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지막 소원은 검찰·공정위의 사과”
  • 정희상 기자
  • 호수 609
  • 승인 2019.05.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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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창간 전부터 취재원으로 인연을 맺은 중소기업인이 있다. 지금은 망해 없어진 설비업체 ㈜한진건업 반성오 전 대표다. 반성오씨는 올해로 16년째 삼성과 삼성을 편든 국가기관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2004년 초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전기 부산공장 신축 공사 하청 계약을 59억여 원에 체결하고 그해 여름 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삼성 측이 총 공사대금 중 24억여 원을 주지 않아 그는 28년 만에 자식처럼 키워온 사업체를 접어야 했다.

반씨는 즉각 경제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소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청인 반씨에 대해서는 한 번도 조사하지 않고 삼성 측 의견만 청취한 뒤 “위반 행위에 대해 별다른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한다”라고 통지했다. 반씨는 이 과정에서 공정위 담당 공무원 4명을 검찰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 역시 반씨를 한 번도 부르지 않고 ‘각하’ 처분을 했다. 항고·재항고 등을 거쳤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시사IN 양한모

이때부터 반씨는 때리는 삼성보다 편드는 공정위와 검찰에 더 악이 받쳤다. 직접 증거를 제시해도 재벌 편에서 부당하게 처리하는 공직자들의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지켜본 반씨는 그대로 물러서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는 2012년 <이것이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체험 수기를 썼다. 그가 겪은 사실을 담아 만든 기록이다. 반씨는 이 수기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면 업무방해, 무고, 명예훼손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청와대와 대검찰청 등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모두 그를 외면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반씨는 화병을 얻어 쓰러졌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뒤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기 힘든 장애를 얻은 채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을 적어 올렸다. 그는 공정위와 검찰이 “과거 재벌 편향 조사를 해서 미안하게 됐다”라고 사과하기를 바란다. “죽기 전에 사과 한마디만 들어도 지난 16년 세월의 억울함을 풀고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반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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