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언론 플레이
  • 고제규 편집국장
  • 호수 618
  • 승인 2019.07.15 12: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46건. 1주일(7월4~11일) 기간을 설정하고 네이버 뉴스에서 ‘이재용 일본’을 검색한 결과다. ‘길어지는 이재용의 일본 출장’ ‘이재용, 아베 멘토에게 도움 요청’ ‘이재용, 일본에 올인한다’ ‘일본 수출규제 담판 나선 이재용’….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뒤 이 부회장의 행보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병상의 아버지도 소환되었다.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 등 이 회장이 구축한 일본 재계 인물들과 이 부회장이 접촉했다는 뉴스였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동선을 언론에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해결사 이재용’ 뉴스를 보며 원 <시사저널>에 몸담았을 때 기사가 떠올랐다. 2005년 9월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라는 이른바 삼성 통권호(제830호·831호)에 실린 기사다(통권호 발간 1년 뒤 삼성 기사 삭제로 인한 ‘<시사저널> 사태’가 터졌다. 해직에 가까운 사직을 한 기자들이 <시사IN>을 창간했다). 현재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신호철 전 기자가 당시 삼성의 언론 관리 백태를 취재했다. 4단계 전략이다. ‘1단계:평시에는 꾸준한 광고 관리, 2단계:취재가 시작되면 전화를 걸어라, 3단계:기사를 막을 수 없다면 고쳐라, 4단계:기사가 나오면 물타기 하라.’

지금은 굳이 이런 4단계 전략을 펴지 않아도 된다. 언론이 알아서 잘 써준다. 일본의 경제 보복 발표 전만 해도 삼성바이오 사건 기사가 가끔 보도되었다. 어느새 관련 기사가 쏙 들어갔다. ‘해결사 이재용’ 보도는 이미 차고 넘친다. <시사IN>은 잊혀가는 삼성바이오 사건을 이번 호에 집중 해부했다.

경제 전문가 이종태 기자는 마감을 하면 편집팀 기자들에게 “기사가 어렵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삼성바이오 기사가 조금 어려웠다는 반응이 나오자, 이 기자는 갈아엎고 다시 썼다. 삼성바이오 사건은 그가 보기에도 쉽지 않은 주제다. 회계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기자는 시민단체 주장을 인용 보도하기보다는 완벽히 소화해 이 사건의 전체 그림을 설명했다.

삼성바이오 사건 줄기는 두 갈래다. 회계 사기와 증거인멸 의혹이다. 증거인멸은 김은지 기자가 맡았다. 김 기자는 2016년 이른바 ‘안종범 수첩 특별취재팀’에서 주진우 기자와 함께 주요한 역할을 했다. 두 의혹의 줄기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이번에 우리는 뿌리까지 따라가 보았다.

14년 전 신호철 기자가 쓴 기사는 기자들에 대한 한 교수의 부탁으로 끝난다. “삼성의 사이비 민족주의 논리에 함몰되지 마라.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삼성의 노련한 언론 플레이에 말릴 수밖에 없다.” 지금도 유효한 말을 한 교수는,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