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청년 정치’는 없었다
  • 김연희 기자
  • 호수 619
  • 승인 2019.07.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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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노회찬’을 키우겠다는 실험이 첫 결실을 맺었다. 노회찬 전 의원이 떠난 뒤 지난해 9월 정의당은 진보 정치인 양성을 위해 ‘진보 정치 4.0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1기 수강생이 이번 정의당 전국동시당직선거에서 부대표에 올랐다. 주인공은 박예휘 정의당 신임 부대표(27).

그는 원래 노무사가 되려 했다. 2017년 10월 정의당 경기도당 당직자가 되면서 비정규직 노동 상담 창구인 ‘비상구’ 업무를 맡았다. 전문지식과 자격을 취득해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는 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 그 역시 대학에 들어간 이후 15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렸기에 더더욱 관심이 갔다.

삶의 경로가 결정적으로 바뀐 건 지난해 7월23일이었다. “노회찬 의원이 돌아가셨을 때 ‘진보 정치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는 늘 돈이 없는 데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선거제도의 벽에 부딪혀야 할까. 지역 유지들의 이권에 부합하는 정치인들이 계속 당선되는데 왜 그걸 바꾸지 못할까. 너무 슬펐다. 나라도 동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시사IN 이명익

그는 진보 정치 4.0 아카데미 1기 수강생으로 합류했다. 정치를 하려면 알맹이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4월까지 정치·노동·경제·페미니즘·장애·복지·에너지 정책에 걸쳐 수업을 들었다. 틈틈이 여러 지역을 찾아다니며 직접 유권자들을 만났다. 당직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의당 청년 당원들은 당직 선거를 앞두고 일명 ‘우리끼리 공개 경선’을 기획했다. 정의당은 부대표 세 자리 중 하나를 35세 미만 청년이 맡도록 하고 있다. 이 자리에 나갈 청년 부대표 후보를 뽑는 경선이었다. “정의당에서조차 청년 정치가 약화된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자발적으로 선거를 조직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 기회에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자!(웃음)”

공식적인 선거가 아니라서 ‘우리끼리’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짜임새는 정식 경선 못지않았다. 후보 4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선거인단으로 당원 500명이 등록했다. 두 차례 토론회와 1차 투표, 결선투표를 거쳐 박예휘 당시 정의당 수원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이 청년 부대표 후보로 선출되었다. 당에서 활동한 경력은 후보 가운데 가장 짧았지만 여성·성소수자·장애인·청소년·청년·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구체적인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공약이 호응을 얻었다.

당직 선거 기간에 ‘박예힙’으로 불렸다. 선거용 포스터부터 ‘힙’했다. 영화 <기생충>이나 래퍼 마미손을 패러디해 눈길을 끌었다. ‘투명인간들이 색깔을 찾는 정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 개정!’ 같은 문구가 감각적으로 배치됐다. 분홍색 복면을 뒤집어쓰고 포스터에 등장한 후보는 이렇게 선언했다. ‘지금까지 이런 부대표는 없었다. 기대해도 좋아.’

심상정 대표, 김종민·임한솔 부대표와 함께 2년간 당을 이끌게 된다. 박예휘 부대표는 청년 정치 이상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이 다른 문제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 시대에 필요한 정치를 할 것이다. 세대 교체가 아니라 시대 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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