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켈

W2C4. 서울 망원동에 사는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 가족의 분자식이다. 여자 둘(W2)에 고양이 넷(C4). 두 사람은 십수 년간 혼자 살았다. ‘혼밥’은 기본이고 혼자 서핑 여행을 가는 등 ‘혼자력 만렙’을 찍으며 지내다 2년 전 1인 가구 생활을 정리했다. 부모 집에서 눈을 뜬 어느 날, 밥과 찌개 냄새를 맡으며 따뜻한 느낌이 들었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세상에는 여럿이 해야 더 재밌는 일도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결혼은 답이 아닌 것 같아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했다. 대출을 받아 30평 아파트를 구입했다. 욕조가 생겼다는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한집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누그러졌다. 이들은 ‘분자 가족’이라 스스로를 명명했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갔다.’

이성애자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정상 가족’ 프레임은 누군가에겐 차별의 다른 말이다. 토드 헨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UCSD)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서울대를 방문했지만 2년 반 동안 함께해온 그의 동성 파트너는 대학이 제공하는 숙소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말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관습적인 가족 형태에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성은 결혼이 남성의 지배를 공고히 한다는 것을 깨달은 지 오래다. 이성애 커플을 포함한 많은 관계는 결혼이 가져다주는 특권에도 그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중략) 불공평한 제도를 유지하는 한국 사정을 다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사정’을 흔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나보았다. 분자 가족의 개념을 빌려 ‘분자식’도 붙였다. 네 가족 모두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이웃이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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