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른 전주 상산고 자사고 취소 전말
  • 이상원 기자
  • 호수 617
  • 승인 2019.07.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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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 지정이 취소된 전북 전주의 상산고에 이목이 쏠린다. 전북교육청은 ‘1기 자사고’인 상산고에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웠다. 결정적 항목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부문이었다.
7월5일 기준, 각 교육청이 꾸린 ‘자율학교 등의 지정·운영위원회’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곳은 경기도 안산의 동산고, 전라북도 전주의 상산고, 부산의 해운대고 등 3곳이다. 이 중 상산고에 대한 지정 취소 건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자율형사립고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도입된 ‘자립형사립고’에서 비롯되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고교평준화를 보완한다’는 취지로 제안한 자립형사립고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반발이 거셌다. ‘입시교육 위주 명문고교’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귀족학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등 6개 학교가 자립형사립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명박 후보가 ‘자율형사립고 100개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자율형사립고는 법인전입금 3~5%만으로 설립이 가능했다. 자립형사립고보다 설립이 쉬워진 자율형사립고는 우후죽순 늘었고, 다수인 일반계 고등학교가 입시에서 ‘낙오’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연합뉴스7월2일 상산고 학부모들이 전북도의회에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후 ‘자사고 문제’는 교육 갈등의 큰 축을 이루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자사고 폐지 여부는 이슈였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뿐만 아니라 유승민·심상정 후보도 폐지 의견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년 가까이 묵은 갈등이 전주 상산고라는 전장에서 맞붙은 것이다.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씨가 1981년 설립한 사립 고등학교다. 2002년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되고, 2010년에는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됐다. 상산고 측은 평가 결과가 나온 6월20일부터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전북교육청의 기준점은 80점인데, 상산고는 79.61점으로 자사고 재지정에 실패했다. 겨우 0.39점 차이였다.

그런데 전북교육청 이외 다른 모든 교육청의 심의 기준 점수는 70점이었다. 이 ‘70점’은 교육부가 지난해 내놓은 표준안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 강원교육청의 심사를 받는 민족사관고는 79.77점으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했다. 상산고 측은 유독 전북교육청만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했다며 반발한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기준 점수를 80점으로 올린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6월26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그는 “2015년 도내 비슷한 규모의 일반고 두 군데를 (자사고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두 학교 모두 70점을 넘겼다. 상산고는 1기 자사고로서 2기 자사고와는 수준이 다르다. 80점은 최소한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함께 출석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기준 점수를 정할 “최종 권한은 교육감들께 있다”라고 밝혔다.

‘1기 자사고’란, 자립형사립고로 운영되다가 2010년에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학교를 가리킨다. 자사고(전국 42개)는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 학생 선발권에서 자율권을 누린다. 1차에서 선발 인원 1.5배수를 추첨으로 뽑은 뒤 2차 면접을 통해 학생을 뽑는다. 그런데 상산고, 민족사관고 등 6개의 1기 자사고는 다른 자사고에 비해 학생 선발이 더욱 자유롭다. 내신 성적 제한 등 까다로운 절차를 학생 선발에 적용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의 학생들도 뽑을 수 있는 ‘전국구’이기도 하다. 다른 자사고보다 학생을 더 까다롭게 뽑으니 더 까다로운 평가에 응하라는 게 전북교육청의 논리다.

전체 고등학교 수 기준으로 보면 0.25%에 해당하는 1기 자사고만이 이런 방식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다. 일종의 특혜다. 그렇다면 특혜를 누리는 만큼 사회에 기여하는지 평가해봐야 한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회의적이다. 6월29일 그는 페이스북에 “‘다양한 교육을 통해 학교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라는 자사고 인가 공식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썼다. 이 기준에서 그는 서울 은평구 자사고인 하나고와 상산고를 비교했다. “(같은 자사고인) 하나고는 (…) 객관식 평가의 비중이 낮고, 수능 문제풀이 수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 상산고는 수능 위주 교육을 열심히 시킨다. 교육과정의 다양성, 교수·학습 방법의 다양성에 있어 배울 게 없는 학교다.”

그러나 상산고가 자사고로 재지정되지 못한 결정적 사유는 ‘획일적 교육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전북교육청의 ‘2019년 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에 따르면, 상산고는 교육의 ‘다양성’ 부문에서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육과정 관련 5개 항목의 총점 22점 중 상산고가 잃은 점수는 2.2점에 불과하다.

‘3% 이내 승인’과 ‘10% 선발 기준’ 논란


상산고가 지정 취소된 결정적 항목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부문이었다. 사회통합전형 부문의 총 4점에서 2.4점이나 모자랐던 것이다. 사회통합전형의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나 다문화가족 자녀 등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에 따르면, 자사고와 특수목적고(과학고·외고·국제고) 등은 매해 신입생의 20% 이상을 사회통합전형으로 뽑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문제는 이 의무에서 1기 자사고가 예외라는 점이다. 현행 법규만으로 따질 때는 그렇다. 전북교육청은 1기 자사고에 해당되지 않는 평가기준(‘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이 부족’)을 상산고에 적용해서 2.4점(합격점에 미달한 점수 차이는 0.39점)을 깎아버린 셈이 된다.

ⓒ연합뉴스6월26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오른쪽)와 김승환 전북교육감.

6월2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문제였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2013년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에 보낸 ‘일반고 역량강화 추진계획’에 따랐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공문을 보면 “2014년부터 시작되는 자사고 5년 단위 평가에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 및 선발을 위한 노력 정도’를 포함하여 사회통합전형 선발을 유도”라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일부 여당 교육위 위원들은 김 교육감을 질타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북교육청이 상위 법규(시행령)를 무시하고 ‘추진계획’을 따른 것이 합당하냐고 힐난했다. 그는 유은혜 장관에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 5조를 보면 상산고 같은 경우에는 사회통합전형이 (평가 항목에) 해당이 되면 안 되는 거지요?”라고 물었다. 유 장관은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에 사회통합전형으로 뽑을 학생 비율을 미리 제시해놓고도 재지정에서는 이와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은 도내 고등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상산고의 2018학년도와 2019학년도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3% 이내’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로 2019학년도 상산고를 평가할 때는 ‘10%’를 적용했다. 문제는 ‘10%’가, 전북교육청에서 올해 제시한 ‘2020학년도 기준’이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3%) 이내에서 하면 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서 평가할 때는 그보다 훨씬 높은 기준(10%)을 쓰면 되는가?”라고 질의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7월8일 상산고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 그 결과 ‘지정·운영위’의 ‘재지정 취소’ 결정이 타당하다고 의결되면 교육부 장관에게 이에 대한 동의를 요청한다. 교육부는 늦어도 8월 중에는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가 재지정 취소에 동의한 학교는 2020년부터 일반 고등학교로 변경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확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전북교육감은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않으면 권한쟁의심판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상산고 측은 지정 취소가 확정되면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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