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칸 영화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아니 세계적인 영화제다. 칸 영화제가 1946년부터 시작됐으니, 당연히 프랑스 대통령도 참석한 적이 있지 않을까? 칸 영화제 이후 집권한 프랑스 대통령은 10명이다. 이들이 칸 영화제에 참석해서 연설도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1946년 개최된 제1회 칸 영화제부터 보자. 당시 개막식 개회사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연사는 로베르 라코스트 당시 프랑스 산업생산부 장관. 그때는 문화부 자체가 없었고 문화도 산업생산부에서 관장하던 시절이었다. 칸 영화제에 와 있는 미녀 배우들에게 홀렸는지, 라코스트 장관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제1회 농산물 축제를 개최합니다!”
정치인들, 국민정서 의식해 칸 영화제 불참
칸 영화제 역사상 실제 영화제에 참석한 대통령은 한 명뿐이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은 영화제 관계자들을 불러서 저녁 만찬 정도는 했다고 전해진다. 마크롱 대통령과 칸 영화제 관계자 만찬은 지난해 4월26일 저녁 엘리제궁에서 열렸는데, 여기에 소수의 관계자만 초대됐다. 우리도 알 만한 인물로는 모니카 벨루치와 장 뒤자르댕, 제롬 세이두 등이며 언론인은 딱 네 명 초대됐다고 한다. 만찬 참석에는 엄격한 조건이 하나 있었다. 내용 등의 외부 유출 금지다. 공식 사진도 없고, 관련 기사도 안 나왔다(만찬을 언급한 〈르몽드〉 기사가 있기는 하다). 심지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내내 장관 회의 때마다 장관들에게 절대로 칸 영화제에 가지 말라고 거듭 명했다고 한다. 물론 문화부 장관 딱 한 명만은 예외적으로 영화제에 갈 수 있었다.
역대 제일 오랜 기간인 14년 임기를 지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역시 단 한 차례도 칸 영화제에 간 적이 없다. 1980년대 칸은 지금처럼 화려하지도 않았는데,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자크 랑에 따르면 ‘가면 안 된다’는 직감이 있었다고 한다. 칸 영화제는 사치스러운 브랜드가 집결하고 모델들이 모여드는 축제였기 때문에, 국민정서와 괴리가 있다는 게 그 원인이었다.
다만 1987년 제40회 영화제는 아무래도 40회 기념인지라, 미테랑 대통령은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이브 몽탕을 엘리제궁에 초대해 오찬을 열었다. 이 밖에 조르주 퐁피두나 지스카르 데스탱, 니콜라 사르코지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은 칸에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두 번째 애인(그는 정식으로 결혼한 적이 없었다)인 쥘리 가예가 배우였음에도 칸에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주된 이유는 위에 언급한 국민정서. 경제가 어려운데 축제에 가느냐는 여론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게다가 칸 영화제는 프랑스만의 영화제도 아니었다. 해외 스타들과 어울리는 사진 역시 정치적으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딱 한 명, 칸 영화제를 방문했던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 시절 1997년 제50회 영화제를 찾았다. 그때는 제40회보다도 상징성이 더 컸고 시라크 대통령 또한 개인적인 호기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시라크 대통령 역시 공식적인 영화제 참석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조건이 생긴다. 레드카펫을 밟지 않고 연설도 없었으며, 경찰 호위도 없앴다. 심지어 턱시도도 입지 않았다. 2시간39분에 달한 오찬 식사 자리에서 시라크 대통령은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프랑스 배우 이자벨 아자니와 중국 배우 궁리 사이에 앉았다.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정말 행운아야(I’m a very very lucky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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