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가판대에 꽂힌 다양한 신문. 미디어 전문가들은 신문이 몸집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일간신문이 두 종 발행된다. 아니, 발행되었다. 둘 중 하나인 W 신문은 여전히 나오지만, 다른 하나인 C 신문은 발행된다고 할 수도 없고 발행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92년의 역사를 가진 C 신문은 올해 4월에 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그러나 폐업한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신문이 종이로 인쇄되지 않고 온라인판으로만 나온다는 점이다. 다만, 주간지 판형으로 바꾼 종이 신문을 일주일에 두 번 무가지로 발행한다.

미국의 정평 있는 신문 중에서 일간지 발행을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긴 경우는 이 C 신문이 첫 사례다. 물론 구독자 하락으로 인한 경영 악화가 그 원인이다. 미국의 신문 구독자 수는 1960년대 말 이래 꾸준히 떨어져왔다. 최근 10년 동안에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더욱 급속히 떨어졌다. 미국 신문협회 자료에 따르면, 신문을 읽는 성인의 비율은 1964년에 80.8%였으나, 2007년에는 48.4%로 떨어졌다. 43년 동안에 32.4% 포인트가 감소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저널리즘 교수 필립 마이어가 “2043년이면 신문 구독자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라는 충격적 예언을 내놓았다. 지난 수십 년간의 신문 구독자 감소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2040년대에 신문 구독자가 고갈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론적인 전망이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하나는, 이 예측이 맞다면 신문은 2043년보다 훨씬 전에 사라질 것이다. 독자의 수가 0이 아니라 일정한 수 이하로만 떨어져도 신문을 계속 발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모든 신문의 모든 독자가 일제히 신문을 외면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신문, 장사꾼인가 언론인가

‘신문 독자 제로’ 시나리오는 신문이라는 전통적 매체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종이 신문은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문산업 전체의 위기 속에서도 어떤 신문은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경쟁자가 없는 오히려 더 독점 지위를 누릴 수도 있다. 어떻게 가능한가? 미디어 전문가들은 신문이 몸집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디어 경제학자 로버트 피카드는 신문이 지금처럼 뷔페식 밥상을 차리다가는 공멸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판을 크게 벌이면 그만큼 운영비가 많이 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신문은 잡다한 정보의 양을 늘리는 데 주력하기보다, 분석과 탐사 보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인터넷과 방송이 신문 쇠락의 원인이라면, 인터넷이나 방송이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일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어차피 인쇄 매체는 속보성과 광범위성에서 인터넷이나 방송과 경쟁하기 어렵다. 신문은 잡다한 정보의 양으로서가 아니라 특화된 정보의 질로 살아남아야 한다.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 중요한 조건이 또 한 가지 있다. 마이어 교수의 모델에 따르면, 신문의 수익성은 최종적으로 독자의 신뢰에서 나온다. 신문은 그 생존의 양 축이라 할 영향력과 구독자 수가 모두 독자의 신뢰로 결정된다. 독자가 굳게 믿고 신뢰하는 신문은 하다못해 망하더라도 가장 늦게 망할 것이다.

최근 일부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신문이 방송시장을 엿보며 군침을 흘리는 것은, 그 정당성과는 별개로, 신문산업의 밝지 않은 미래로 미루어보아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 시장 진출을 통해 살아남는 일보다 독자의 신뢰를 확보하면서 생존하는 일이 우선이다. 전자가 기업 마인드라면 후자는 언론 마인드다. 신문이 장사꾼인가, 언론인가. 그 선택은 신문 스스로가 한다.

기자명 허광준 (위스콘신 대학 신문방송학 박사과정)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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