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지난 4월6일 ‘안단테’라는 아이디의 한 누리꾼이 아고라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을 냈다. 서명을 한 누리꾼이 한 달 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대통령이 취임한 지 2개월을 조금 넘긴 시점이었다.

안단테는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다.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영어몰입식 교육 등에 대해 청소년 입장에서 굉장한 반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서명을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서명자가 100만명을 넘기기 이틀 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최초로 촛불을 밝힌 이들도 안단테 같은 10대 청소년이었다.

경찰이 ‘광우병 관련 인터넷 괴담 유포자 사법처리 방침’에 따라 안단테를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누리꾼들은 안단테 지키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너도나도 “내가 안단테다”라며 ‘자수’하는 바람에 경찰청 홈페이지에 과부하가 걸렸다.

 

 

 

 

●김이태
지난 5월23일, 고3 딸과 고1 아들을 둔 한 아버지가 “자식 보기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아고라에 글을 남겼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에서 정부의 ‘물길잇기 기본계획 및 5대강 유역관리 종합대책 수립’ 연구과제를 수행한다는 김이태 연구원은 자신을 스스로 ‘사이비 과학자’라고 밝혔다. “저는 요즘 국토해양부 TF 팀으로부터 매일매일 (대운하사업) 반대 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받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 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습니다.”

아고라가 터뜨린 특종이었다. 댓글이 1만5000여 개 달리고 ‘김이태 연구원 지키기’ 카페가 생겨났다. 연구원 측은 김 연구원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정부는 대운하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7개월이 지난 12월, 약속은 뒤집혔다. 건기연은 김 연구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정부는 ‘위장 대운하’라고 의심받는 ‘4대강 정비사업’에 예산을 14조억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배성용
서울 청계광장에서 ‘문화제’로 시작한 촛불집회가 5월 말부터는 ‘가두시위’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저녁 7시부터 청계광장 맞은편 동화면세점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다. “아고라, 모여라!” 대학생 배성용씨(28)는 종이를 말아 확성기를 만들어 아고리언을 불러모았다. 시민들은 “청계광장에 있으면 경찰에게 막혀 거리로 못 나오니 아고리언들은 아예 여기에 모인다”라고 말했다.

배씨는 아고라 깃발이 등장하기 전부터 거리로 나온 아고리언 앞에서 대열을 이끌었다. 아고라에서 배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아고라의 영웅이나 주동자는 아니다. 대열 앞에 선 배씨는 갈림길에서 좌회전을 할지 우회전을 할지도 뒷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했다. 조금이라도 의견을 강하게 낼라치면 사람들은 “기분 나쁘다”라며 떠나버렸다. 하지만 경찰은 배씨 등 몇몇 아고리언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압수 수색하고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너클 아저씨
지난 6월 초 아고라 게시판은 ‘너클 아저씨의 행방’으로 시끌시끌했다. 6월1일 새벽, 한 남성이 전경에게 둘러싸여 ‘너클처럼 보이는 기구’로 얻어맞는 장면이 KBS와 한겨레의 카메라에 찍혔다. 뒷머리를 가격당하고 코피까지 흘리며 연행되는 피해자를 보고 아고라 사람들은 “최소한 의식불명에 빠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들 앞에 김태성씨(37)가 자기가 ‘너클 아저씨’라고 나타났다. 김씨는 자신이 무사하다며 인터넷에 글과 얼굴 사진을 올렸는데, 그것 때문에 아고라는 더 크게 들썩였다. 동영상에 찍힌 얼굴과 사진 속 얼굴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아고라에서 ‘죽었을지도 모르는 진짜 너클 아저씨’를 사칭하는 사기꾼이 돼버렸다.

아고라는 이처럼 때로 실체가 확실하지 않은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여대생 사망설도 비슷한 경우이다. 괴담이 널리 퍼진 6월 초는 경찰의 폭력적 진압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김태동
올가을부터 아고라는 ‘경제 공부방’이 되기 시작했다. 미네르바·SDE 등 한국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논객이 부상했다. 대통령 경제수석·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도 거기 끼었다. 지난 11월부터 ‘sok94’라는 아이디로 글 다섯 건을 올려 유명한 아고리언이 됐다. ‘선견지명 뛰어난 송혜교님’ 등 누리꾼을 잘 ‘낚는’ 제목을 쓸 줄도 안다.

김 교수가 최초 아고라에 글을 올린 건 미네르바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KBS 〈시사360〉에서 취재해간 미네르바 관련 인터뷰가 앞뒤 잘려 보도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글을 방송사 게시판에 올렸다. 그 글의 작성자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자 김 교수는 ‘본인 인증’ 차원에서 아고라에 등장했다.

 김 교수는 경제지식을 알려줘 감사하다는 아고리언들의 인사에 “올바른 정보를 나누는 것은 빵을 나누어 먹는 것과 같다”라고 화답했다. 이제 누리꾼은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아고라로 향한다.

 

 

 

 

 

 

 

●최혜원
연구원이나 경제 전문가나 교사나 요즘은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있으면 ‘언론’보다 ‘아고라’를 먼저 찾는다. 12월11일 서울 길동초등학교 6학년 담임 최혜원 교사는 아고라에 편지글을 올렸다. 최 교사는 학생·학부모에게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을 선택권이 있다는 편지를 발송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이 파면·해임 조처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7명 중 한 명이다.

최 교사는 지난 5월부터 ‘도둑괭이’라는 아이디로 아고라에 글을 써왔다. ‘현직 교사’라고 신분을 알리고 일제고사 등 교육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일제고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찬반 의견을 함께 글에 담기도 했다. 그러다가 12월11일에는 ‘해직 교사’가 돼 비장한 글을 써야 했다.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명령에 복종하며 바닥을 기기보다는 교육자로서 당당하게, 양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이후 누리꾼들의 성원이 이어졌다.

 

 

 

 

기자명 김은남·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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