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에 신음하는 사람들의 표정
  • 김은지 기자
  • 호수 615
  • 승인 2019.07.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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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에 내용 불문 책을 집었다. 1982년생 지성호는 고난의 행군 시절 팔과 다리를 잃고 탈북한 뒤, 국제사회에서 그 실상을 증언했다. 탈북자 인권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쉽게 도구화되는 이슈지만, 장강명 작가는 한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해 우리가 마주했고 마주할 현실을 풀어낸다.

1장부터 아찔하다. 소제목은 ‘굶을 때 생기는 일에 대하여’. 각 문단의 첫 문장만 일부 옮겨보면 이렇다. “우선 매우 배가 고파진다” “먹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모험심도 커진다” “그러면서 윤리감각이 무너진다” “사람은 굶으면 굶을수록 미래를 대비하는 태도와 능력을 잃어버린다” “더 시간이 지나면 이기심도 이타심도 모두 증발한다” “몸은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다” “마지막에는 항문이 열린다” “죽는 것이다”.

단문으로 기아(飢餓)를 속도감 있고 세밀하게 묘사한다. 문장의 진짜 힘은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온다. 이 책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대기근으로 북한에서 약 33만명이 숨졌다. 장 작가는 이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책장을 덮을 즈음엔, 기자의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고난의 행군에 대해 들었고, 수십만명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러나 굶주림으로 신음하는 한 가족의 구체적인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 표정을 본다면 자기 석탄 자루를 찾는 일은 잠시 미룰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내가 이 글에서 한 일도 그 표정을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표정 읽기는 비단 사람의 얼굴에만 해당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설득하는 글쓰기를 위해, 독자를 대신해 역사의 현장에 가서 그 표정을 전달하는 사람. 나는 그것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이해한다. 그러할 때 쉽게 보이지 않는, 혹은 어렵게 모습을 드러내는 당대의 현실을 기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대목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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