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17
  • 승인 2019.07.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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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적 가족
미셸 바렛·메리 맥킨토시 지음, 김혜경·배은경 옮김, 나름북스 펴냄


“가족은 실로 돌봄의 주된 행위자이지만, 돌봄을 독점함으로써 다른 형태의 돌봄 수행을 어렵게 했다.”

사회제도로서 가족은 더 이상 보편적이지 않다. 이 책이 쓰인 1980년대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 27.2%로 주된 형태가 된 이래 계속해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강화되고 있는 가족주의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빈곤한 개인은 서류상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성애 중심의 ‘정상 가족’에서 벗어나면 서류상 가족도 될 수 없다. 복지 제공 책임을 개별 가족에게 지우는 식으로 사회적 불평등은 재생산되었다. 이때 가족은 부와 빈곤의 세습기구나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가족주의를 ‘사회의 가족화’라는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읽어낸다.




1962
마이클 돕스 지음, 박수민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런 소련 개자식들.”


미국 케네디 대통령 시절인 1962년,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설치하면서 초래된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의 13일을,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저자가 치밀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100명 이상의 관련자 인터뷰와 사건 현장 답사, 기밀해제 자료 등을 분석해서 내놓은 <1962>는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쿠바 미사일 위기 이야기’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위기 상황의 미·소 수뇌부가 둘 다 무력충돌을 원하지 않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핵전쟁이 여러 차례 터질 뻔했다는 사실을 박진감 있게 보여준다. 위기 상황에 대한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과거에 벌어진 남의 일’만은 아니다.



더 나은 진보는 불가능할까
남종석 지음, 두두 펴냄

“한국의 진보 담론은 정말 ‘진보적’인가?”


한국에서 ‘진보’로 불리는 이데올로기 및 정치운동의 대세는 ‘진보적 자유주의’다.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유해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는 그 흐름 말이다. 저자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미국 민주당 중도 좌파의 사상으로 1990년대 유럽 사민주의 정당들의 ‘현대화’에 영향을 미친 바로 그 이데올로기라고 정리한다. 다른 이름은 신자유주의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이른바 ‘구좌파’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운동이 계급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개인적 숭고’의 성취에 그치고 마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주장의 핵심은 ‘통념과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과학적 태도를 견지하자’는 것이다.



제국대학의 조센징
정종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지사냐, 출세냐?”


저자가 교토 제국대학의 조선인 유학생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건 2010년 여름이었다. 교토 대학 교사 자료실에서 ‘학생일람’을 한 장씩 넘겼다. 1년 동안 교토 제국대학을 거쳐간 조선인 유학생 명단을 추출해 각자의 삶과 이력을 채워넣었다. 일본 본토의 일곱 개 제국대학에서 유학한 식민지 조선의 유학생은 1000명이 넘었다. 제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동시에 멸시받는 ‘조센징’이었다. 이들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다시 왔다. 도쿄와 교토, 두 제국대학부터 살폈다. 조선을 떠난 유학생들은 돌아와서 관료로 복무하며 친일을 했고 일부는 변혁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제국대학이 근대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엘리트의 기원이 담겨 있다.



신 무서운 그림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세미콜론 펴냄

“납량특집, 미술관 편.”


명화는 무섭다? 일본 최고의 명화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저자는 ‘그림을 둘러싼 섬뜩한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섬뜩하지만 매혹적이고 무섭지만 흥미롭다.
첫 화두는 프리다 칼로의 <부러진 척추>다. 자화상 시리즈의 하나로 프리다 칼로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다. 내장을 날카롭게 꿰뚫는 기둥은 부서져 있어서 위태롭다. 금속 버클이 달린 가죽 코르셋은 몸을 꽁꽁 동여맨다. 온몸에 못이 박혀 있고 여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보통은 이 그림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해석하는데 저자는 프리다 칼로의 인생과 결부해서 풀어준다.
남편의 문란한 사생활에 고통받다 자살한 여인을 그린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어> 등 알고 보면 더 무서운 그림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바리데기
김석출 구연, 이경하 옮김, 돌베개 펴냄

“고전이란 무엇인가. 그 답은 훨씬 광대하고, 포괄적이며, 문제적이다.”


<바리데기>는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는 무가다. ‘옛날 옛적에 간날 갓적에 아승기 전세 겁에(헤아릴 수 없이 오래 전에)’로 시작되는 <바리데기>는 ‘집안 제족들과 소원 성취하자고 이 매년 천도하여 바리데기 풀이하여 왕생극락 보냅니다’까지 1507행으로 이뤄진 장편 신화다.
고 김석출 명인은 3대째 무업을 이은 화랭이(가업ㅌ을 잇는 남자 무당)로 동해안별신굿 무악부문 예능보유자였다. 그의 장구 연주를 듣고 반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드러머 사이먼 바커가 그를 찾아 나선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땡큐 마스터 김>이 제작되기도 했다. 김석출 명인이 1976년 구연한 <바리데기>에 고전 연구가 이경하 서울대 교수가 역주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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