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적의 젊은 선장 카롤라 라케테(31)가 유럽의 난민 문제에 불을 댕겼다. 그는 독일 비정부기구 시워치(Sea Watch)의 난민 구조선 ‘시워치 3호’ 선장으로 난민 42명을 태우고 6월29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무단 입항했다. 지중해 해상에서 난민들을 구조한 뒤 16일간 바다를 떠돌던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6월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가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난민 구조선의 자국 입항을 금지하고 있다.

상륙 직후 라케테는 불법 난민을 지원하고 입항하는 과정에서 경찰선과 충돌해 공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7월2일 이탈리아 법원은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지킨 것”이라며 그를 석방했다. 다수의 언론과 정치인들도 라케테를 체포한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했다. 해양 구조와 가장 가까운 항구로의 이송은 유럽 관습법상 의무에 속한다는 것이다.

독일 외무장관 하이코 마스는 트위터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고, 해양 긴급구조를 범죄로 몰아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독일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는 “입항 허가에 대한 이탈리아 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유럽연합 회원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이탈리아가 이번 상황에 다르게 대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우회적으로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했다.

라케테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존재한다. 독일 자유민주당은 “라케테의 동기가 선할지라도 이탈리아 실정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다.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작가이자 방송인인 예르크 타데우스는 신문 기고를 통해 라케테를 영웅시하는 여론을 비꼬았다. “21세기 도덕적 영웅은 실정법을 위반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이탈리아 법일 뿐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것이 법에 대한 최신의 이해이다.”

 

ⓒReuter카롤라 라케테 선장.

7월15일 독일 일간지 〈빌트〉는 라케테와 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라케테는 “바다에는 바다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야만 한다는 해양의 법이 있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며 난민 구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 인터뷰는 난민 문제에 대한 새로운 단계의 논쟁을 촉발했다. 수용 가능한 난민 숫자를 묻는 질문에 라케테는 “난민 수용에 한계 숫자는 없다. 지금은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대답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유럽 국가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유럽의 산업국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책임이 있다. 이는 식량 위기로 이어진다. 그 때문에 이주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주어야 한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논평을 통해 “도덕적으로는 옳지만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기후변화는 지역별로 다양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난민 발생과 식량 위기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규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워치 소속 선장 활동 마치고 독일로

시워치는 라케테가 7월19일 이탈리아를 떠나 독일로 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동 경로와 목적지는 안전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다. 변호사에 따르면 라케테는 시워치 소속 선장으로서 임무를 끝마쳤다. 라케테에게 구조선 선장 활동은 삶의 전부가 아니며, 한 가지 임무를 마치고 배를 떠나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를 떠나기 전날 라케테는 검찰에서 4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 직후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럽연합이 난민을 각국에 분배할 것을 촉구했다. “나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유럽의 구체적 난민 현실에 주목해달라.”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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