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창간 전부터 취재원으로 인연을 맺은 중소기업인이 있다. 지금은 망해 없어진 설비업체 ㈜한진건업 반성오 전 대표다. 반성오씨는 올해로 16년째 삼성과 삼성을 편든 국가기관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2004년 초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전기 부산공장 신축 공사 하청 계약을 59억여 원에 체결하고 그해 여름 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삼성 측이 총 공사대금 중 24억여 원을 주지 않아 그는 28년 만에 자식처럼 키워온 사업체를 접어야 했다.

반씨는 즉각 경제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소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청인 반씨에 대해서는 한 번도 조사하지 않고 삼성 측 의견만 청취한 뒤 “위반 행위에 대해 별다른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한다”라고 통지했다. 반씨는 이 과정에서 공정위 담당 공무원 4명을 검찰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 역시 반씨를 한 번도 부르지 않고 ‘각하’ 처분을 했다. 항고·재항고 등을 거쳤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시사IN 양한모
이때부터 반씨는 때리는 삼성보다 편드는 공정위와 검찰에 더 악이 받쳤다. 직접 증거를 제시해도 재벌 편에서 부당하게 처리하는 공직자들의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지켜본 반씨는 그대로 물러서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는 2012년 〈이것이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체험 수기를 썼다. 그가 겪은 사실을 담아 만든 기록이다. 반씨는 이 수기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면 업무방해, 무고, 명예훼손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청와대와 대검찰청 등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모두 그를 외면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반씨는 화병을 얻어 쓰러졌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뒤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기 힘든 장애를 얻은 채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을 적어 올렸다. 그는 공정위와 검찰이 “과거 재벌 편향 조사를 해서 미안하게 됐다”라고 사과하기를 바란다. “죽기 전에 사과 한마디만 들어도 지난 16년 세월의 억울함을 풀고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반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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