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도, 바다와 정면으로 마주선 섬 집들의 방어막은 돌담이다돌담은 언뜻 성곽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다가가면 허술하다구멍투성이 허점 많은 전선

어떻게 저 혼자 서 있기도 버거운 돌담이강력한 바람 군단을 막아내며 견뎌온 것일까?바람의 군사들이 신호음을 내며 구멍을 빠져나간다

무엇일까 저 구멍은어쩌면 숭숭 뚫린 저 구멍 덕에 돌담은 섬은 섬의 집들은

오랜 세월 바람의 침입에 무사했던 것은 아닐까돌담은 저 구멍으로 바람의 군대를 분산 통과시켜주고섬의 안전을 보장받아온 것은 아닐까

바람과 싸우지 않고 섬을 지켜온 돌담의 전략돌담은 바람의 방어막이 아니라 바람의 통로다섬사람들은 바람을 거스르고 살 수 없어바람의 샛길을 내주고 바람과 함께 살아간다

ⓒ강제윤

기자명 시·사진 강제윤 시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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