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에 성과급 뭐 받았어요?”
  • 이준수 (삼척시 도계초등학교 교사)
  • 호수 612
  • 승인 2019.06.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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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성과급 도입 이후 교사들은 꾸준히 그 폐해를 알려왔다. 수업과 생활지도를 누가 얼마나 잘하는지 판단하기란 힘들다. 교원성과급 폐지는 대선 공약이었다.
“요번에 뭐 받았어요?” 지난해 같은 학년에 근무한 선생님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A 받았어. 선생님은?” 답변을 듣고 고개를 떨구었다. 선생님의 성과급은 B였다. 한 학년에 두 반밖에 없어서 우리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협의했다. 선생님은 통합 학급의 담임을 맡아 수업과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았다. 나만 A를 받아서 무척 미안하고 면목 없다고 하자 선생님은 손사래를 치며 이게 우리만의 일이냐며 오히려 위로했다. 성과급이 입금되는 5월 말이면 이런 상황을 자주 만난다.

매년 반복되는 교원성과급 문제를 겪으며 나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교사 간 경쟁을 부추겨 전문성을 강화하고 공교육의 위상을 회복한다는 취지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예견되었다. 교사를 S, A, B 순서로 등급을 매기려면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 생활지도, 상담을 주 업무로 한다. 누가 수업을 얼마나 잘 준비하고 수행했으며, 생활지도와 상담을 얼마나 능숙하게 했는지 판단하기란 무척 어렵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기 힘들다. 교육의 성과라고 하는 것도 무엇을 성과로 보느냐에 따라 기준이 판이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매년 합의할 수 없는 항목을 합의 보기 위해 고심한다. 기준 하나에 동료의 등급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무척 예민하다.

ⓒ박해성 그림

등급산정비율 규정에 따라 학교 구성원의 최소 30%는 B등급을 받는다. 평가 기준을 만들다 보면 “○○ 선생님이 희생해줘서” 같은 말이 계속 나온다. 누군가가 손해를 보지 않으면 끝끝내 합의를 못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학교 구성원들도 성과급 제도가 애초 모순적이라는 사실을 안다. 평가 기준이 합리적이어서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분위기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타협하게 된다.

평가 방식인 다면평가 방식도 빈틈이 많다. 규모가 큰 학교에서는 다른 학년이나 다른 건물에 근무하는 교사 이름조차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담임이 각자 교실에서 생활하고 업무를 보는 초등학교는 특히 그렇다. 다면평가자로 선정되면 평가를 위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줄 세워야 한다. 교사는 자기 수업과 담당 학생이 있기에 다른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학교 구성원 대다수는 성과급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체육 육성 종목, 방과후학교 업무처럼 어렵고 기피하는 자리가 있다. 대다수 학교에서는 고생하는 분에게 성과급으로나마 보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고 실제로 S등급이 주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성과급 대신 보직교사 수당을 인상해주거나, 행정 전담 인력을 보충해 선생님이 수업과 학급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현행으론 우리 학교 교사 16명 중 13명이 S등급

교원성과급 폐지는 보수 교원단체와 진보 교원노조가 뜻을 같이하는 드문 영역이다. 교원성과급 도입 이후 교사들은 꾸준히 성과급의 폐해를 알려왔다. 정 폐지할 수 없다면 등급산정비율과 성과상여금 차등지급률이라도 바꿔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과급을 임의로 균등 분배하면 징계하겠다는 협박성 공문만 받아봤을 뿐 현장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4월 교육부는 2020년 성과상여금 지급 방법을 변경해 담임, 학폭(학교폭력) 담당 교원, 보직교사 위주로 S등급을 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코웃음이 나왔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우리 학교 교사 16명 중 13명이 S등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S등급은 전체 교원의 30%만 줄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는 가끔 교육부와 학교의 아드막한 거리를 느낀다. 교원성과급 폐지가 무려 대선 공약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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