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브렉시트(Brexit)로 시작해서 브렉시트로 끝났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62)가 보수당 대표직에서 6월7일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24일 메이 총리는 “고되어 보이는 역경도 인내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그러나 새 총리가 그 노력을 이끄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이 명백하다”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 집권의 제1 키워드는 단연 ‘브렉시트’이다. 전임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브렉시트 여파로 사퇴한 직후 취임했기에, 이 문제는 메이 총리의 주된 국정 과제였다. 내무장관으로 준수한 행정 능력을 보여준 그가 혼란을 수습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메이 총리가 수습하기엔 힘든 ‘역경’이었다. 취임 1년도 안 된 2017년 조기 총선을 발표했으나 과반을 잃어 브렉시트 협상 지지 동력에 일찌감치 타격을 받았다. 메이 정부는 유럽연합(EU)과 협상을 거친 뒤 지난해 11월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영국 하원에서 이 안은 세 차례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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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터진 사건·사고들 역시 메이 총리가 인기를 잃게 된 원인이었다. 2017년 5월과 6월에 걸쳐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 런던브리지 테러,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가 연달아 터졌다. 특히 79명이 숨져 2차 세계대전 뒤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된 그렌펠 타워 사고는 총리 개인에게 치명타였다. 애초 보수당 정권의 긴축예산이 사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 데다, 메이 총리가 피해자들을 소홀히 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민심이 등을 돌렸다.

당 안팎에서 총리를 교체하려는 시도가 일었다. 지난해 12월 보수당은 대표 불신임 투표를 치렀으나 찬성 117표, 반대 200표로 총리직을 지켰다. 지난 1월16일에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했으나 19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총리의 저력’이라기보다는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 만한 새로운 대안이 없는 상황 탓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정타도 브렉시트였다. 메이 총리는 6월4일 네 번째 표결에 부치겠다고 예고했으나, 보수당의 안드레아 리드섬 하원 원내총무가 5월22일 여기 반발해 사퇴하는 등 총리는 당 안팎에서 막다른 길로 몰렸고, 결국 자진 사퇴하게 되었다.

5월24일 총리 관저 앞에서 메이 총리는 “총리로서 처음 내 뒤의 (관저) 문으로 들어선 때부터, 나는 영국을 특권층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나라로 만들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유감은 없고, 내가 사랑하는 나라에 봉사할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하다”라고 연설을 끝맺었다. 마지막 문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읽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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