동결혼식 모습.

한국 정부의 국제결혼 중개업 관리 방침은 ‘등록제로 운영하되 관리를 철저히 한다’에 가깝다. 국제결혼에 일정한 문제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선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중개계약서 작성, 통번역 서비스 의무 제공, 기록 보존, 신상정보 제공 등을 결혼중개업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 상품화된 결혼 시스템 
그러나 한국인 남성이 ‘돈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결혼중개업법 개정 이후로도 오프라인 만남에서 혼인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른쪽 <표> 7번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다수 커플이 만난 지 나흘 이내에 결혼식을 올린다. 

각종 성혼 수수료, 한국어 교육과정에 드는 생활비와 교육비, 각종 수속에 드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에서 남성 1인이 들이는 비용은 2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결국 이처럼 세분화되면서 무거워진 비용 부담, 상업적으로 보일 정도인 속성 결혼은 불평등한 부부관계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가정폭력의 핵심적 특징은 상대에 대한 ‘통제’에 있다.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폭력을 쓰느냐 마느냐 정도의 차이만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지난해 출간한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에서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가정폭력의 핵심 기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결혼이 관리와 통제가 가능한 ‘상품 구매’로 인식될 경우, 결국 배우자에 대한 통제는 폭력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4일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베트남 출신 아내 폭행 사건’ 이후 이주여성의 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폭력이 실제로 행사된 데에는, 사람을 상품으로 여기게 한 국제결혼 시스템의 책임도 적지 않다. 

ⓒ시사IN 김동인·김영화·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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