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보험료는 낮추거나 유지하되 소득대체율은 더 올리고 적립금 고갈 시기까지 늦출 수 있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개편 방안이 이론적 차원에서라도 가능했다면 누군가 나섰을 것이다. 국민연금이란 저금통은 돈을 넣어놓기만 하면 액수가 무한정 불어나는 요술 모자가 아니다. 오로지 지금 더 넣을수록(보험료율이 높을수록), 이후에 더 많은 돈을(높은 소득대체율), 오랫동안(적립금 고갈 연장) 꺼낼 수 있을 뿐이다. 산수다.
역대 정부 때마다 나오는 개편 방안이 언제나 거센 반발을 일으키는 것은 정부나 국회, 관련 전문가 등이 착취자이거나 애먼 시민들에게 걷잡을 수 없는 악의를 가진 악당들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연금이 ‘현세대의 가입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대충 40년 동안 일정액의 보험료를 내면 노후에 그 두 배 이상을 연금급여로 받게 설계되어 있다. 저금통에 들어가는 돈보다 꺼낼 돈이 두 배 이상이니, 그 돈이 언젠가 고갈되는 것은 ‘변고’가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지탄의 대상인 한국 국민연금은 ‘가입자에 대한 혜택’ 측면에서 어느 나라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2016년 캐나다 국민연금은 ‘9.9%(보험료율)-25%(소득대체율)’ 체제를 ‘11.9%-33%’로 바꿨다. 100만원 소득자가 매달 11만9000원씩 내고 은퇴 이후엔 월 35만원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2019년 현재 한국 국민연금은 ‘9%(보험료율)-40%(소득대체율)’ 체제다. 9만원을 내면 40만원을 받는다.
시민의 ‘대리인’들이 여론이 무서워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개혁에 손도 대지 못한다. 대리인만 탓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이 자신만 손해 보는 약자고 어떤 양보도 참을 수 없다는 상황이라면, 연금뿐 아니라 어떤 부문의 개혁도 불가능하다. 자유주의의 역사적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존 F. 케네디 미국 35대 대통령의 취임 연설 중 한 부분을 약간 바꿔 말씀드리고 싶다. “국가가 개인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국가 공동체의 유지·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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