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조직은 속수무책으로 망가졌다. 노동조합 활동을 못하도록 조직의 DNA를 바꾸겠다는 구 경영진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회사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떠나지도, 바꾸지도, 포기하지도 못한 조합원이 주요 취재원이 되었다. 조롱과 비아냥거림 속에 있는, 그래서 안팎으로 버티는 것만이 저항이 된 사람들이었다.
상황은 2017년 정권교체와 함께 달라졌다. MBC 사람들이 ‘정상화’를 자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해법은 갖가지였다. 그만큼 켜켜이 쌓인 내부 갈등의 골이 깊고 넓었다. 가장 큰 갈등은 구 경영진 시절 입사한 사람들을 둘러싼 문제로 예상되었다. 당시 한 조합원은 “구 경영진이 선발한 사람 모두를 ‘나쁜 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른바 부역자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골라낼 거냐, 기준을 어떻게 합의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MBC 해직 언론인 출신으로 사장 자리에 오른 최승호 사장이 풀어야 할 문제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구 경영진이 선발한 인력 중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몇몇을 제외하고 파업 당시 시용·경력으로 들어왔던 대다수는 여전히 정규직으로 남아 있다. 그중 가장 취약한 지위가 2016~2017년 ‘전문 계약직’으로 입사한 아나운서들이었다. 계약 만료로 상황에 따라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이들의 신분은 구 경영진뿐만 아니라 현 경영진에게도 ‘장점’이 됐다. 해고된 아나운서들은 현재 회사 측과 법정 다툼 중이다.
상시 지속적 업무를 계약직으로 뽑는 이상 비슷한 문제는 어느 정권, 어느 사장 시절이든 반복될 수 있다. 법에 판단을 미루지 말고, 상시 지속적 업무에 앞으로는 비정규직을 뽑지 않도록 노사가 합의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는 없을까. 단순히 해당 아나운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MBC를 비롯한 방송계가 굴러가도록 떠받치고 있는 수많은 스태프와 작가 같은 인력이 실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어쩌면 이번 다툼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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